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으면 곧 백 가지 일을 가히 이루리라”고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왕신민(汪信民)이 말했습니다. 사람이 초근목피와 같은 거친 음식을 달게 여겨 그 담담한 맛에서 참맛을 느끼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인데요, 백 가지 맛을 품고 있다는 나물 뿌리-바로 <채근담>의 제목을 풀이한 것입니다.

중국 명나라 때 홍자성이란 사람이 쓴 <채근담>은 올곧은 몸가짐과 마음의 자세를 가르쳐 주는 동시에, 너무도 당연해서 소홀히 했던 말들을 되새겨 읽음으로써 흐트러진 자신을 추스를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을 설명하기 보다는 책 속의 좋은 구절을 읽어드리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섞어 맛보아 고락이 서로 연마하여 이룬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비로소 오래가며, 의심과 믿음을 서로 참작한 다음에 이룬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비로소 참된 법이다.”(249쪽)

“가난한 집도 깨끗이 땅을 쓸고 가난한 여자도 깨끗이 머리를 빗으면 비록 겉모양새가 빼어나지는 못할지라도 기품이 절로 풍아하리로다. 선비가 한때 곤궁함과 쓸쓸함을 당한들 어찌 문득 스스로 뜻을 잃고 늘어질쏘냐.”(256쪽)

“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지난 잘못을 생각지 말라. 이 셋으로써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할 수 있다.”(271쪽)

“오솔길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멈추어 다른 사람을 먼저 가게하고, 맛있는 음식은 삼 분(分)을 덜어 다른 사람에게 맛보이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의 하나이다.”(320쪽)

“음침하게 말이 없는 선비를 만나거든 아직 속마음을 보이지 말라. 발끈하여 성을 잘 내는 사람이 잘난 체하거든 모름지기 입을 다물라.”(356쪽)

이 책을 번역한 조지훈 선생의 머리말로 <채근담>의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나이와 공부에 따라 더욱 새로워지는 이 책은 어느 때 어디서 누가 읽더라도 그 사람의 기틀에 맞추어 그 맛이 달라진다. 뭇사람과 기꺼이 어울리되 그 더러움에는 물들지 않고 드높은 경지에 뜻을 두어도 쓸쓸한 생각에 빠지지 않게 하는 채근담은 참으로 좋은 스승이라 할 수 있다.”

- YTN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