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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연금술 금융공학
- 2006/11/10 15:22
- http://blog.moneta.co.kr/sura76/1029186/498210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을 미리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무엇이 주가를 움직이는지를 찾아내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또 그만큼이나 많은 민간 비법들이 월스트리트와 여의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나온 주장들을 정리해보면 대략 3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앞날의 주가를 미리 알 수 없다는 조금은 허망해 보이나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만약 미리 주가를 알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그리로 몰리는 바람에 세상이 뒤집혀버리지 않을까? 아니다. 미래 주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미래 주가를 알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효율적 시장 가설(EMH)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용감하게도 미래 주가를 미리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다름아닌 과거 주가의 움직임만을 보고 앞날의 주가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기술적 분석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미래 주가가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는 지금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서 싼지 비싼지에 관심을 갖는다. 기업 가치는 미래 기업의 수익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므로 미래 기업의 수익을 알 수만 있다면 지금 주가가 기업의 가치에 비해서 싼지 비싼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기본적 분석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이 3가지 주장의 뒷면을 보면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에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주식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로는 대략 다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 유동성, 그리고 인간의 집단 심리 이 3가지다.
여기서 기업의 가치란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장사를 잘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어느 회사가 장사를 잘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많은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올라간다. 물론 주가가 먼저 올라갔으나 나중에 실제로 이 회사가 장사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유동성이란 전체 경제 속에 흘러다니는 돈의 양과 성격, 그리고 경기 상황을 말한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말은 금리는 낮으나 미래가 불안하여 저축된 돈이 장기로 어느 곳에 투자되지 못하고 단기 금융상품에 많이 몰려 있는 경우를 말한다.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돈, 즉 유동성이 풍부하면 비록 지금 경기가 나빠도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다른 말로 하면 지금이 나쁘면 나쁠수록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집단 심리란 위의 두 가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또 다른 측면을 가진다. 주식시장과 같은 사회 현상은 결국 인간 판단의 복합체다. 인간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인간 이성 능력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많은 경우 심리 앞에서 인간 이성은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인간의 심리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아가서 개인의 주관성이 아니라 집단 심리의 전염병이 불어오면 이 속에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개인은 거의 없다.
하반기 한국 시장에서 과장 큰 주제는 경기 전망이 별로 좋지 않는데 왜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않더라도 계속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일 것이다.
미래 기업 수익이 좋아지고, 이것에 기초해서 주가가 올라가면 별로 불안하지 않다. 올라간 주가가 비록 떨어지더라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 수익, 즉 기업의 가치에 비해서 풍부한 유동성 또는 시장의 집단적인 희망으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가면 쉽게 올라간 만큼 떨어지기도 쉽다. 즉 주가가 올라서 같은 2만원이 되었더라도 기업 가치로 올라간 2만원은 확실한 2만원이고 다른 것 때문에 올라간 2만원은 불안한 2만원이다.
어떤 회사의 미래 기업 수익이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 미리 알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 경영자가 앞으로 자기 회사가 이러 저러해서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그것을 믿을 수도 없다. 어떤 경영자가 자기 회사가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실제로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서 나빠질 수도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과거에도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장사를 잘한 회사를 찾아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장사를 잘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은 고객이 불특정 다수이고, 원가에 변화가 생기면 이것을 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독점성이 강한 회사들이다. 그리고 기술의 변화나 소비자의 기호 변화로 제품이 빨리 바뀌는 회사들이 아니다. 즉 주로 반복적인 내수 소비재 제품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둘째는 앞으로 구조적으로 시장이 커질 회사를 찾는다. 예를 들면 노인 인구가 많아지므로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다. 또는 확신이 있다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것이므로 이것과 관련성이 높은 회사를 찾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만이 아니다. 물 문제도 심각해 질 것이다. 또는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므로 여기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이런 전략은 회사가 여럿일 경우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회사 몇 개에 모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어느 회사가 이 경쟁에서 이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 기다릴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는 지금 일시적인 이유로 장사를 잘하지 못해 시장에서 버림받은 회사지만 그 회사가 하는 사업이 결코 사라질 수 없는 회사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테러로 일시적으로 여행 수요가 줄면 여행 관련 회사의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는 없다. 또는 금융위기를 겪고 살아남은 지방 대표 금융기관도 이런 예에 들어갈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내수 서비스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 한가지 이점은 내수 회사여서 힘이 센 외국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 물론 내수 회사 중에서 외국회사와 경쟁하는 회사들도 있다. 또 한가지 이점은 서비스 회사는 생산 능력의 한계가 주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반 제조업체는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능력을 늘여야 하고 그러면 공급과잉에 빠진다. 그러나 서비스 회사는 늘어나는 수요에 거의 무한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주로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이런 판단에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수할 것을 걱정하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세상에 100% 확실한 것은 가끔 눈먼 사람에게나 보인다. 실수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한 가지 방법은 적정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값에 사는 것이다. 그러면 실수하더라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 가격 변동이 심한 투자의 세계에서는 손해를 피할 수만 있다면 자연히 이익을 만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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