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느 날 저녁에... 거실 소파에 앉아.. 뭐.. 볼만한 프로가 있나 해서.. TV 채널을 돌려보다가..

재탕, 삼탕으로 반복되는.. 케케묵은 어느 먹방 프로가 우연히 나왔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백숙" 혹은 "삼계탕" 관련 먹방 프로 같았다.

삼계탕 계절도 아니기에 채널을 바꾸려다가.. 하도 맛있게들 먹길래...

아..  저 삼계탕 참 맛있어 보이네 !!

별것 아니지만.. 퇴직하여.. 나는.. 이제.. 먹을 기회가 없겠네... 라는 말을 하였다.

삼계탕은... 동료들과 먹은 적은 거의 없고...

주로 직장 젊은 쫄따구들이 먹으러 가자고 해서... 어쩌다 한번 가서 먹는 음식이었는데...

죽어도 닭을 안 먹는 와이프와 함께 같이 먹으러 갈 수도 없고..

퇴직하였으니.. 이제 같이 먹자고 할 쫄따구들도 없으니... 내가 무심코 한 소리다. ㅋㅋㅋ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와이프가.. 내가 삼계탕이 먹고 싶다면.. 집에서 해주겠다고 한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 ???

와이프는 "날개 달린 짐승"을 안 먹기에.... 집에서 와이프가 닭요리를 해준 적이 거의 없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치킨"도.. 그래서..  애들이 어려서 집에 있을 때.. 애들이 시켜 먹은 적은 있지만..

내가.. 혹은 우리 부부가.. 시켜 먹은 적은 절대로 없다.

그래서.. 아니 당신이 웬일이야??    당신은 닭 쳐다보는 것도 징그럽다며?? 라고 말했더니...

평생.. 맨날 바쁘다며 늦게 퇴근하던 내가...

퇴직하더니.. 일찍 퇴근하여.. TV를 보며 먹방 채널을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머리털 깎인 삼손, 혹은 이빨 빠진 호랑이 같아 보이고... 

같이 먹으러 가던 젊은 직원들도 이제 없으니... 자기라도 집에서 해줘야겠단다. ㅋㅋ

아마도.. 내 모습에.. 와이프의 어떤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모양이다. ㅠㅠ

그래서.. 다음 날 저녁에... 와이프가 정성스럽게 만든 "삼계탕"이 나왔다.

다음이다. 

크게 보는 삼계탕 !!

쫄따구들과 삼계탕집에서 먹던 삼계탕의 닭보다는... 닭의 크기가 훨씬 크다.

와이프가 닭이 클수록 더 징그러워.. 가장 작은 닭을 구하려 했으나.. 구할 수가 없었단다. ㅠㅠ

살펴보니.. 큼직한 전복도 들어있다.

먹다 보니.. 국물도 먹어보라며.. 별도로 나왔다.

그 국물 속에는.. 잘 안 보이지만... "녹두"도 들어있다.

닭 껍질을 다 벗겨내고.. 기름기 많은 닭의 꽁지 부분도 다 잘라버려.. 기름기가 없게 만들었단다.

먹어보니.,, 음식점에서 먹던 삼계탕보다는.. 육질이 훨씬 좋고.. 씹는 맛과.. 식감이 좋다.

게다가.. 기름기가 별로 없어.. 고기는 물론 국물이.. 아주 담백한 것이 좋았다. ^^

젊었을 때라면 한꺼번에 다 먹었을 텐데... 양이 적어진 내가 한 끼로 먹기에는 닭이 좀 커서..

어느 정도를 남겼다가... 다음날 한 번 더 먹었다. ^^

다음날.. 한 번 더 끓여서 그런지... 국물맛이 한층 더 좋아졌다.

이 사진들을 와이프가 가족 채팅방에 올렸더니..

다들 맛있겠다고 말한다.

와이프는.. 닭 만지는 것이.. 정말로 징그럽고 싫은데... 내가 먹고 싶다고 하여..

특별히 만들었다는 메세지를 올렸다. ㅋㅋ

둘째 며느리가 특히 관심을 보여..

그다음 날 비슷하게 만들어 보았는데.. 아쉽게도 한국 삼계탕 맛이 안 난단다. ㅋㅋ

닭고기 잘 먹는 중국인이기에... 예전 글처럼,,, ( ☞ 백숙 !! )

우리나라 삼계탕 비슷한 것(중국 치킨 수프)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삼계탕을 여러번 먹어 보기도 했고.. 좋아하기도 한다.

와이프가.. 또.. 6월쯤에 또 미국에 갈까.. 생각 중인데..

그때 가면.. 맛있게 삼계탕을 만들어 주겠다고.. 와이프가 둘째 며느리에게 말했다.

예전에.. 허리 디스크로.. 병원에 3주 입원하였다가 나오니... ( ☞ 입원 !! ㅠㅠ )

와이프가 웬일로.. 먹고 싶은 것이 없느냐고 물어... "안동 찜닭"과 "고추장 돼지 불고기"라고..

와이프는 안 먹지만... 내 추억의 음식을 대답해 보았더니.. 웬일로.. 해주었다. ㅋㅋ  ( ☞ 아프니깐 좋은 점 !! )

그때는.. 병원에 3주 입원했다가 나오니.. 측은해 보여.. 그런 요리를 먹고 싶다는 내 말을 들어주었고..

이번에는 퇴직하여.. 소파에 앉아 삼계탕 먹방 프로를 잠시 보며.. 이제는 먹기 힘들겠다고 중얼거렸더니..

어딘지 측은해 보여.. 삼계탕을 해 준 모양이다.

그럼 이 글의 제목을.. 예전의 "아프니깐 좋은 점"처럼.. "퇴직하니깐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하나 ??? ㅋㅋㅋ

뭐.. 어쨌든.. 와이프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 ^^

내가 너무 맛있었다며.. 다음에 한 번 더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생닭.. 만지는 것이 징그러워 그러니.. 내가 대신에 손질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단다.

에효... 나도 해 본 적이 없고.. 칼로 생닭 손질할 생각을 하니.. 어째.. 잘 못 할 것 같다. ㅋㅋㅋ

아무튼.. 다음에 생각해보자고 대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