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무척 스산하던 날로 기억한다.

끼이익 비명을 지르는 문을 열고 난 혼자 길을 나섰다.

어디쯤 왔을까

쫓아 오던 달이 사라지고

먼 동을 따라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눈앞에 어둠이 사라지고 먼 하늘과 맞닿은

내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체 난 어디를 걷고 있었던 것일까?

곱디 고운 하늘은 그저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주저하지 말고 걸어가라고 가르킨다.

아마도 저길은 하늘을 만나는 길인가 보다.

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그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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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식 누군가가 상기시켜주는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

참으로 멋진 말이 아닌가?

"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

사람들이 「나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난 여지껏 나를 죽은 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잠자는 자아는 말이 없다.

자존심이 없는 자아는 느낄 수도, 볼 수 도 없다.

내가 가진 하늘을 향해 두팔을 당당히 펼칠 수 도 없는 못난이였다.

사람들이 나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난 죽은 나무였다.

그런데 이 시인은 나에게 묻는다.

"그게 정말 너냐?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시인은 다시 나에게 말한다.

"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

나는 이제 죽은 나무가 아니다.

당신은 살아있습니까?

난 항상 꿈을 꾸지..
그래 어딘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몰라..
다만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고 쉬는 곳일뿐.

그런데 난 왜 아직도 떠나지 못하는 걸까?
다른 이들의 빠른 발자국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한숨만 내뱉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야.

난 무언가 항상 원하고 있어.
내 영혼을 적셔주고 씻어줄 무언가를..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이따금 생채기처럼 생겨난 허무에
영혼이 기울어져가는 것을 느끼지만
그저 느끼고 있을뿐..
그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깨달은 거야.

얼마만큼 이 긴 꿈을 꿔야 하는 걸까.
내가 껍질을 깨고 나올때는 언제일까.
내 안의 또 다른 껍질이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두렵기도 하지만
여기 이자리에 영영 굳어버리고 싶지는 않아.

오늘도 난 두손을 영혼에 얹고 꿈을 꿀꺼야.
꼭 감긴 두눈으로 꿈을 볼테고,
굳은 두다리는 얌전히 자리를 지킬꺼야.
내 귀는 모든걸 잊고 꿈이 부르는 노랠듣겠지.
"내일은 이 꿈을 깰테니까 어서 잠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