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입으로만 말하는 사람

끝까지 판에 박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비속한 말과 음담패설로 주목을 받으려는 사람

천박하고 유치하며 작은 일에 우쭐해 하는 사람

돈 몇푼에 자존심을 버리는 사람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

그사람은 착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경멸스럽다.

어쩌면 나 자신도 그럼 사람일지 모른다.

사람이 속을 들어내 보이면 보일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건 정말 착각이다.

더 고독해진다. 텅비어간다.

해질 무렵 강가에 가서 어그적어그적 인라인 타기...
녹차가루랑 당근즙 넣고 말랑말랑 밀가루 반죽으로 삼색 수제비 만들어 먹기...
생일케잌 만들고 이뿌게 장식하기...
피아노 치면서 같이 고래고래 노래 부르기...
서점에 가서 각자 보고싶은 책 골라 바닥에 앉아서 읽기...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되도록 물감놀이 하기...
집안에 있는 비디오테입 전부 꺼내서 도미노게임하기...
정글인에 가서 뽀샤지게 놀기...
도시락들고 촉석루랑 박물관 구경가기...
삼천포 갯벌에 가서 게랑 조개잡기...

둘만 슈퍼에 심부름 시켜놓고 베란다에서 지켜보고 있기...ㅋㅋ

?

진짜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

6시 퇴근시간이 다되가면 아니 근무 중에도 문득문득 오늘 저녁엔 뭘해먹나...하면서 머릿속으로 냉장고를 뒤진다. 국은 콩나물국 끊이고... 고등어 구울까?... 그러다 결국 식단을 완성 못하고 퇴근...

어린이집에서 남푠 만나서 애들데리고 귀가...

집에 들어서면 다시 업무 시작이지.

예전엔 저녁에 밥을 해서 아침까지 먹었는데

요즘은 아침에 먹었던 식은밥을 저녁에 데워 먹는다.

퇴근해서 쌀 씻으면 저녁밥 하는일이 너무 힘든일처럼 느껴져서 이번 여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무거운 압력솥에 있는 밥을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담아 데우고 국 끊이고 고기굽고 나물도 무치고...

식사준비가 다 끝나도 아이들은 놀이에 신나서 얼른 식탁에 앉지 않는다.

겨우 앉아서 밥을 먹어도 2숟가락을 가만히 앚아서 먹는 법이 없다.

한 숟가락 먹고 피아노 한번 치고, 한 숟가락 먹고 투스텝에 턴 한번하고, 노래하고, 재채기해서 온 주방에 밥알 다 튕기고, 식탁 밑에 들어가서 장난도 치고, 오줌도 싸고 오고 , 똥도 싸고 오고, 손은 안씻고...  --:

좁은 주방이 왔다갔다 하는 애들과 식탁의자들로 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늘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포도랑 삶은 단호박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우리집 주방을 한번 둘러봤다

가사를 좀더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서 뭔가 좀 달라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매번 미뤄오고 있었는데 그 이유야 당연히 많든 적든 돈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귀찮기도 하고... ^^:

나만 좀더 부지런해지면 되는데 뭐! 하면서 그 흔한 전기압력밥솥도 하나 안샀다.

나는 너무 곰같이 산다. 내딴에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우리 이웃을 위해서, 우리 나라를 위해서, 우리 지구를 위해서 너무도 안사고 안쓰고 산다. 지애가 그렇게 힘들게 살지 말랬다. 나 혼자 그런다고 달라지는것 없다고...

얼마나 잘살겠다고 이렇게 힘으로 몸으로 시간으로 때워가며 미련스럽게 사는지...

전기압력밥솥하나면 얼마나 편해지는데... 저녁에 예약해놓으면 아침에 따끈따근 밥이 다 되있을것이고 저녁엔 무거운 압력솥들고 설겆이 안해도 되고 '재가열'버튼만 누르면 아침에 먹었던 밥이 방금 한 밥처럼 따끈따끈하게 될텐데...

내가 필요하다는 건 뭐든지 못사줘서 안달하는 남푠이랑 당장 나가서 압력밥솥을 하나 샀다.

그 무거운 리빙센스 스텐레스 압력솥은 깨끗하게 씻어서 싱크대 깊숙이 넣어버렸다. 속이 다 시원하다! 

손님 많이 왔을때나 비상용으로 써야지!

밥솥을 놓을 자리에 있던 토스트며 요구르트 제조기 같은 작은 전열기구들을 싱크 바로 옆에 있는 서랍장에 넣었다. 서랍장 바로 밑에 콘센트가 있으니까 쓰기 편할 것이다. 그릇도 보기 좋아라고 같은 셋트끼리 정리해 놓은걸 자주 쓰지 않는건 높이 올리고 자주쓰는 것은 의자 없이도 꺼내 쓸수 있도록 다시 재배치했다. 10만원 정도 든다고 해서 설치하지 않았는데 양념통 홀더랑 조리기구 홀더도 설치해야겠다. 스테인레스 스틸도 좋고 나무도 좋고...기능도 좋고 이뿌기도 하면 더 좋겠지! 서랍에서 양념통꺼낸다고 허리굽혔다 폈다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그리고 주방에선 아무짝에 쓸모없는 저 거실장식장! 월넛색이 보기 싫어 화이트로 페인팅하고 손잡이도 이뿐걸로 바꿔줬는데 이뻐보이지는 않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 할때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저걸 어디로 치워야할지가 젤로 큰 문제다. 마지막으로 저 괘종시계! 시엄니가 버릴려는걸 장식장으로 쓸려고 화이트로 페인팅하고 손잡이도 바꿔달았는데... 아직 못달았다. 저거도 제자리 찾아줘야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불편하게 잘 살다가도 이렇게 한번씩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지면 온집안의 가구를 다 옮기더라도 또다른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그걸 고쳐야만 한다. 나에게 중독된 남푠이 빨리 저 장식장 옮겨버리자고 난리다. 넓게 쓰고 싶은 거실은 안되고 서재는 너무 좁고 애들 놀이방이나 안방에 자릴 만들어 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