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아빠의 책을 산지 거의 10여년이 넘어가는 듯 합니다. 직장 초년 시절에 재테크를 해보고 싶은 생각에 부자아빠 책을 사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10년을 돌이켜보니 그때는 왜이렇게 돈에 대해 몰랐을까 하는 후회도 가끔들지만, 그래도 그때는 젊음이라는 나름의 가치와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에 볼두했던 터라 다시 돌아간다한들 지금처럼 돈에 대해 관심을 가지진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그 책을 읽고서 내 삶에 변화가 생긴 것은 전혀없습니다. 당시 책을 읽을 때는 당장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긴박한 마음과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허황된 기대로 잔뜩 차있었지만, 그것도 며칠이 지나니 생활 속에 빠져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그동안에 쌓였던 경험과 지식 때문인지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조금 생겼다라고 해야할까요? (아마도 마흔을 바라보는 제 나이가 되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부자아빠에 담긴 내용을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우선, 지출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입니다. 사실 가장 쉬운듯 보이나 가장 어려운 실행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지출의 통제라는 것은 욕구의 통제와 맞물려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흥이나 고가품처럼 욕구를 억제하면 통제할 수 있는 부분들도 상당히 있으나, 재테크를 해야할 상황에 놓은 사람들은 사실 기본적인 욕구 조차도 자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주거, 식생활, 교통 등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분명 이 책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미래의 소득 증가가 결코 쥐경주를 헤메고 있는 우리에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득의 증가는 대부분 지출의 증가를 수반하게 되고, 늘어난 지출은 결국 실직이나 은퇴와 같은 소득의 단절로 인해 경제적 파탄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재테크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선행해야하는게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자산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가난한 사람들은 자산과 부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채를 산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자 자신도 인정했듯이 사실 부채를 산다라는 것은 회계적으로 틀린 표현입니다. 자산의 한 구성요소가 부채이며, 부채는 돈을 융통하는 방법을 의미하고, 자산을 돈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산과 부채를 선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틀린 것이죠. 예를 들어, 아파트(자산)를 매입하는데 있어서 자기 돈(자기자본)과 은행 주택담보대출(부채)를 활용한다면, 자산을 사는 것이지 부채를 사는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자산을 활용하느냐 마느냐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자산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돈을 버는 대로 집을 늘려가거나, 새로운 차를 사는 등의 자산을 구매하지만, 그것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소할 뿐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해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자산을 낭비해버리게 됩니다.

반면 부자들은 종자돈으로 좋은 자산을 매입하여 이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게 됩니다. 이를 금융소득(Passive Income)이라 부르고, Cash Flow 게임에서도 금융소득(Passive Income)이 지출을 넘어섰을 때 쥐경주를 탈출 할 수 있다라고 명시해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소득이 늘때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옮기고 중대형 승용차를 사고, 멋진 명품 가방을 사는 것이 결코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돈을 깔고 앉아서 돈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의 두가지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며, 우리가 재테크를 하는데 있어서 명심해야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도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점이 있습니다. 그의 책은 제목에서도 그렇듯이 매우 자극적인 비교 대상을 만들어 구매를 일으키는 마케팅에 능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도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치가 있는 자산을 높은 가격에 적절한 타이밍에 팔 수 있다라면 매우 좋은 거래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 자체가 너무 마케팅에 치중되어, 사람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근들어 또다시 자극적인 후속책이 출간되어 사람들이 뒤늦게 부자아빠 책이나 Cash Flow를 읽는 것도 그러한 유행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이라면 누구나 기다릴 어린이 날이 왔다. 네살된 아들에게 특별한 어린이 날을 선물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사실 서울이라고 해봐야 어린이 날에 갈만한 곳은 뻔하게 정해져 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곳은 근로자의 날에도 다녀왔던 서울대공원. 어린 아이의 눈에 보인 호랑이, 기린, 하마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나보다. 집에 와서 "소풍 좋아"라고 말하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고 결국 서울대공원을 다시 가기로 했다.

사는 곳에서 서울대공원은 그렇게 멀지 않다. 자동차로 간다면 30분 이내 거리인데, 사당역이나 대공원 근처에서 많이 막히다보니 1시간 이상 걸리게 된다. 그래서 아내가 자가용이 아닌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했다. 난 난감했다. 아이와 함께 놀러갈때 정한 아내와의 원칙 중에 하나가 "대중 교통을 타고 가자"는 것이었다. 유류비도 아끼고, 세상의 모습도 보여주고, 가는 동안 많은 대화도 할 수 있기에 가까운 서점을 가거나 쇼핑몰을 갈때면 대부분 대중교통을 타고 간다. 그래서 우리집 차는 차를 산지 5년이 되었는데 3만 2천km 밖에 되지 않은 거의 새차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난감해했던 이유는 소풍을 가기 위한 짐이 적지 않았던 데다가, 요즘들어 아이가 자꾸만 걷지 않고 아빠한테 안겨 갈려는 데 있었다. 다른 아이와 달리 어릴적 부터 많이 먹고 잘 잔 덕에 또래 애보다 키가 한뼘 이상 더 크고 몸무게도 5~6kg 이상 더 나갈정도로 우량아인데, 10분 정도만 안고서 걸어가면 팔이 아파서 쉬어야 할 정도다. 또래 엄마 아빠들을 만나면 여섯 일곱살로 여길 정도로 월등히 체격과 힘이 좋다. 아이의 이런 건강함은 부모로써 뿌듯함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대중교통을 타고 가기에는 보통 부담이 되는게 아니다. 그렇지만 아내의 단호한(?) 의사결정 덕에 유모차에 아들을 싣고서 6호선 -> 4호선을 타고 서울대공원으로 향했다.

대중교통을 타야한다라고 많은 정책 홍보가 있긴 하지만, 실제 대중교통을 타고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특히 환승을 할때 유모차와 아기를 안고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남자도 힘에 겨울 정도다. 6호선과 4호선 환승은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결국 아이와 유모차를 안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이(20kg)와 유모차(10kg)를 합하면 30kg 정도 되는 무게다. 정말 아빠가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다. 또한 지하철을 탈때 유모차 바퀴가 틈새에 낄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고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곳에서는 유모차를 싣고 탈때는 상당히 위험한 곳이다. 그리고 불과 1cm 정도되는 둔턱이 유모차를 끌기에 불편한 것인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는 이렇게 대중교통을 타지 않도록 권장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도 아이에게 행복한 경험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서울대공원에 도착했다. 그곳을 가는 동안 다양한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셋이나 된 아이를 데리고 뿌듯해하는 부모들 부터, 손자를 데려온건가 아님 늦둥이가 생긴건가라고 생각할 만큼 나이가 있는 부모들.. 그중에서도 가장 안쓰러운 것은 엄마 혼자서 아이를 데려온 경우다. 안쓰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남자도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힘이 든데, 엄마 혼자서 짐과 아이까지 챙기는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사정은 다를 것이다. 이혼이나 사별로 아빠가 없을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갈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못된 아빠를 만나서 둘만 어린이 날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도와줄일이 없나라고 고민될 정도로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가 떼를 쓰거나 잘못을 했을 때 길거리나 유원지에서 벌어지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이다. 아이가 주위의 사물에 눈길을 빼앗겨 엄마의 손을 놓치거나, 여섯살임에도 치마에 소변을 누거나, 뭔가를 사달라고 난리를 치거나.. 부모라면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이 당황스러운 순간을 부모마다 천차만별의 태도로 아이를 대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장면은 바로 길거리에서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는 엄마 아빠다. 그것도 훈계 정도가 아니라 감정이 폭발할 상태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이다. 아이가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저렇게 감정이 실려서 아이를 때리는 것일까라는 오지랍 넓은 고민을 해본다.

결혼 생활에서 아이의 탄생은 대부분의 가정에 축복이다. 아이는 탄생과 성장 자체만으로도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고, 행복을 안겨다 준다. 설사 부부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엄마에게 만큼은 아이의 존재 자체가 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 준다. 그렇지만 아이의 탄생으로 인해 부모가 짊어져야 할 의무는 누군가에게는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먹이는 것, 재우는 것, 입히는 것, 보호하는 것, 아이의 생존 본능 자체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그 모든 것에서 부모들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많은 이들을 해야 하고, 그것으로 인해 부부간에는 예전에 없던 대화를 해야 하고, 노력을 해야 하고,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데 왜 축복이 되어야 할 아이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일까? 부부의 갈등이 육아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육아의 부담이 부부 갈등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부부의 어떤 마음과 행동이 가족 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일까?

내 나이 서른 아홉.. 내년이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지 30년이 된다. 열살이던 해 여름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육남매, 그리고 큰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남아있는 기억이라고는 술에 빠져서 밤마다 폭언과 함께 술을 사오라던 모습, 그러니 농사일은 어머니의 몫이 되어버리고 형과 누나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후 남은 삼남매는 셋이서 커야 했다. 술, 담배, 폭언, 폭력.. 그게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모습이었고, 난 그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애를 썼다. "누구집 자식이니 저렇게 된거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가급적 마시지 않고, 폭력적이거나 폭언을 하지 않는 나로 자랄려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살아온 30년 동안 내 삶에 철저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난 여전히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끊임없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아이가 성장하는 지금도 난 여전히 고민에 빠져있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 내가 살아온 모습을 투영해보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끊임없이 던진다. 만약 이 고민이 정말 좋은 결과를 만들어준다면 그것은 내 아버지 덕분일 것이다. "아버지 처럼은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결과였으니..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가 피해야할 부담이 아니었던 것 같다. 돐 되기 전까지 분유먹이기, 기저귀 갈기, 목욕, 빨래는 내가 도맡아 했다. 아내가 원해서도 아니었고, 오로지 내가 해야할 아빠의 역할이라 생각을 했다. 귀저기 가는 것은 형수님들이 놀랄정도로 수준급이다. 돌이 되기 전까지는 회사 일이 많아도 일찍 퇴근해서 아이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간 다음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다시 1시쯤 분유와 기저귀를 간 후에 일년동안 서너시간 정도 잠을 잤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아빠를 더 잘 따른다. 출근할때도 아빠가 회사 가는 것 때문에 우는 경우가 많다. 키워주시는 외할머니나 엄마가 없어도 아빠와 있을때는 혼자서도 잘 논다. 엄마와의 분리불안증도 없다. 육아를 아빠가 대부분 하니, 아내는 한결 여유롭다. 책도 읽을 수 있고, 장모님과 요가도 다닐 수 있다. 그러니 남편인 나와의 관계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아이에게나 아내에게나 아빠의 역할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아이를 키운지 3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생각해보니 아빠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자 한 행동들이 아이를 건강하고, 밝게 키운 것이다. 살아오면서 내가 한 행동중에 몇 안되는 잘 한 일이다. 이것은 아내도 확실하게 인정해준다. 아들은 아빠하나 만큼은 잘 만났다라고.. 그러면서 아들한테 쏟는 애정을 반이라도 나한테 쏟아보라고 귀여운 핀잔을 준다.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부모만큼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도 드물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가 끼쳤던 영향을 그대로 대물려주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을 인지하든 못하든 분명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은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그것을 다시 아이에게 되물려준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미움일수도, 증오일수도, 무관심일수도 있다. 당신이 물려받은 것을 당신은 아이에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당신에게서 받은 그 유산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 유산은 아이의 인생을 결정 짓는 매우 중요한 인자가 된다. 그러니 어찌 부모로서 게으를 수 있겠는가?

당신은 당신의 아이가 평생을 살면서 닮고 싶은 부모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닮고 싶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은가? 그것은 지금 당신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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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까페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 경자네!  http://cafe.naver.com/replanrestart

경제적 자유를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재테크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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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매달 월말이 되면 가계부를 올리지만 우리집은 아내가 가계부를 쓰기에 특별히 내가 가계부를 올릴 일은 없다.

그 대신 매일 점검하는 계획표를 가계부 처럼 점검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가장 일이 많았던 4월.. 벌써 한달이 지나버렸다.

[업무]

 

소속된 조직의 중장기 중점 사업을 맡다보니 4월은 무척 바쁜 달이었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나니,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목표보다 더 중요한 포지셔닝이라고나 할까.. 특히 내가 많이 부족한 문제해결형 인재가 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쓰고, 문서 정리하는데 익숙해서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게 많이 꺼려졌었는데.. 마음과 태도를 바꾸니 그 일이 어렵지많은 않다.

[역량]

 

무리하게 잡은 계획들은 몇달만 지나도 표가 난다. 특히 자격증을 따겠다라는 생각은 너무나 쉽게 결정한 것 같다. 몇 년 전 증권투자 상담사를 2주 공부하고 합격해서 자만감에 잡혀있어서 그런걸까. 제대로 하는 것은 책 읽는 것 뿐이다. 올해도 책 읽는 것은 목표 초과달성 할 것 같다. 역시 책 쓰는 일, 아니 글을 쓰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재무/건강]

내가 주식으로 돈벌던 시대는 가버린 것일까? 팔까 말까 고민하다가 놓쳐버린 주식들이 안타깝다. 누가 장기투자라고 했던가.. 대한항공을 장기투자했더니 장기로 묻어두게 되었다. 벌써 5년동안 반토막이라니...

건강 검진을 받고 결과를 받아보니 나쁘진 않았다. 한달 전부터 속이 쓰려 좋아하던 커피까지 단숨에 끊어버렸는데, 남들 만큼 다 있는 초기 위염이라고 식습관을 조절하라고 한다. 커피를 끊으니 속 쓰리던 것이 사라져서 좋은데, 가끔은 커피 생각이 난다. 금단현상인가...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봉지커피를 끊다니.." 놀라워 한다. 커피 끊은 지 한달이 지날 때마다 책 한권씩 사주기로 했다.

[부부]

 

네이버에 재테크 까페(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 경자네)를 만들면서 아내와의 대화시간이 늘어났다. 까페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가계부를 보면서 반성도 하면서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요즘들어 회사일에 바빠져서 아내를 잘 챙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항상 나의 반려자인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아빠]

요즘 아이가 단어에서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새로운 문장을 할때마다 아내와 나는 웃음꽃이 핀다.
세상에 아이만큼 신비로운 존재가 있을까.. 몇달전 늦게 잘려고 하고, 밥을 제때 안먹을려고 하고, 양치질을 안할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엉덩이 맴매 두번으로 고쳐졌다.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고 한동안 마음이 짠했는데, 그래도 나쁜 버릇이 고쳐진 것은 다행이랄까..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전히 고민이다. 아이는 늘 아빠를 찾고 있는데, 아빠는 늘 제대로 된 아빠의 모습을 찾고 있다.

[가족/사회]

부모의 역할을 하다보니 자식의 역할을 잊은 듯 하다. 그래서 내리 사랑이라고 하는 걸까.. 양가 부모님들은 항상 그 자리에 서 계시겠지..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시겠지 하는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읽은 책]

그와의 대화는 오후 1시쯤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간헐적으로 그가 상황을 설명한 것 외에는 대부분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는 나와 동갑내기였으나 결혼을 먼저한 선배(?)의 이야기로 받아들인건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 쥐푸라기라도 잡고싶어서인지 내 말에 대해 귀담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조언이 그의 결혼생활을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건 온전히 그와 상대방의 노력에 달려있다. 아니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둘 사이가 많이 호전되어 행복한 신혼을 누릴지도 모른다.

부부 갈등의 원인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주위 가족과의 갈등 문제, 금전 문제, 역할 분담 문제, 생활 습관 문제 등으로 정리가 된다.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는 사람들은 아마 부부 사이의 신뢰관계도 두터울 것이다. 반대라면, 문제로 인해 부부 간의 신뢰는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점점 작아지고 있을 것이다. 신뢰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동정만이 남아 있다. 지금의 이 결과는 나로 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부터 시작되었으며 나는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피해자는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애초 결혼 생활 자체는 여자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 생물학, 사회적인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예나 지금이나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쓰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사후 대처에만 익숙해져있다. 그가 접근 했던 방법도 "상대방의 자기중심적인 단점"을 보는 순간 "저 태도를 바꾸게 해야겠구나"하는 조치를 취했다. 결국 상대방에게 "너의 그런 태도는 나를 난감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바꿔라"로 요약된다. 그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다시 재차 따지게 된다. 다행이 그때는 나의 명분을 강화해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유사한 사건들이 더 생기게 된다. 허나, 상황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태도,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법이다.

우리 사회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예방 활동이 부족했다"라고 신문에서 떠들듯이, 우리의 개인 생활 또한 예방을 위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하다. 결혼하게되면 함께 살면 서로가 저절로 이해하게 되고, 나의 뜻을 따르게 될거라 생각한다.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서 나온 보이지 않는 신뢰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둘 간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가족관계, 금전관계, 생활 습관 속에 내재된 잠재된 위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문제를 맞닥드리다보니 대부분이 동일한 말투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게 되면 "당신이 이해해. 어쩔 수 없잖아", "당신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내가 회사에서 놀다 오는 줄 알아?"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하면 안돼?"라는 상처주고 마음을 닫게 만드는 말만 되풀이하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책, TV, 인터넷에서 읽었던 부부 문제의 대부분은 이런 패턴이었다. 그런 패턴을 보일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게 되고, 이혼 얘기가 한번 이상은 오간 부부들이란 점이다.

무엇이 부족해서일까?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좋은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왜 배우자는 나의 문제만 지적을 하는 것일까? 나도 나름대로 돈도 벌고 집안일을 열심히 도와주는데 왜 맨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것일까? 도무지 상대방이 바뀌지 않고서야 해결되지 않는 그런 고민 속에서 부부의 아침은 시작된다.

출처: 네이버까페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 경자네" http://cafe.naver.com/replanrestart"

유부남이된 친구와의 첫 점심 식사였다. 결혼은 잘 치뤘는지.. 신혼은 어떤지.. 이런 근황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한마디 한다. "나 솔직히 결혼 생활에 자신이 없다.." 이제 신혼여행 다녀온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벌써 자신감이 없어지다니.. 너무나 빠른 결혼 결정 만큼이나 놀라운 말이었다.

이유인 즉슨, 결혼하기 전부터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태도나 말투를 가진 와이프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라는 것이다. 그래도 결혼 전에는 "결혼을 해야 하니까..."라는 절박함에 그런 결점들을 애써 외면했는데, 가족들과의 접촉 횟수가 늘어나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그 단점들이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만큼 두드러져보이는 것 같았다. 애써 나를 설득하려는 듯 와이프의 그런 자기중심적인 태도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주었다.

성급한 결정 만큼이나 너무 쉽게 튀어나온 둘 사이의 갈등.. 그것은 충분히 결혼 생활 자체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거리였다. 마흔을 앞둔 그의 나이와 서른 여섯의 그녀의 나이는.. 그 나이 만큼 너무나 굳어진 자기만의 생활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상대와 함께 융화하기에는 너무나 경계선이 명확했다. 그러니, 좌충우돌 쌓우면서도 서로를 닮아가는 젊은 부부에 비해 더 위험하다고나 해야할까..

그에게서 그간에 있었던 그런 사건들을 다 듣고 난 후 내 말이 이어졌다.

"폭력/외도/도박과 같은 범법적 행동이 아니라면, 사실 부부사이의 갈등은 옳고 그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 기준에서 오는 거라 본다. 그리고 그 가치 기준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 관심, 이해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지.

만약 네가 "저 사람의 저런 자기 중심적 태도는 문제야"라고 인식하는 순간, 결혼 생활은 단점만이 점점 보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어 있어. 단점을 보게 되면 그것을 바꿔야 해 라는 자기 중심적인 당위성을 가질려고 하지. 그래서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고 바꿔야 한다고 잔소리가 늘어나게 되지...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의 태도, 행동, 말투가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것들은 자기 존재 자체거든. 만약 그게 문제라고 누군가가 지적한다면, 그것도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배우자가 지적하면서 바꾸려 든다면 심각한 자기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야.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그 말에 대해 서로의 신뢰가 낮거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 수록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어. 아직 나 자신을 바꿔야 할 만큼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나 또한 상대방의 단점을 보고 있음에도 참고 있는데 "적반하장"격으로 바꾸라고 하니 기가 찰 수 밖에 없지. 그러면 당장 튀어 나오는 말은 "그럼 너는? 넌 뭐가 잘 했는데?"라는 말이지. 그렇게 부부는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벗어나 점점 감정적인 상처만을 남긴채 서로가 쌓아둔 신뢰를 무너 뜨리게 되지. 그런일이 반복 되다 보면 "그 어떤 사실"이나 "진실"도 믿지 못하게 되고, 오로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편만 남게 되는거지.

TV방송에서든... 인터넷 글에서든.. 부부관계가 악화된 이들의 내용을 들어보면 둘다 옳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야. 그게 바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빚어지는 부부간의 갈등의 결과야.. 오랜 시간이 흘러 너를 만나 너의 단점을 쉽게 말하진 못하지만, 너의 와이프 또한 나름의 논리로 너의 문제점을 보았을 거야. 다만, 이야기는 하지 않지.. 네가 상대방에 대해 지적하기 전까지는..

난 개인적으로 부부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부부간의 대화라는게 어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하는게 아니라, 맞벌이라면 출근하면서 퇴근하면서, 평일에는 산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상의 많은 얘기 들을 하는거지. 그 대화의 내용은 "뭐 했니? 뭐 해야 하니?"와 같은 해야할 일 얘기가 아니라, 주위의 사건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측면에서도 보고 저 측면에서도 보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나누는 대화라는거야.

만약 가족관계에 트러블이 있을 수 있다라면, 가족 구성원이 살아온 과거의 이야기들,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이유라고 추정되는 것들... 이런 것들을 강요하거나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 없이 서로가 주고 받는 것이지."

그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회사에는 고등학교 친구녀석이 있다. 비록 다른 본부에 소속되어 있어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회사에서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름 도움이 많이 된다. 같은 회사 다니는 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내가 발표하는 세미나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음에도 그렇게 잘 알지 못하는 친구였는데도 금새 친해지게 되었다. 20여년의 시간이 그만큼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고나 할까... 서로 아무리 쳐다봐도 고등학교 때의 그 풋풋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별한 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사내 메신저로 불러내서 틈틈히 점심을 함께 먹었다. 그런데 늦은 나이임에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했으나, 오랜 만에 만났는지 쉽게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진 못했다. 작년 여름 쯤 친구가 옛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5년 전 쯤에 파혼 한 적이 있었다고... 정확하게 원인을 이야기해주진 않았으나, 돈에 대한 갈등이 컸다라는 줄거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여름.. 친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음악을 전공해서 피아노 강사를 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는 그의 말에 '좀 늦었지만 이제 장가를 가는구나'라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만날 때 마다 스토리는 점점 바뀌어갔다. 어느 사장집 귀한 딸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우울증 증세가 있다라는 얘기도 들리고.. 친구처럼 평범하지 않은 상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결혼까지 했는데, 며칠만에 이혼했다"라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친구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기미가 보였다. 그런데도 둘은 결혼을 약속해버렸다. 부자집 답게 냉랭한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이혼녀'라는 과거의 아픔 때문인지 마지못해 허락을 받아둔 상태였다.

결혼식은 가족들만 참석하기로 했다. 친구녀석은 '파혼'의 과거가, 배우자는 '이혼'의 과거가 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으나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라는 그의 말에 축하한다라는 말만 전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그분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런데, 친구녀석 말로는 우울증 증세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신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결혼식은 열리지도, 그는 결혼도 하지 못했다. 두번째의 파혼이었다. 그게 작년 11월의 일이었다. 누구한테 이 상황을 이야기해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전개였다. 그래서 그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해라" 라는 말 밖에는..

사실 그는 장남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했다. 조건도 나쁘진 않았다. 키도 적당했고, 명문대 나오고, 대기업 다니고, 모은 돈도 있어 집도 사두었다. 그런데 유독 여자문제만은 풀리지가 않았다. 그에게는 남들이 쉽게해서 쉽게 이혼해버리는 그 평범한 결혼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후 몇개월이 지나 2월에 다시 밥을 먹었다. 밥을 먹는 내내 그의 행동이 부산했다. 문자를 보냈다가, 통화를 했다가.. 여자라는 직감이 스쳤다. 그래서 물어보니 "사실 크리스마스 때 소개팅으로 만났다. 모 카드사에서 일하고, 자기계발을 많이해서 결혼이 늦어졌고, 목표의식이 강해서 사회적으로 성공을 목표로한다"는.. 뭐 그런 외적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이미 결혼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젠장...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그리고 그 결혼은 4월 둘째주 일요일이었다. 두달 만에 결혼 약속, 두달만에 결혼 준비.. 그리고 결혼..

그가 이야기 하는 그녀는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것 빼고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대기업금융사의 차장에, 재테크에도 밝아 본인명의의 아파트도 있고, 자기관리가 철저해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그런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리고 장녀라보니 책임감도 강해, 집안일을 이끌어가는 가장역할 까지 하고 있었다. 이런 스타일이라보니 "늦어버린 결혼"에 지친 친구는 그녀가 하자는대로 내맡기고 있었다. 사실 그도 자기고집이나 주관이 만만치 않은데 이 결혼 만큼은 오로지 그녀에게 일임해버렸다. 마치 인생 전체를 내맡긴 것 처럼..  결혼식은 공교롭게도 또 가족만 초대하는 결혼식이었다. 그건 과거의 경험과 가정 형편 때문에 서로가 원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지난주에 조용히 결혼을 치뤘다.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결혼 축하를 뒤늦게나마 해줄려고 점심먹자하며 그를 만났다.

출처: 네이버까페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 경자네" http://cafe.naver.com/replanrestart

낮잠을 자던 아이가 깨자 아내와 근처 놀이방을 들렀다가 대형마트를 가기 위해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허름한 복장의 40대 아주머니가 한 박스 정도의 토마토와 뻥튀기류의 과자 열여봉지를 길바닥에 펼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위치라서 그런지 한눈에 띄었다. 바로 앞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놀이방.. 놀이방에서 1시간 정도 아이와 보내고 다시 나와보니 그 상태 그대로 아주머니는 연신 토마토만 정리하고 있었다. 우린 근처 대형마트를 향했다.

마트를 향해 걷는 동안 갑자기 토마토를 팔던 아주머니가 생각 나서 아내에게 말했다. "저 아주머니 토마토 몇개나 팔까? 내 생각에는 저렇게 토마토나 과자 팔려고 멍하니 서있느니 차라리 식당에 가서 일하는 것이 돈을 더 모으지 않을까? 최소한 토마토를 팔기 위해 서 있는 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토마토를 팔지 못해 버리게 될 일은 없을 테니.." 아내도 나의 말에 동의한다. 물론 오죽했으면 저렇게 자리깔고 장사를 해야 했을까? 내가 이해하지 못할 부득이한 상황이 있을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 분은 과연 얼마나 많은 토마토를 팔수 있었을까? 토마토나 과자가 문제가 있어 보인 것도 아니다. 그 분의 인상이 나빠보여서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해서는 토마토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그 분이 서있던 그 자리에는 SSM이라는 H플러스 마트가 있었고, 5분 거리에는 E마트가 있었고, 반경 100미터 내에만도 과일가게가 5개가 있다. 아주머니를 통하지 않고서도 토마토든 과자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주머니는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기만 할 뿐 그것을 팔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마치 토마토나 과자를 지키는 사람처럼 보였다. 장사를 하는게, 남들 앞에서 영업을 하는게 쉽지 않아서였겠지.. 이해된다. 나 조차도 그런걸 누군가 시키면 사람을 붙잡고서 물건을 판다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분의 그런 시간이나 노력이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경쟁력이 없는 물건을 팔 수 없다면, 이야기라도 팔아야 했다. 지나가는 이에게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던가, 다른 곳보다 더 싸고 좋은 물건이라고 설득을 하던가, 길가던 이가 멈출만한 그래서 최소한 살까 말까 고민이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장사라는 사업이 갖춰야 할 요소였다.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서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변하지 못하며 그 어떤 것도 이룰수가 없는 것이다.

방송에서 또는 인터넷에서 달인으로, 사업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게 아니라 스토리를 판다는 점이다. 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어려운 유년 시절, 성공을 위한 노력, 상품이나 서비스에 담긴 특수한 비법(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증빙되지도 않은) 이것들을 자신과 방송 작가가 적당히 요리해서 식탁에 올려놓는다. 어쩌면 다른 이들도 그들만큼 노력했고,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스토리를 적절하게 만들어서 상품과 함께 팔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의 예를 들면, 어느 과수원에서 매년 큰 수확을 거두다가 한 해는 폭풍우로 대부분의 사과가 떨어져버려 큰 손실이 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과가 떨어지고 일부의 사과만이 남았으니 떨어진 사과를 본 주인의 심정이 오죽했으랴.. 절망에 빠져있던 그가 눈길을 돌린 것은 바로 사과나무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사과들이었다. 그 사과를 본 주인은 무릎을 탁 쳤다. "폭풍우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를 시험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합격사과로 쓰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이 떠오른 주인은 남은 사과를 모두 모아 "폭풍우에도 떨어지지 않은 합격사과"라는 문구를 넣어 높은 가격에 팔았다고 한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합격사과는 높은 이익을 가져다 주어 떨어진 사과의 손실보다 더 큰 이익을 남겨주었다고 한다. 실제 방송에 상영된 사례를 보고 현대의 소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게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명품 가방이 동일한 제품 수준임에도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야기와 경험을 사는게 아닐까 한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경자네" 까페를 만들때 모네타 가계부를 쓰는 몇분을 초대해서 함께 까페를 꾸려나가자고 했다. 내가 그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바로 가계부 안에 담겨있는 스토리이다. 일반 가계부를 쓰는 이들이 쓴 항목이나 금액만을 이야기 할때, 그들의 가계부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마도 그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의 삶일 수도 있고, 그들만이 가진 독특한 인생의 색깔일 수 있다. 그 이야기가 남들보다 훨씬 가치가 있고, 많은 이들이 그들의 가계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새롭게 만들어진 까페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좀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그 이야기가 좀더 깊어져서 높은 상품성을 가지게 되길 기대한다. 집에서 필요하니까 써봤어요가 아니라, 우리의 고민이 될 수 있는 그들의 고민을 이야하기고, 우리가 앞으로 겪을 수 있을 경험을 우리의 지혜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그런 스토리가 담겨서 그들이 생활의 달인 처럼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들은 분명 그럴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다.

1시간의 마트 쇼핑을 마치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아주머니는 여전히 토마토만 만지고 있다. 그리고 그 토마토는 단 한개도 팔리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팔지 못한 것은 토마토가 아니라 이야기였다.

출처;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 http://cafe.naver.com/replanrestart

가계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네타(www.moneta.co.kr)에는 융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분이 있다. 가계부를 남자가 쓴다는 것이 아직은 보편화된 인식이 아니기에, 그의 글은 사람들에게 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다른 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남자가 가계부를 쓴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들이 따라하기 힘든 재테크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가계부를 올릴 때 즈음에는 "내가 뭐 사먹자"라는 말을 할 때면 아내가 융귀씨의 가계부를 꺼내들곤 한다. 그만큼 남들의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다. 그에 대해서는 직접 가계부를 읽어보는게 좋을 듯하나, 간략히 얘기하면 수입의 대부분은 저축과 투자를 하며, 최소의 주거비로 생활하며, 가구 같은 것은 스스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며, 생활비 또한 남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절약하는 생활을 한다.

그를 오랜만에 홍대에서 만났다. 사실 그를 만나려던 이유는 새롭게 만든 까페를 함께 꾸려나가자는 제안과 함께 Cash Flow라는 까페를 운영중인 "부자학생"이라는 스무살 짜리 대학생을 함께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넷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온 이들에게 그에 대해 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그가 한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는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공사에 다닌다. 그가 하는 말이 "그곳에 다닌 사람들은 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돈에 대해 걱정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정년까지 짤릴리도 없고, 정년 후에도 하청업체로 취직을 해서 70세까지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벤치만 돌릴줄 안다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죠."

그나마 최근들어서 민영화 바람에 몰아치면서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공공노조라는 버팀목과 공사라는 위치를 강하게 믿고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 버팀목과 위치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타성에 젖어버린다고 한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되겠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암울했어요. 그래서 난 저렇게 되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에 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가계부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그의 현재 위치는 언제 짤릴지 모르는 직장인과 그 배우자가 부러워 할만한 경제적인 자유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풍족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평생 직업의 조건이랄까.. 그런 상황속에서 재테크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놀랍지만 재테크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이 결코 따라하기 힘든 수준의 실천을 한다는게 놀랍기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와 직원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가 더 많은 돈을 모을 것이란 정도의 차이일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와 타직원들 간의 차이는 그런 물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바로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사회에서 공기업이나 공사가 10년 후, 20년 후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유지된다면 아마 그의 행동은 쓸데없는 기우에 의한 어리석은 행동으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과거가 그러했으니까 그런 취급은 더욱 설득력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최근에 급변하는 사회 흐름처럼 공공기관이나 공사가 크게 변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당장에라도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벌써 벌어져 있는 상황인데, 10여년 후 아니 20여년 후에는 어떤 차이가 벌어져있을 지는 상상이 간다.

"누가 내 치즈를 훔쳤을까"라고 직원들은 도둑을 의심하여 창고안을 뒤적이고 있을 때, 그는 창고 안에 치즈가 언젠가는 없어질 거란 사실을 알고서 새 치즈를 찾아 길을 떠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그를 다른이와 구별 짓는 결정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그가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불구하고 나 조차도 많이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다니는 기업은 치열한 생존을 위해 매일 매일 고성이 오가는 일반 기업이다. 최근들어 그룹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더더욱 변화를 강조한다. 변화는 회사를 넘어서 사회가 요구를 한다. 그러나 늘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만이 있을 뿐 그 변화를 위한 능력을 준비하거나 실행하는데는 늘 뒤쳐져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를 가까이 두고 그와 함께 일을 도모할 기회가 있다는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의 성장을 지켜본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출처: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내딛는 네걸음 http://cafe.naver.com/replanre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