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니 집사람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친구가 조금만 인형을 잊어버렸는데

그 물건이 딸한테서 발견이 되었다는 겁니다

집사람이 “OO아!! 너 이거 어디서 난거니?” 하고 물으니

"어 그거 아무개가 줬어요" 라고 하더랍니다.

집에 와서 추궁하니 자기가 가지고 싶어서 가져왔다고 하더랍니다.

집사람은 충격을 받았겠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 말을 듣고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추궁하던 도중에 그만 손찌검 까지 하고 말았습니다.(제가 미쳤지요.)

여태까지 훔친 물건 목록과 이유를 적어보라 했더니..

누구 스티커 이뻐서

누구 지우개 가지고 싶어서.

누구 스티커 이뻐서.

누구 지우개, 빗 이뻐서

다섯가지 정도의 목록을 적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훔친 물건 가져오라 했더니 몇 개는 잃어버리고

남은 물건 몇가지만 찾아서 가지고 오는데..

어이가 없더군요..

너덜너널한 스티커, 쓰다남은 지우개, 버려도 집어가지 않을 머리빗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흘리는 초등학교 1학년 짜리를 불러

조용히 물었습니다.

"왜! 남의 물건을 가지고 왔어..엄마! 아빠한테 사달라 그러면 되잖아.. 이런거 어디다 쓴다고 그랬어."

울면서 이야기 합니다..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면 필요도 없는거 왜 사냐고 안사주셨어요.."

“동생이 미우니? 엄마 아빠가 동생만 사랑하는 것 같아서.. 동생이 미우니”

“아니요.. 동생이 믿지는 않은데... 엄마 아빠가 동생만 사랑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요..”

눈물이 핑 돌더군요..

훔쳐운 물건이라는게 꼭 자기 같은 물건만 훔쳐온 것 같아서요..

주인한테 버림 받은 듯한 물건만 가져다가

자기처럼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물건만 훔쳐온 것 같아서요..

딸아이를 부등껴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첫 딸이라고 고마워서 물고 빨고 하다가

남동생 태어나고 상처만 준거 같아서

참을 수 없이 제가 미웠고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잠든 딸아이의 옷을 들쳐보니 시퍼런 피멍이 마구잡이로 들었더군요..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7돌된 녀석이 얼마나 아팠을까.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이렇게 까지..

값어치로 따지면 돈 1000원도 안되는걸

나는 자라면서 남의 물건 손 안댄 것도 아니고

그 보다 못된 짓도 서슴없이 하면서 컸으면서

그 동안 아이가 준 기쁨은 생각해 보지도 않으면서..

아이는 부모의 자화상이라고 했는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저녁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껑충껑충 뛰면서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정말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준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