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끊임없이 설득하고 계몽해도 남자 화장실은 지저분
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은 별다른 노력없이 화장실 사용자들
의 '조준력'을 극대화시켰다. 비결은 소변기에 그려진 검은색 파리 그림. 은연중에 파
리를 겨냥하려는 심리를 이용해 공항측은 손쉽게 청결문제를 해결했다.

유능한 자동차 판매원들은 2000만원짜리를 팔 생각이면 3000만원짜리를 우선 고객에게
보여준다. 차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옵션 판매 방법
은 정반대다. 이들은 옵션을 뺀 기본모델 가격만 먼저 언급한다. 2000만원짜리 살 사
람이 고작(?) 몇 백만원 때문에 고민하지 않으리란 판단이 뒤를 받치고 있다.

'현명한 사람의 논쟁법(길벗 펴냄)'은 단순히 말싸움 잘하게 해주는 스킬북이 아니다.
앞선 예들처럼 말로 설득하지 않아도, 장점과 특성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
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실생활의 사례들로 가득차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논쟁 기술의 핵심은 '감정의 통제'다. 교통사고 났을 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화부터 버럭 내선 곤란하다. 상대방과의 합의지대를 찾고 그 안에서
연관성을 만들어, 마음에서 우러나온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논쟁에 신용을
더하는 법, 허술한 논리가 잘 빠지는 함정, 상대방을 사로잡는 어휘력 등 '말싸움의
진수'로 무장하더라도, 심정적 지지를 못받으면 결코 '논쟁의 대가'가 될 수 없다.

직장에서 의견을 묵살하는 상사, 핏대 세우며 따지는 고객, 숙제 안하고 버티는 10대
자녀, 전화선 너머에서 살살 약만 올리는 애인 등 설득을 요구하는 상황은 얼마나 많
은가. 래리 킹이 '변호사 중의 변호사'로 치켜세운 협상 전문가답게, 저자는 살면서
마주칠 수 있는 갖가지 논쟁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맞는 처방전을 써준다.

남에겐 싫은 소리 못하면서 남의 요구엔 싫은 반응 못보이는 협상 초자에게 '명함 테
스트'는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어떤 논쟁이든, 핵심 정리에 명함 한 면 이상이 필요
하면 곤란하다" 그러고 보니 책이 소제목별로 잘게 구분돼 요지 파악이 쉬운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로버트 마이어 지음/ 길벗 펴냄 / 340쪽 /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