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에서 최초 개봉하여 전국 56만 관객을 불러모은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많다. <오페라의 유령>을 연출한 조엘 슈마허 감독은 기존의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부득이하게 축약되거나 왜곡되었던 인물들의 캐릭터들을 뮤지컬에 가깝게 되돌려 놓았다. 알고 보면 또 다른, 우리가 몰랐던 <오페라의 유령>에 관한 몇 가지 진실을 소개한다. 이것만 알고 가도, 그만큼 더 재밌다.

캐스팅은 앤드류 로이드 마음대로?

<오페라의 유령> 같은 큰 영화는 늘 그렇듯, 감독과 배우의 캐스팅이 수 차례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은 유독 뮤지컬을 만든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지명했다는 식의 캐스팅이 많았다. 문제는 그의 마음이 늘 바뀌었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조엘 슈마허를 직접 지명했다는 소문이 돌다가 1999년도에는 <엘리자베스>를 본 웨버가 인도감독 셰크하르 카푸르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보도가 났었다. 이 캐스팅 역시 불발이 되고 난 후, 오우삼까지 물망에 오르는 등 감독 직에 난항을 거쳤다. 배우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마이클 크로퍼드와 사라 브라이트만을 지명했다가 <마스크 오브 조로>를 보고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로 바꾼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2004년도판 <오페라의 유령>은 조엘 슈마허 감독과 제라드 버틀러, 에미 로섬 커플로 낙찰됐다.

<오페라의 유령>은 호러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이나 고전영화에서는 로맨스보다 호러로 분류됐었다. 1911년 <오페라의 유령>이 출간되어 잠시 인기를 끌었다가 잊혀지고, 20년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론 채니가 출연한 공포영화로 다시 알려졌던 <오페라의 유령>이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재해석된 것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로 만들면서 부터이다. 1920년에 론 채니가 주연한 무성 호러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호러 장르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팬텀이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에 위협적인 요소로 등장, 로맨스보다는 공포를 일으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후에도 1990년에 만들어진 버트 랭카스터 주연의 <오페라의 유령> 역시 호러장르와 뮤지컬을 적절히 조합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오페라의 유령> 2탄이 있다

영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설 <오페라의 유령2>이 나온 건 꽤 오래 전이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쟈칼>, <오데사 파일>, <전쟁의 개들> 등의 원작소설을 쓴 스릴러 소설의 대가 프레데릭 포사이드는 <오페라의 유령>의 완성도에 의심을 품고 후일담을 만들어내기로 한다. 포사이드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함께 논의를 거듭하여 소설의 골격을 짜고, 원작의 문체와 형식을 빌려와 스피드한 전개가 돋보이는 소설 <오페라의 유령2>를 썼다. 유령의 탄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히고, 크리스틴을 남겨두고 사라진 유령의 행방을 쫓는가 하면 대단원의 결말까지도 만들어낸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전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뮤지컬의 아버지다. 역대 최다관객을 동원한 뮤지컬의 제왕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선셋 대로> 등을 쏟아내며 브로드웨이를 장악했다. 그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은 전세계적으로 30억 달러를 벌어들인 그의 뮤지컬 역사의 정점으로 불린다.

한정판 O.S.T에도 없는 삽입곡

영화에는 뮤지컬에선 전혀 없었던 두 개의 장면이 삽입되었는데, 공동묘지 장면과 영화 전반부에 라울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그 것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영화를 본 뒤 영감을 얻어 이 장면들에 맞는 음악을 작곡했다. 이 곡들은 그 스스로 “영화와 뮤지컬 음악을 혼합한 형태로 만들었다”고 할 만큼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졌다. 한편, 그는 워너브라더스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영화제작을 논의하는 중인데, 여기서도 역시 음악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수한 크리스틴, 에미 로섬이 궁금하다

조엘 슈마허는 <오페라의 유령>의 오디션 장소에 온 에미 로섬을 보고 얼마 전 봤던 <미스틱 리버>의 감동적인 연기를 떠올렸다. 차분하게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아가씨는 소프라노의 전 음역 대를 무난히 소화하는 노래 실력과 7살 때부터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사사를 받아 20편이 넘는 오페라에 출연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2003년작 <미스틱 리버>와 <노라> 재난 블록버스터 <투모로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TV 드라마 <더 오드리 헵번 스토리>에서 젊은 오드리 역을 맡기도 했던 그녀는 각종 시상식에서도 항상 수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던 ‘운 좋은 여배우’.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귀족적이며 우아한 그녀가 <오페라의 유령>에 발탁된 것을 결코 운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