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얘기만 하면 뭔가가 이루어 질 것만 같다... 좋은 쪽을만 생각하고 싶지만 불길한 예감 역시

지워버릴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무모한 짓이 될지언정 내 마음은 확고해 졌다...

며칠동안은 그냥 인사만 받구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주변의 사람도 많구 너무 떨리기도해서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날은 아침에 눈을 뜰때부터 아니 아침을 맞이하기 전날 밤부터 독한 마음

먹고 준비를 했다... 근데 이게 뭔 일이람... 항상 혼자 앉아서 수업을 듣던 그녀옆에 친구가 있다...

참 명랑하게 보였는데 왠지 좀 미워보인다... 역시나 그녀는 친구랑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망했다...좀 서둘러 했어야 했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항상 그녀

옆에는 친구가 있었다... 근데 그 친구는 성격이 좀 많이 활발해 보였다... 그래서 수업시작하기전에

선생님이랑 얘기할때 나에게도 말을 건네주는게 고맙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구 어느날...

갑자기 선생님이 나에게 직업을 물으시는것이다... 난 놀란 나머지 아직 학생이라 직업은 없구 알바도

끝이나 백수라고 했다... 근데 선생님과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깜짝 놀라며 나에게 나이를 묻는 것이다.

미리 짐작은 했었지만 나의 나이를 믿어 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난 솔직했다...그건 사실 이였다..

그래도 그녀의 친구가 조금 위안을 해 주었다...역시나 그녀는 별 반응 없이 옆집 아저씨 바라보듯 했다..

그래 그게 현실이였지만 난 완강히 부인하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은 가까워진 것은 같은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난 다시 그녀와 그녀의 친구뒤를 따르고 있었다... 꾀나 오랫동안 그녀의
친구가 내리지 않았다... 혹시 그녀보다 멀리 가는 건 아닌지 아니면 함께 내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그녀가 내리면 따라가서 말을 걸어볼 생각이다... 드디어

그녀의 친구가 내렸다... 이제 좀 있으면 그녀가 내릴 차례다... 너무 떨린다... 일단 헤드라이트는 끄고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 했다... 그녀가 내렸다... 앗 이런 그녀는 길을 건너가려 했는데 나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난 꼼짝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혹시 날 알아본건

아닌지... 고개를 횡하니 돌려버리고 지나가는 그녀가 너무 무서웠다...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본 것 같은데 인사라도 해 주었으면 좋을 것을... 그렇게 고개를 돌려 버릴 것까지는... 모든게

날아가 버린 것만 같다... 최악이다...

나이는 숫자놀임에 불과해... 띠동갑끼리도 결혼해서 잘 사는데 뭘... 다섯살은 아무것도 아냐...

아무리 스스로를 위안하려도 해도 돌아 오는건 비침한 물음 뿐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관심이 없지않냐? 물론 서로 사랑하면 나이야 극복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 모든건 나만의 상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아무것도 시작 된건 없었다...

어찌보면 혼자서 그런 고민을 한다는건 너무나도 웃긴 일이다...

이제는 그녀가 인사를 한다... 가끔씩 등교때나 하교때면 인사를 한다... 근데 꼭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것 같아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내가 나이가 있어 보여서 그런가 보다... 그 놈의 나이....

그래도 그녀랑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무단한 노력을 한다...  그녀를 바라볼 기회가 있으면 항상 

환하게 웃어주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면 경청해 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이렇게 수업이 끝나면 나는 최대한 그녀랑 속도를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교실을 빠져나가 엘리베이터

대기를 하며 마지막 멘트를 생각한다... 

"저기요... 배고프지 않으세요? "

그렇다 우리는 수업이 오후 여섯시에 시작되어 여덟시에 끝이난다... 저녁먹기가 곤란한 시간이다...

하지만 왠지 회사원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저기요... 하고픈 얘기가 있는데 잠시 차라도..."

너무 솔직하다 못해 조금 무식해 보이기도 하다... 뭔가가 부족해 보인다...

"저기요... 제가 바래다 드려도 될까요? "

음... 그래 이게 좀 나을 것 같다... 항상 그녀는 우리집이랑 같은 방향의 버스를 탄다... 날씨도 춥고

하니 그렇게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 글구 대부분 이런 경우면 함께 다니잖어... 그래 이거다...

엘리베이트가 문이 열리고 난 그녀랑 속도를 맞춰 서둘러 나온다... 좀 있으면 그녀가 인사를 하는데

기회는 그때 뿐이다... 심장이 너무 뛴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 지금이다...

"아...네..."

 바보같은 한마디를 내 뱉고는 뭐가 그리 바쁜지 빠른 걸음으로 차에 올라타는 내 모습이 한심하다...

"아... 네..."가 뭐람... 바보같이...

근데 어느센가 나는 그녀의 버스를 뒤쫒고 있는 것이다... 뭔가 일을 내려고 하나보다...

그녀는 내가 어릴때 살던 곳에 살고 있었다... 그래 난 그곳에서 태어났었다...

그녀는 버스에 내려 조금 걸어 가더니만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집인가 보다... 기대했던 뭔 일은 일어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집을 알게 된 것이다...

그냥 기분이 아니 마음이 든든했다... 그녀의 집은 예상했던대로 우리집으로 가는 길목이였다...

이런게 천생연분이라 하면 돌맹이 맞아 죽겠지만 예감이 좋다...

이제 얘기만 하면 될것 같은데...

"저기요... 제가 바래다 드려도 될까요? "

아르바이트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된다... 주말도 싫다... 그냥 매일 학원에서 영어 공부만

하구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요즘들어 괜시리 웃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그렇다 그녀는 이제 나의 일상속에 들어오게 된것이다... 무단침입? 아니지 솔직히 일방적인

초대라고 해야겠지...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우스운 것 같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구 조연도 되구 엑스트라도 될 수 있으니... 이왕이면 주인공이 되면

좋겠지...^^  그래 어쩌면 그녀는 내가 새로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며칠동안 그냥 아무런 내색없이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무의적으로 돌아가는 고개탓에 그녀의

눈과 몇번의 멋쩍은 조우가 있은 것 같기도 하다... 글구 그녀는 상당한 영어 실력이 있는 것 같다...

잘은 몰라도 나 보다는 한 수 위에 있었다... 참 대답하는 목소리가 무지 웃긴다... 그냥 '네'라는

한마디의 소리가 한번은 교실 전체를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목소리가 이쁘고 톤이 정확히

남 다르다... 네겐 너무나 듣기좋은 멜로디 같기만 하다...

근데 어느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번에 수능고사를 치런 고3 수험생이였다...

스물넷과 열아홉 아니지 이제는 스물다섯과 스물이지... 아무리 줄이려 애를 써봐도 다섯미만의

숫자는 나오질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누가 보아도 20대 중반에서 후반 심지어 30대초반까지

보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나보다 그녀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훨씬

더 할 것이다...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 된것 같아 그냥 멍하기만 했다...

다섯이라는 숫자놀임에 모든게 정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