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토요일에 모여서 초청강사의 강의를 들은 뒤, 회원들끼리 자산관리와 관련된 사례 발표와 토론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모임이었다. 그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모임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 같은 투자 선진국에서는 ‘투자클럽’이라는 10명 안팎의 회원들이 투자에 관한 공부와 친목활동을 하는 모임이 활발하다.

투자클럽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100년 역사를 지닌 미국으로 현재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클럽은 3만500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증권시장이 오늘날처럼 발달한 까닭은 이렇게 수많은 투자클럽이 활성화돼서, 공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투자클럽 중 일리노이주 비어즈타운이라는 한 시골에서 40~60대 부인들 16명이 모여서 만든 ‘비어즈타운 레이디스 투자클럽’이 있다. 이 투자클럽에서 운용하는 펀드는 지난 90년대 10년 동안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500 지수 상승률의 2배가 넘는 운용성적을 올렸다. 웬만한 펀드매니저들도 따라가기 힘든 성적을 올렸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투자클럽의 활동상황을 소개한 책자까지 출판될 정도였다.

이런 비어즈타운 레이디스 투자클럽은 비어즈타운의 ‘일하는 부인들의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이 중심이 돼 83년에 결성됐다고 한다. 회원들의 직업은 가정주부에서부터 교사, 은행원, 농업인, 자영업자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처음엔 회원 1인당 25달러씩을 출자해 은행예금, 채권, 펀드 등에 운용하면서 주식 개별종목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나중에는 주식 개별종목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투자클럽을 설립한 첫 번째 목적은 주식시장 등에 투자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회원들은 교재를 통해 공부하고 모임에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한편 금융전문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했다.

두 번째 목적은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회원끼리 식사를 하거나 여행을 하는 등 기타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보람된 인생을 보내기 위한 ‘사교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목적이 투자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룹의 일원으로 참가함에 따라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조사 분석을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더 많은 투자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 미국의 투자사교클럽은 무려 3만여곳 ■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도 현재 400~500개의 클럽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후반에 정책당국이 투자클럽 관련 규정 정비를 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게 오늘까지 왔다.

2002년 12월에 설립된 ‘타니다 투자클럽’ 경우 30~40대의 중견 샐러리맨과 커리어우먼 15명이 모여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문적인 기업분석 공부를 하기 위해 모였는데, 어려운 책보다는 주식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평가를 실천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져 투자클럽 활동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회원들은 모임을 시작할 때 1만엔(약 10만원)씩을 출자하고, 그 후 월 1회 연구모임을 가질 때마다 5000엔(5만원)씩 내 공동투자를 한다. 출자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회원은 별도로 자신의 자금으로 투자를 한다.

연구모임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종목을 분석해 투자결정을 하며 때로는 전문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의견을 듣기도 한다. 프로 애널리스트들이 쓰는 투자기법을 참고해 매매 법칙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법칙을 지켜나가려 하고 있다.

일본 금융 정책당국도 투자클럽의 활성화를 위해 세법을 비롯한 관련제도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도정비가 끝나면 투자클럽은 더욱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물론 정책당국도 관심 가져야 할 사례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