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작가 정유정, 죽을힘을 다해 인생을 사는
무기력한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

이제 5번째 수상작을 내보내는 세계문학상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대 수상작인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적당한 문학성을 갖춘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을 배출해, 독자에게 품위와 재미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수상작에는 황석영 은희경 박범신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의 찬사가 요란했다.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심사평까지 듣는다. 그 작가에 대해서, 작품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문학상은 1억원이라는 고액의 고료로 유명하잖아요?

맞습니다. 파격적인 상금이죠. 저로서는 1억원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통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만한 돈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요. 몽땅 현금으로 찾아다 방바닥에 깔아놓으면 실감날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세계문학상은 문학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작품들의 산실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내 심장을 쏴라>는 작가 입장에서 어떤 면이 더 뚜렷한가요?

아이고. 난처한 질문이네요. 저야 둘 다 갖췄다고 마구 주장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돌을 맞을 거 같고요. 어쨌거나 트렌디한 소설이 아닌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귀띔으로 들은 ‘설’에 의하면 금년도 심사경향이 ‘서사’에 기울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문학성을 정의하는 요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제가 추구하는 소설은 ‘정직하고 힘있는 이야기’입니다. <내 심장을 쏴라>의 소재는 어떤 것에서 시작되죠?

‘운명이 내 삶을 침몰 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무대로 두 젊은 남자를 등장시켜, 그 답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고요. 대학 3학년 여름에 한달동안 정신과 실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만났던 환자가 이 소설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승민’의 모델이 됐습니다.

정신병원에서 두 부류의 인간이 주인공으로 나오죠. 쉽게 말해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그 두 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미쳐서 갇힌 자’는 이 소설의 1인칭 화자로 이수명이라는 인물입니다. 편집성분열증과 공황장애로 6년 동안 병원을 들락거리며 살아왔고요,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에선 주 증상인 환청과 망상은 거의 완치된 상태이나, 적응장애로 본의 아닌 말썽을 일으키고 아버지에 의해 강제 입원을 당합니다. 그를 괴롭히는 건, 공황장애와 ‘도망치는 병’입니다. 자신과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는 자폐적 인물이고, 운명을 유전형질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인물입니다.

수명의 눈을 통해 조명되는 승민은 ‘갇혀서 미쳐가는 자’입니다. 실명직전에 이른 전직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이고요, 가족간의 유산싸움에 휘말리며 형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돼 병원에 강제 입원된 상태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유전적인 시각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며, ‘무엇’을 행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나 두려움이 없는 광기 어린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그 두 인물은 어떤 종착역을 향해 소설을 이끌고 가나요?

두 인물의 종착역은 다르면서도 같습니다. 승민은 그토록 원하던 ‘별의 바다’로 날아가고 수명은 스스로 도망쳤던 세상과 자기 인생을 향해 질주합니다. 자신의 시간 속에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지점, 진짜 ‘삶’을 향해 가는 것이죠.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자신을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끝없이 탈출을 꿈꾸고 시도하는 두 젊은이의 치열한 분투기를 그렸다. 정신병원에는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친 자. 바로 수명과 승민이다. 그 둘은 어느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같은 병실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둘의 동거는 걷잡을 수 없는 인연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100일째 되던 날, 둘은 차랑을 몰고 정문으로 돌진한다. 바로 병원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고, 또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일까. 답은 소설에 있다.

라이벌의 역사

조셉 커민스 지음 송설희 외 옮김 / 말글빛냄

진화되는 역사의 원천적 힘은 라이벌의 경쟁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적대관계에 놓인다고 말한다면 과언일까. 라이벌 관계의 징후는 생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유아들에게서도 나타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물론 라이벌과의 경쟁은 자신을 발전시키는 큰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라이벌 관계는 대부분 자신과 가까운 몇몇의 삶에만 영향을 끼칠 뿐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라이벌 관계가 세계 역사 전체의 항로를 뒤바꾸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케네디와 닉슨의 대통령 자리를 향한 대결은 미국의 현대사를 바꾸었고 더 나아가 세계사까지 흔들어 놓는다. 대결에서는 케네디가 승리했지만 그는 저격당했고, 닉슨은 이후 대통령의 꿈을 이뤘지만 불명예를 안고 퇴진해야 했다. 한 명은 순교자가 되고 다른 한 명은 거짓말쟁이가 된 두 사람의 대결은 미국과 세계 정치의 여러 모습들을 바꿔버렸다. 그래서 책은 두 사람의 대결 차원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운명까지 바꾼 세기의 라이벌 23쌍을 꺼내든다. 나폴레옹과 웰링턴,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다리우스 3세, 트루먼과 맥아더 등 왕과 정치가, 군인, 전사, 종교 등을 총망라한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 대결의 초점, 과정 결과, 승자와 패자, 그리고 그들이 역사에 끼친 영향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렇게 책을 통해 들여다 본 라이벌 관계의 내면은 상당히 복잡하다. 의외로 서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공통된 목표를 추구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라이벌들의 모든 것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는 라이벌들이 서로 경쟁하며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 리더스북

상대방의 선택을 조정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

우리의 삶은 선택의 반복이다. 자신이 선택하든 상대방이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선택이 나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갖고 있느냐이다. 그것은 강압적으로 이것을 선택하라고 윽박질러서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내일 꼭 투표하세요!’라고 외치는 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 오히려 ‘내일 투표할 거에요?’라고 부드럽게 묻는 편이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 그래서 저자들은 ‘넛지(nudge)’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었다. 바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을 추가한 것이다. 그 유명한 사례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정책을 든다. 세인들이 말했던 부드러운 리더십이 결국은 넛지라는 개념에 기초했다는 이야기이다.

또 유명한 사례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를 든다. 이것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이곳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이것이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다.

파이낸스 커리어 바이블

이혁재 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금융권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초지식을, 이미 진출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커리어를 높일 수 있는 전문지식을 전달한다. 최상위권 금융회사에 종사하고 있는 현업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및 외국계 투자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사모펀드에 대한 상세한 업무 및 역할 설명을 담았다. 또한 금융 부서의 하루 일과와 금융업과 관련된 경력 개발 지침까지 상세히 기술되어있다.

협상의 10계명

전성철 최철규 지음 / 웅진윙스

기존의 외국사례로 가득찬 도서들과 달리, 협상의 원리를 한국적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풀이했다. 즉 대한민국 탑 CEO들과 실무진들이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의 마음과 돈을 내 편으로 끌어들인 구체적인 사례와 노하우가 소개된다. 중요한 것은 협상은 경험만 많으면 잘 할 수 있다는 오해를 버리라는 것. 협상도 과학이기 때문에 과학적 원리를 배우고 준비해야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몸 건강 체크리스트

마누엘 알바레즈 지음 이한이 옮김 신재원 감수/ 더난출판

0세부터 70대 이후의 건강까지, 10년 단위로 걸리기 쉬운 질병과 예방 및 대처법을 정리했다. 우리의 몸은 정상적인 노화과정에 따라 10년 주기로 발생하는 질병이 달라진다. 따라서 인생의 특정시기에 우리가 접하게 될 질병과 건강상 문제들을 미리 알아두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건강관리를 챙길수 있는 연령별 체크리스트도 포함되어 있다.

[고원상 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80호(09.06.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