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풍경 무늬 정병(淨甁)
고려 12세기 때 만들어진 물가풍경 무늬 정병은
높이 37.5cm, 입 지름 1.1cm, 몸통 지름 12.9cm, 바닥 지름 8.6cm 크기의 국보 제 92 호이다.
청록색깔의 청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정병은 동합금재료로 금속재질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래부터 그런 색이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전체표면에 보이는 푸른색은 청동이 부식된 녹의 색깔이다.
정병(淨甁)은 맑은 물을 담는 병으로, 본래 승려가 지녀야 할 열 8 가지 물건 중 하나였으나 점차 불전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었다.
불교의식을 할 때 쇄수게(灑水偈)를 행하면서 의식을 인도하는 승려가 솔가지로 감로수를 뿌림으로써 모든 마귀와 번뇌를 물리치도록 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고려시대의 정병은 대체로 몸체가 계란형이며, 매끈하게 빠진 긴 목 위로 뚜껑 형태의 둥근 테가 놓이고. 그 위로 다시 대롱형의 물을 넣고 빼는 첨대(尖臺)가 솟아 있으며, 몸체 한쪽에는 중간을 잘록하게 좁힌 비녀처럼 생긴 귀때(注口)가 튀어나와 있다.
정병의 표면에는 물가의 풍경을 담았는데, 언덕 위로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물 위로 노를 저어가는 어부와 낚시꾼 등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정경이다.
이 모든 풍광은 표면에 홈을 파서 은선을 두드려 박는 은입사(銀入絲) 기법으로 장식되었다.
병의 긴 목에는 구름무늬, 동체의 어깨와 굽 주위에는 여의두무늬(如意頭文), 귀때에는 풀 무늬(草文)가 입사되었다.
은을 돌린 굽은 지금은 파랗게 녹슨 몸체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청동제의 병에 은상감을 한 예는 적지 않으며, 이러한 기법이 고려청자에도 통용되어 주목된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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