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부자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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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대한 묵념좋은글 나...

 

 

책상에 대한 묵념

-복효근

 

 

누군가 아파트 한 켠에 책상을 버렸네
버려진 책상을 위하여 잠시 묵념

밥그릇을 치우면 끌어안고
숙제하던 그때는 밥상이 책상이었네

의자 놓고 공부하는 책상 하나 갖기가 소원이었던 
그래서 책상에 대한 예의로 공부했던 날들이 있었네

지금도 짬뽕국물 튀길까 두려워
신문지라도 깔고 식사한다네

밥을 놓으면 밥상일 책상에 대한 예의로
아무리 멋져 보여도 책상에 다리 걸치지 않았네

하지만 오늘 버려진 책상을 보고
나도 어서 부자가 되어 책상을 버리고 싶었네

그리고
부자인 그와 나를 위하여 묵념

 

 

                                    ***********************************

 

제법은 공부를 잘했던

그러나 가난이 늘 어깨를 누르던

중학교 시절

 

입학과 동시에

세칸짜리 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내 방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책상은 갖지 못했다.

 

늘 돈에 목마르던 엄마는

방바닥에 배깔거나 

밥상 가져다 공부하라고 하셨고

 

만연 2등이던 나는

책상에서 공부하게 된다면 

나보다 늘 저만치 앞서가던 1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몇날며칠 엄마를 졸라

드디어 낡은 철제 책상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군데군데 얼룩이 지고

모서리 몇곳에 녹이 슬기도 했지만

엄마와 손잡고 중고가구점을 돌며

철제 책상을 얻던 그날의 달뜬 설레임은 아직도 선명하다.

 

책상이며 책장

온갖가지 근사하고 질좋은 가구들이 넘쳐나는 요즘

나는 가끔

그 시절의 그 낡고 빛바랜 철제책상이 그립다.

 

     

 



주제 : 개인 > 일기/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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