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하얀 눈을 가지에 매달고 꽁꽁 얼어있는 겨울나무를 보았다.

온 몸을 찬 바람과 흰 눈으로 뒤덮고 있는 나무와 조우하는 순간

고고한 백발의 노인과 눈이 마추친 듯 눈이 시렸다.

땅 속 어딘가에서  나무에게 착한 온기와 애정을

그리고 우주의 기운으로 보살펴주지 않고서야

언제나 새로운 계절에 붉고 하얀 꽃을 피워낸단 말인가.

당연한 듯 하지만 참 당연하지도 않다.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를 탓하며

모자에 장갑에 두꺼운 외투로 둘둘 말아 눈사람 처럼 뒤뚱거리며 걷는 나는

가슴이 뜨거워 본 적이 너무나 오래되어

미지근한 온기로 이 겨울을 겨우겨우 연명해 나가고 있다.

입김을 호호 불며 옛 추억이라도 불러내보려 하지만, 이건 식어도 너무 식었다.

그래서 나이가 먹으면 전기장판이 필요한가보다.

어제 퇴근 길 집근처 골목에서 타이어가 눈밭에 빠졌다.

제자리에서 몇 바퀴를 맴돌던 바퀴는 내 조바심은 아랑곳 없이

더 깊은 눈속으로 빠져주었다.

아, 뒤로 돌아가자.. 돌아가..

후진을 하자 다행히도 눈밭을 빠져나와 다른 길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이런 잠깐 후진은 '나홀로여행'인 듯 한데.

그러다가 방향이 달라지만 여러사람 고생이니 참자.

자유하지말고 경제하자. 내 자유를 묶자.묶어~

어젯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작은 아이가 아무래도 밖에 코끼리가 온 것 같다고 한다.

뿌뿌.. 소리도 나고 쿵쿵!! 소리도 난다며,

코끼리 발자국 소리가 나는 것 같다고..

그건 바람소리야.. 라고 말해주면서도

영화 오아시스에서 코끼리와 춤추는 남,녀주인공처럼

내가 보는 세상이 아닌 작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너처럼 작고 동그란 코끼리 한마리가

창밖에서 널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딸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움마를 부른다.

내가 태어나서 내 엄마에게 했던 것 처럼

선한 눈동자를 흔들며 세상에 절대 선은

자신이라는 걸 증명한다.

바람이 불자 아인 누런 코를 흘린다.

입으로 빨아 먹기도 하고,

손등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때론 쌍둥이 폭포처럼 코 밑이 누런색 결정체로 맺혀있다.

아가야, 코 닦자. 흥~ 해, 흥!!

내 엄마의 엄마에 엄마가 그랬듯

난 아기에게 말하고

아기는 통통한 엉덩일 흔들며 도리질 치고는

저 멀리로 숨어버린다.

==============================================

내가 안방 침대에 엎드려 울고있었다.

6살난 아들녀석이 옆집 아이와 놀다가

울고있는 날 발견.

대장님, 슬퍼?

어, 가끔 슬플때도 있어.

슬퍼는 누가 안 때렸는데 우는거야..

어, 그래?

무슨 말일까요

누가 슬픔의 정의를 그렇게 내려준 걸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맞는 것도 같네요.

거실로 나간 여섯살 배기 우리 아들

옆집 아이에게 말합니다.

너 안방 들어가지마. 우리 대장님 자고있어.

우연히 서재에서 꺼낸 노트에서 이런 일기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때는 아주 작은 것들도 느끼며 살았구나 싶습니다.

이제 훌쩍 커버린 아홉살 우리 아들이 이런 대견한(?) 생각과 행동을 했네요.

새삼스래 잊고있던 몇년 전이 지금 행복한 우리 가정의 발판이 된거 겠지요?

얼마전 25평 복도식 집에 살았는데 같은 라인에 우리 아이와 같은 초등2학년 아이가 있었어요. 짝궁으로 사이좋게 잘 지냈는데요..

얼마전 저희가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그래봐야 앞동인데요..

문제는 얼마전 그집 언니에게서 전화가 온 거예요.

이유인 즉슨 그집 아이가 단지아래 주차장에 있는 트럭에다 침을 뱉고 총을 던지고 그랬다고해요.

옆에있던 우리 아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다가 도망을 갔고요.

우리 아이가 내려가보니 차 지붕이 패여보이고, 백미러가 깨져있었나봐요.

동네 아이들이 몰려오고 우리 아이한테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길래,

이야길 해주곤 큰일이다 싶어 그집 엄마에게 가 이야길 해줬데요.

근데 언니가 와 보니 백미러는 원래 깨져있었고, 패이진 않고 침자국이랑 뭐 별다른

피해가 없었나봐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왜 확인도 안하고 말을 하느냐,

친구면 덮어줘야지 그걸 챙피하게 친구들앞에 말을 하냐, 그래도 친한 친군데..

2학년이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더라구여.

하면서 저한테 주의를 주라는 겁니다.

아이한테 너가 경솔했다고,, 다음에는 그런 상황이면 친구들한테 이야기 하지말고,

섣불리 아줌마한테가서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긴 했는데요..

뭐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구여,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웃긴 했는데,

좀 앙금이 있달까요.. 그렇더라구여.

그날 전화하던날  언니 말투에 우리 아이를 좀 안 좋게 본다는 뉘앙스가 있어서 심히 기분이 안 좋았어요.  챙피해 하는 자기집 아이의 기분보다는 잘못된 행동을 먼저 탓해야 하는게 아닌지 싶기도 하고,  아홉살 순진해 빠진 우리 아이를 가지고 너무 그렇게 이야길 하니까 언짢더라구요..

다들 자기 아이를 편들고 싶은거겠죠..?

별것 아닌일에 소심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