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우리 아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엄마 내가 발표같은 거 잘 안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발표를 많이 하는 편인데, 왜그런줄 아세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자존감때문에 그래.."

"자존감?"

"어. 우리 선생님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나중에 커서 사회에 나가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셨어."

"오호.. 그래.. 참 좋은 말씀이시구나.. 그런데 자존감이란 게 무슨 의미인거니?"

"그건 일종의 자신감과 같은 말이야.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려고 내가 요즘 발표를 많이 하는 거라구."

자존감..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듣기에는 조금 생경한 단어인 것 같네요..

서른이 훌쩍 넘어 마흔으로 향해가는 이 시점에도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려운데..

우리 큰아이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흐믓하기도 하고요..

좋은 말씀 해주신 담임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부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더불어 이웃도 사랑하는 맘을 키워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퇴근하고는 정신없이 저녁을 준비중인 내게 우리 꼬맹이는 오늘도 재잘거린다.

유치원에서 인형극을 본 모양이다..

인형극을 보았고, 거기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재연하면서 큰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난 조금 늦은 퇴근에 정신없이 밥하고 반찬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월요일이면 넘치는 의욕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벌리는 내가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파김치를 담가보겠다고 재료까지 다 사와서

그 준비까지 해야하는 통에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곧 들이닥칠 우리 큰아이는 분명 들어오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할것이고..

그런 저런 생각때문에 우리 꼬맹이가 하는 소리들은 건성건성 듣게 되었다..

그런 내모습에 화가 났는지 우리 꼬맹이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엄마 내 얘기를 듣는거에요 마는 거이요?

제발 이리저리 움직이지 말고 내가 얘기할때는 나를 좀 봐요!!"

6살짜리 꼬맹이가 하는 말에 내가슴이 철렁 내려안고 만다.

"미안, 엄마는 저녁을 해야해서 그래.. 그냥 엄마가 말소리만 들으면 안될까?"

그랬더니만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서는 자기랑 마주보는 자리에 두팔을 벌리고 자기를 바라보며 서 있으라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렇게 서 있으려니까..

저 멀리서 힘껏 달려오더니 내게 폭 안겨서는

"엄마 사랑해요"

라고 말하는 우리집 꼬맹이..

이렇게 작은 걸로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주는 우리 꼬맹이..

그렇게 안아주고는

"엄마 이제는 밥해도 되요~"

이런다.. 정말 귀염둥이 사랑둥이 우리 꼬맹이 덕분에 넘 행복하기만 한 저녁이다.

남편이 퇴근해서 정신없이 밥먹고 무언가를 하려 하니

남편에게도 두팔 벌리고 서 있으란다..

그러고는 또 힘껏 달려가서 "아빠 사랑해요"하는 우리 꼬맹이..

그 옆에서 큰아이가 좀 밋밋하게 서있으려니..

"오빠도 해줄까?"

그러자 큰아이는 손을 내저으며 싫다고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애교가 넘치는 꼬맹이땜에 우린 행복한데,

우리집 큰아이는 가끔 그 때문에 심통이 나다 보다..

이렇게 우리집의 한주는 또 시작되었다~

어제 아침이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점퍼를 입혀 보내야 했기에 우리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다 두고 왔다던 점퍼.. 왜 안 가져왔니?"

그랬더니만.. 없어졌다고 한다. ㅠㅠ

"비가 와서 우산쓰고 가야할 것 같은데.. 우산은 어디있니?"

"아빠 차에 두고 온 것 같아요"

에휴휴.. 사실 이렇게 말할때는 남편차에 없을 수도 있다는 말..

할 수 없이 새 우산을 꺼내주었다..

아침부터 너무 화가나서 아이에게 심하게 나무랐다.

그리곤 오늘 아침..

현관에 반쯤 꺾인 채 널부러져 있는 우산이 있는게 아닌가?

난 어제 내가 아이한테 주었던 그 우산이 아닐거라고 믿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우산이 엄마가 어제 준 그 우산이 아니지?"

그런데....

맞단다..

현관앞에 신발주머니랑 대충 던져놓았는데, 남편이 새벽에 출근하면서 아마도 밟고 간 것 같다..

구겨진 우산을 보는 순간 갑자기 치미는 화 때문에 또 아이에게 화를 냈다.

그렇게 화를 내고 집을 나서는데 날씨가 쌀랑해서 점퍼를 다시 가져왔다.

아이에게 입혀주며 오늘은 잃어버리지 말고 잘 챙겨오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우리 아이가 혹시 안가져오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다.

그래서 집에서 쫒겨날 줄 알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랬더니만 우리 아들이 이렇게 얘기했다.

"엄마 나 그냥 점퍼 안 입고 가면 안돼요?"

@ @

그런데 출근해서 쭈욱 이런 스토리를 얘기했더니만..

내 얘기를 듣던 샘이 하는 말..

"그래서 옷은 입고 갔나요? 나 같아도 옷 안입고 간다고 그럴 것 같은디.."

헉!! 내가 너무 심했던 걸까?

미안한 맘에 집에 왔는데, 우리 아들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바로, 점퍼다..

그러면서 "엄마 나 오늘은 가져왔다~"

으이구~ 미워할수 없는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