요즈음 바다이야기로 전국이 난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도박열풍이 정부의 정책 실패로 온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나는 작금의 도박열풍이 2002년 대선 때부터 불기 시작한 사회적 난기류의 결과라고 본다.

도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 알겠지만 우연한 사정에 재물을 거는 것이다. 즉, 차근차근 부를 쌓기 보다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운에 재물을 걸어 요행히 적중하면 큰 돈을 벌고 그렇지 아니하면 패가망신하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은 결국 열심히 노력하여 부를 쌓기 보다는 별다른 노력이 없이 그리고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부당한 재산을 노리는 것이고, 이른바 한탕주의의 표본이다.

이러한 도박심리는 사회,문화적인 것에 원인이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대통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선도박을 벌여 성공하여 도박에 있어서 최고의 결과, 나라를 거머쥐었다.

사실 그전까지 노 대통령은 선거란 선거에서 나가면 모두 패배하였다. 그러나 2002년 당시 불던 월드컵 열풍, 미선이 효선이 사건으로 인한 반미열풍, 김대업의 출현 등 우연이라 하기에는 줄줄이 이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도박에 성공하였다.

당시 차근차근 사회생활을 하여 온 이회창 후보는 노 대통령의 과감한 베팅에 졌다.

이러한 모습을 본 이땅의 젊은이를 비롯한 국민들은 착실한 생활보다 기회를 잘 탄 도박이 인생승리의 지름길이라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는 온갖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그 하나는 부동산 투기도 속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라는 것도 일종의 도박이다. 부동산을 산 뒤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최고의 정보를 빼 낸 복부인에게는 도박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부동산투기는 도박이다.

도박열풍을 잠재우기 위하여는 착실하게 노력하여 부를 쌓은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문화를 형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부자는 모두 도둑이라고 보는 마당이니 이것도 힘들겠다.

현 정부와 신세대가 가잘 즐겨찾는 메뉴가 "自主"일 것이다.

자주라는 것은 나의 일을 내 의지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 즉 남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것일 것이다.

이 세상이 평화롭고 악당이 없다면 모든 사람이나 국가가 자주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상은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또 개인간, 국가간에 힘의 차이가 있으며 깡패나 깡패국가(rogue state)가 존재하여 이런 이상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예컨대, 정신지체아나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 자신의 문제를 누구의 간섭(도움?)없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게 놔두면 과연 그들이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그 답은 명백하다.

국가도 예전의 만주국이나 2차대전 후의 동유럽 국가들 같이 힘이 없으면 강대국의 괴뢰정권이 들어서 강대국의 뜻대로 나라가 흘러가는 것이다.

결국 자주라는 보석을 갖기 위하여는 개인이나 국가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정도는 자주적으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고 그 나머지 국가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 3 나라의 입김을 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을 보자. 일본은 경제력은 막강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보호 아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약한 나라이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일본은 군사적 취약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미국의 보호 아래 있기를 원하고 있고, 또 미국의 보호라는 것을 자신들의 이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국방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 경제에만 집중하여 현재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일본은 자주라는 점을 조금 양보하고 더 큰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력, 군사력에서 일본에 훨씬 뒤지지만 자주라는 것을 내세워 미군이 철수하길 원하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다음 국방을 위하여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안중에 없다. 그 돈을 사회복지, 사회간접자본 투자, 연구개발에 쓴다면 엄청난 이득이 돌아 올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이 전통적으로 실리보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에 집착하는 태도에 기이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광해군 때 청나라가 일어나고 있었고 명나라는 쇠퇴일로에 있었다.

광해군은 폭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외교에는 수완이 좋았다. 당시 명나라에서 청나라를 막아줄 군대의 파견을 요청하였는데, 광해군은 힘도 없는 명나라의 요청이 택도 없음을 간파하고 파견군대의 대장에게 좀 싸우는 척 하다가 청나라에 항복하라고 지시하였고 그 장군은 이에 따라 항복함으로써 청나라의 조선에 침입을 막았다.

그런데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무능한 임금으로 주전파와 주화파가 싸워 결국 주전파가 이겨 명나라는 우리가 모셔야 할 대국이고 청나라는 오랑캐의 나라이니 우리가 한번 싸우자는 주장에 동조하여(당시 청나라의 국력은 엄청나 조선이 청나라에 덤벼든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었다) 청나라에 대적하였다가 병자호란을 맞아 많은 백성이 살육당하고 국토는 초토화하였다.

이렇듯 아무 힘도 없이 오로지 대의명분만 내세운 임금과 벼슬아치들의 무능력으로 힘없는 백성들만 고통을 당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주라는 것을 떠들기 전에 우리 국력을 충실히 하고, 국력이 안되거든 강대국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혜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요사이 도청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마치 이런 일이 처음 터진 것처럼 야단이다.

그러나 도청은 인류 유사 이래로 항상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최고 권력자이

일반 시민이건 남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자 한다. 다만 일반 시민은 단순한 호기

심에서 비롯되고 그 폐해가 개인간의 싸움이나 명예훼손에 그치지만 최고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유지를 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되고 그 결과는 정적의 제거, 이로 인한 민주주의의 실종에

이른다.

그리고 도청은 민주주의가 잘 실행되고 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최고권력자의 의

지의 문제이다.

그것은 미국 같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나라에서도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같

은 도청이 있는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최고권력자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자만심에 빠지기 쉽고 거기에 맞추어 각종 정보기관

에서 수시로 정보보고를 올린다. 최고권력자가 되어 정적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을 때 비로소 최고권력자가 되었다는 기분이 든다고도 한다.

최고권력자가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더욱 더 이런 비밀정보기관의 도청에 의존하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정적 제거에 이용하고 싶어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에 막강한

권력을 주고 한때 중앙정보부장은 나는 새도 떨어 뜨린다는 힘을 가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

다.

그래서 최고 권력자는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데 민주주의의

위기가 있다.

어떻게 보면 금단의 열매라고 할까. 금단의 열매의 맛을 보는 순간 계속 먹고 싶어지고 그러

는 동안 민주주의는 곪아간다.

결국 최고권력자의 의지가 중요하고 그 다음 각종 정보기관의 장의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눈치나 보고 출세지향적이 되면 대통령이 가만히 있어도 도청을

하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올려 충성을 과시한다.

그래서 최고권력자의 자제력은 중요하고 이러한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 최고권력자가 되는 것

이 좋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볼 줄 아는 혜

안을 가질 때만 민주주의가 정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