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디오게네스와 아리스토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콩꼬투리를 저녁밥 삼아 먹고 있었다.

이것을 아리스토포스가 보았는데 그는 왕에게 아첨하며 안락하게 사는 터였다.

아리스토포스

"왕에게 고분고분할 줄 알면 그따위 형편없는 콩꼬투리나 먹고 살지 않아도 되련만."

디오게네스

"콩꼬투리를 먹고 살 줄 알면 왕에게 아첨떨지 않아도 되련만."

새 해                                                        구 상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 해를 새 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걸어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일 따름이다.

흰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은

이성의 햇빛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과 일치하며

나의 줄기찬 노동은 고독을 쫒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는 나의 일과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 해

나의 생에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 해여!

꼬마 물고기

"실례합니다."

어린 물고기가 어른 물고기에게 말했다.

"저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으시니 도와 주실 수 있겠네요.

말씀해 주세요.

바다라고들 부르는 그걸 어디 가면 찾을 수 있나요?

곳곳이 찾아 다녔지만 다 헛일이었어요."

"지금 네가 헤엄치는 바로 거기가 바다란다."

"여기 이게 바다라고요?

이건 그저 물이잖아요.

제가 찾고 있는 건 바다란 말예요."

어린 물고기는 자못 실망해서 또 다른 데로 바다를 찾아 헤엄쳐 갔다.

엉뚱한 데서 찾기

어떤 사람이 보니 이웃 양반이 땅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뭔가를 찾고 있었다.

"뭘 찾고 계십니까?"

"열쇠를 잊어버렸다오."

둘이 함께 쭈구리고 앉아 잃은 열쇠를 계속 찾았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물었다.

"열쇠를 어디서 잃어버렸소?"

"집에서요."

"허! 그런데 어째서 여기서 찾고 있습니까?"

"여기가 더 밝으니까요."

야자 열매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수피의 머리를 향해 야자 열매를 냅다 내리 던졌다.

수피는 그걸 주워

즙은 마시고

속살은 먹고

껍질은 바가지를 만들었다.

* 비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머나먼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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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시 매수금지

보유종목 단순화

리스크관리 철저

지지선이 무너지면 손절

기회가 올때까지 기다림

반등시 지수관련주 매수

위기를 기회로...

냉정하고 유연하고 과감하게...

공포와 욕심과 미련을 극복하고...

삼천원의 행복

아내와 같이 보름에 한번 정도 장을 보러 간다.

보름에 한번  정도이니 차를 가지고 다니는데 야채, 과일, 라면, 과자, 우유, 고기, 생선, 계란,

등  고르다 보면 한수레가 된다.

그런데...

주류코너를 지나다 보면 잘 가던 수레도 어쩐 일인지 잠시 멈춘다.

그 순간이 아내와 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다.

그리고 둘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나가게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야 없지?

나는 때는 이때다 싶어지고 내 손이 바빠지며 손수레에는 벌써 막걸리가 두서너통 담겨져 있고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이그 맨날 술이야?"하는 아내의 말을 뒤로 한채 유유히 주류 코너를 미끌어져 나온다.

생선코너에서 아내가 생선을 고를때가 또 한번의 고비이며 기회의 순간이다.

눈치를 보며 아내가 안볼 때 잽싸게 맛조개를 손수레 저 밑에다 숨겨 놓고는 시치미를 떼며 빨리 가자고 아내를 닥달한다.

계산대에서 잔소리 듣는 것이 남아있네?

집에 오면 바빠진다.

아내가 야채 다듬고 생선 손질하고 냉장고 정리할 때 나는 물을 팔팔 끓여서 맛조개를 데쳐 내고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고추장과 된장을 적당히 섞은 다음 거기에다 마늘+ 파+고추+식초를 첨가한 다음 위에다 참깨를 살짝 얹어 주면 맛이 그만이다.

뭐 내가 더 바쁘네?

주안상에는 막걸리 한통과 맛조개와 양념장이 전부이다.

"막걸리에는 맛조개가 제격이야" 아내에게 한마디 던지며 막걸리를 한잔 두잔 하다 보면 얼근하게 취해 온다.

취기도 오르고 포만감도 들고...

이 만족스러운 순간에 뭐가 더 부러울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