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름휴가는 시골에 있는 시댁으로 갔다.  시댁가는 길에 위치한 친정은 항상 오가는 길에 한번 들리는 정류소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댁으로 직행했다가 나오는 길에 들렸는데 나의 늙으신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신다.  의례 것 마을 앞에 있는 샘터에 가 보았다.  거기에는 몇년동안은 아무도 사용 안한것 같은 샘과 빨래터가 초록빛 물풀들을 가득 채우고 덩그런히 남아 있다.

  아! 그 옛날.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이 샘은 나의 놀이터였는데.....  동네를 휘돌아 다니며 놀고 난후 샘에 와서 입을 가만히 물을 뜨던 윗샘에 대고 물을 들이키고, 다음샘은 엄마나 동네 아줌마들 채소를 씻는 칸이므로 지나쳐 빨래를 하던 장소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씻고, 새까만 깜장고무신도 깨끗이 씻에 샘을 두르고 있는 담장에 올려놓고 빨래터 주변을 돌며 돌았던 내 소녀시절.

  그 시절의 샘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사랑방이었다.  물론 집에 상수도가 있었지만 물도 귀하고, 세탁기도 없던 시절이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이 샘은 빨래하기에 안성마춤으로 코흘리게 아이들 한둘 달고와서 빨래도 하고 아이들 세수며 등목도 서슴지 않았었다.

  나의 초등학교시절에는 일요일에는 늘 우리 초등 고학년들이 동네샘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을 했었다.

맨 첫칸인 물뜨는 곳 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칸인 간난아기 똥 기저귀 터는 칸 까지 모두 네칸으로 기역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첫칸은 물을 떠서 먹는 장소로 가장 먼저 깨끗이 청소하고 차례로 칸을 막고 있는 돌이며 시멘트 등에 낀 이끼와 호래, 물풀 들을 청소해 나갔다.  청소도구로는 지금처럼 솔 수세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농촌에서 가장 구하기 위운 지푸라기를 둘둘말아 수세미 대용으로 사용했었다.  한시간여 손을 놀리고 나면 초록 빛이었던 샘은 어느새 말간 모습을 하곤 했다.  그 시절 커다랗던 동네샘은 어느새 너무 너무 작아져 초록 빛을 가득 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래도 샘을 단장했던 기억은 물뜨는 가장 윗샘을 반쯤 덮고 있는 돌 위에 시멘트를 머리띠 두르듯 바른 위에 1968. 3. 15 로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