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잘모르겠다. 아이키우는 기쁨을.

나는 잘모르겠다. 살림의 즐거움을..

나는 정말 모르겠다. 주부의 행복을..

육아와 살림은 나의 일이 아니라 짐같이 느껴지고

쌓아도 쌓아도 쌓이지 않고 무너져 버리는 모래성같이 느껴진다.

설것이를 하루만 안해도 깨끗하던 주방은 엉망이 되버리고

청소를 한번만 안해도 잠 잘곳도 없어진다.

해도해도 티나지 않고 한번만 빼먹으면 아무것도 안한것 같아지는 살림.

아이들은 때가 되면 먹여야 되고 씻겨야되고 놀아줘야 한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 한군데도 편하게 갈 수 가 없다.

심지어 잠자는 것도 내잠이 아니다.

이제는 조금 커서 화장실도 목욕도 할 수 있지만..

이것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내자신이 불쌍해진다.

좀전에 정말 맘에 닿은 글을 읽었다.

[인생은 보람을 먹고 산다]

이글에 내용중에서 아래 내용이 인상깊었다.

토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죽음의 집의 기록' 은 그가 20대에
사상문제로 투옥되어 옥고를 겪던 4년 간의 고통스러웠던
생활상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 기록 속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죄수들에게 매일 아주 고된 노역이 부과되는데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그 일 자체가 값있는 일이라면 능히 견디어 내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비록 그 일이 단순한
노동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견디어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두 개의 물통을 준비해 놓은 다음
한 통에 물을 채우고 다른 한 통은 빈 채로 두고
지시하기를 저 통의 물을 이 통에 붓고
다음에 이 통의 물을 저 통에 다시 붓는 일을
되풀이하여 계속하도록 한다거나,
또는 절구에다 모래를 넣어서 하루 종일 찧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이런 일은 사실 아이들도 능히 할 수 있는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일이긴 하지만 그 일이
인간에게 주는 정신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합니다.

즉 이러한 일을 반복해서 하게 한다면 대부분의 죄수들은
자살하거나 미쳐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이 인간을 죽이거나
파멸시키게 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 나에게는 육아와 살림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이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일을 해야만하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죽음으로써 또는 탈출을 꿈꾸면서..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하기때문에 내자신이 너무 불행하게 느껴젔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육아와 살림이 그렇게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일까? 

절대아니다.

아니기때문에 그많은 책들이 있고 연구하는 학문과 학자들이 있다.

한세대를 키우는 육아와 한집안의 살림은 나라의 경제의 기반이다.

이 일은 정말 아무나 못한다. 대통령이라도 학자라도 누구도 못하는 것이다.

한집안의 부인과 남편이 어머니와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왜 즐겁고 잘하는 사람도 분명 있는데 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

이문제는 첫애를 낳으면서 부터

그애를 키우면서 부터 계속 계속 나를 괴롭혀오던 문제이다.

첨엔 이런 문제인지도 몰랐다. 진짜 몰랐다.

그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괴롭고 괴로웠을 뿐이다.

육아와 살림은 너무너무 지겹고 지겨운 일일 뿐이였다.

아니 현재도 그렇다.

이제 5년차가 되어가면서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그저 기계적으로 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거 같다.

이 문제로 인해 나 자신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이 문제가 줄기가 되어서 신랑에게도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데 해가 되고 있다.

육아와 살림을 못하는 엄마를 둔사람은 알것이다.

아니 그것을 지겨워하고 싫어하는 엄마를 둔 사람은 알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불행해지는 지를...

엄마도 자식도 남편도.. 한집안이 불행해지는 원인중에 원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일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중요하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중요하다.

당장 하루라도 엄마가 없다면 아내가 없다면 집안이 엉망이라고 모두 말한다.

어렸을때 엄마가 일이 생겨 집을 비우게 되면

그냥 집안만 엉망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텅빈듯한 느낌이 들었다.

빨리 엄마가 돌아오길 바랬었다. 다행이도 우리 엄마는 둘다 잘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일이 죽기보다 싫을까?

실제로 했을때 너무너무 못하기 때문은 아닌거 같다.

맘만 먹으면 살림은 어느정도 잘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육아는.. 아직 잘 모르겠다. 현재 잘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만 맘을 잡고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는 배경은 된다.

아이들에게 잘하는 착한 남편과 착한 아이들..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문제는.. 나에게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내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글을 쓰면서 조금 원인을 알거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정말 깊이 깊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우선은..

항상 육아와 살림이 짐같이 느껴지는 생각이 옳지 않는 생각이라고..

스스로을 너무너무 부족하고 초라하다는 생각을 바꾸자.

죽도록 싫어하는 육아와 살림은 하는 나는 위대하다.

인생은 보람을 먹고산다 

이글은 작은 인연도 소중히 하는 마음
http://myblog.moneta.co.kr/lsn9711 에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