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선 이유는,

이맘때면 붉은 메밀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영월에 가기 위해서였다.

'달 빛 아래서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빛난다' 고 하는 흰 메밀 꽃도 지금껏 글로만 보아 온 터라

누군가 올린 글에서

무리지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붉은 메밀 꽃 사진은 사뭇 유혹적이었다.ㅎ

요즘 호주와의 석탄 분쟁으로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낮은 덕분에  

먼지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훌쩍 키 큰 코스모스도 한껏 생기 있어보이고, 먼 산의 나무들도 더 푸르러보였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언저리쯤에서

끝없이 밀려 있는 차량행렬의 틈바구니를 뚫고 나와 전망좋은 한옥 집에서

늦은 점심으로 건강한 밥상을 마주했다.

한옥 집의 열어놓은 큰 창 너머로 보였던 계곡 옆의 마당 넓은 카페에도 들러 커피와 조그만 빵과

늦은 오후의 시간도 함께 사기로 했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가 있다' 고 말했다.

남편과 흔들 벤치에 앉아

소소한 얘기를 하며 마주보고 웃는 시간은 소중하고, 따뜻하고  행복하다.

비록 영월의 붉은 메밀꽃은 당분간 또다른 누군가의 사진으로 만족해야겠지만.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