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새 정부의 양도소득세 강화 정책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2% 안팎 조정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겉으로 두드러진 북한 리스크 못지않게 세금 이슈가 투자자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세제개편안에서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과 세율을 대폭 확대했다. 현재는 개별 주식 보유 지분이 25억원 이상이어야 과세 대상이지만 내년에는 15억원, 2020년엔 10억원, 2021년부터는 3억원만 보유해도 과세대상이 된다. 양도차익이 3억원을 넘는 경우 세율도 당장 내년부터 25%(현행 20%)로 오른다. 양도세 폭탄 우려에 코스피는 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 1.7% 폭락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 대주주 과세 요건도 내년부터 지분 5% 이상 보유(현행 25% 이상)로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수급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득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는 거래세 징수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자본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문제는 주식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는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보유한 주식을 매도할 때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0.3%) 인하에 대한 로드맵은 이번 개편안에서 거론조차 안 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거래세 수준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홍콩은 0.2%(자본이득세 없음), 중국은 0.1%(자본이득세 10% 외국인에겐 면제)다. 대만은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대신 기존 0.3%이던 거래세를 올해부터 절반인 0.15%로 인하했다. 주식양도차익에 전면적인 과세를 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거래세가 아예 없다.

정부가 거래세 인하에 침묵하는 속내는 훤히 들여다보인다. 현재 주식 거래세로 매년 꼬박꼬박 3조원가량의 큰돈이 걷히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쉽고 안정적인 세수를 놓치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과세 체계를 마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조세 정의를 정립하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는 차원에서도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이 반드시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증권부 = 최재원 기자 himiso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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