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 중에 우리 동네분들이 계신다..

한 동네 산다는 이유만으로 무지 반가워하신다..^^;;

그 분들 중 한 분은 방앗간을 하시는데..

"우리동네 살어?" 라면 좋아라만 하실 뿐 콩고물도 안 떨어진다..ㅡㅡ;;

내가 뭘 바라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래두 방앗간인데..ㅋㅋ

오늘도 어김없이 일찌감치 오셨다..^^;;

치료가 다 끝나갈 때쯤 아주머니..

"아가씨는 이끝에서 저끝까지 출퇴근 할라면 힘들겠네~"

"아뇨~ 그냥.. 하긴 예전 대흥동일때는 가까워서 좋았는데.."

"그럼 대흥동때부터 일했어?.. 오래도 일하네~"

"뭘요~ 여기로 이전한지 3년 밖에 안 됐는데.."

"3년 밖에라니~"

솔직히 좀 민망했다.. 

병원이 이전하기 전에 1년도 채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은 몇시에 해?.."

"좀 일찍 나와요.. 출근시간 보다 이르게.. 한 7시.."

"아이구~ 부지런두 하네~"

"아니예요~ 하나두 안 부지런해요~"

정말 난 하나두 안 부지런하다..ㅡㅡ;;

아침에 엄마가 깨워주셔서 겨우 일어나고..こご

대충 씻고 (그렇다고 지저분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대충 옷 챙겨입고 그냥 출근한다..ㅡㅡ;;

화장이랄 것도 없지만 암튼 그것마저도 출근해서 한다..-_-

"그럼 버스타고 다녀?.."

"네.. 면허두 없구..^^;;"

"면허 딸라구만 하면 금방따지 뭐~요즘 젊은 사람들.."

"면허따두 차 사는 거야 사겠지만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서.. 그냥 버스타고 다녀야죠~^^"

"아이고! 아가씨 생각이 똑바로 됐네~ 나중에 살림도 잘 하겠어~"

살림?.. 잘 하겠다고?..

가계부 쓴 걸 미루어 짐작컨대.. 그건 아니다..

나 살림 잘 할라면 아직 멀었다..ㅡㅡ;;

올해가 가기전에 운전면허를 꼭! 따보겠다는 일념으로 연습하려 했건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_-;;

주행을 연습해야 하는데 도로를 달려보는 건 엄두도 못내고..

고작 공설운동장 주차공간 몇바퀴 돌아본게 전부다..ㅡㅡ;;

아빠가 산악회를 하시는 관계로 주중에도 몇차례 산행을 하시는데..

이런 아빠만 믿고 있다간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서..

예전에 미리 약속을 받아두었던 친구들한테 연락을 했다..

한 친구는 취업이 되서 이번 시험 준비로 바쁘다고..-_-

"어.. 그래?.. 취업축하해~^^ 가기전에 얼굴이나 함 보자!"

운전연습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ㅡㅡ;;

또 한 친구.. 생일 선물로 영화 보여주기로 했었는데 마침 연락이 와서 만났다..

영화 보여주고 연습하러 가면 딱이겠구나 했는데..

영화는 시간이 안 맞아 못 보여주고 밥만 얻어 먹었다..-_-

그래두 이 친구한테는 운전얘기는 꺼냈다~^^;;

근데..ㅡㅡ;;

"1종 스틱이면 오토로 아무리 연습해봤자 안돼!"

안된단다..ㅜㅗㅜ;;

한참 전부터 약속받아놓구 믿고만 있었던 넘들이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혔다..+_+

그리하야 다시금 차있는 친구를 물색 중 한 넘 포착!ㅋㅋ

문자를 보냈다..^^;;

'요즘바쁘삼?..^^;;'

==>'바쁘다기보다는뭐매일밤늦게까지공부하고살어'

'그래?바쁘네..-_-그럼맨날늦게까지공부하는거야?'

==>'별일없으면그냥당연하다는듯이공부하고집에가는게생활이야'

'공부가생활이라..존경스럽다^^;;부탁이있어서그랬는데아니되겠네-_-;점심맛나게먹어~'

==>'엥?부탁이라니뭔지들어나보자'

'들어만보구그만?힝~제발들어주라~뭐냐면..운전연습좀시켜달라구..후사는꼭할께~^^;;'

==>'ㅡㅡ그냥돈주고배워라!그거얼마나한다고'

'학원을기능만접수했었거든..그래서기왕에이렇게된거그냥해볼라구한거지..-_-;;'

==>'시간맞추기도어렵구나뿐만아니라원래자기차는남한테주는게아니라서어려울거야'

역시나 아니된단다..ㅠㅗㅜ;;

원래 자기차는 남한테 주는게 아니라구?..

그래서 그냥 되든 안된든 아빠차로 해보기로 맘먹었다..-_-

하지만.. 마지막으로 물어봤던 친구는 그렇다쳐도..

약속해놓구 안 지킨 넘들.. 나쁘다..

지금 생각해보니 술자리에서 한 약속이라 효력이 없는건가도 싶네.. 암튼 우울ㅜㅗㅜ;;

여행의 피로 탓인지 서현이를 재우는 중 내가 먼저 잠들었다 깨났다를 반복했다..ㅡㅡ;;

잠들기 싫은 서현이는 끝말잇기를 하지 않나 물마신다, 덥다, 무섭다며 안자려고 하고..

별의 별수를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안 자려고 버텨보다가.. 결국엔 잠들었다..ㅋㅋ

지금쯤 태풍때문에 들려준 도로시 이야기의 도로시가 되어 여행중일지도 모르겠다~^^

서현이를 재우고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창밖에서 소방차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근데.. 그 소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 되었다..ㅡㅡ;;

서현이 어머님께서 무슨 일인가 싶어 창밖을 내다보시더니 하시는 말씀..

"혜정씨! 소방차가 타임월드 쪽으로 가네요~ 혜정씨네 한의원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아! 그래요?"..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하지만 내심 불안했다..

작년.. 아니 재작년이었나?.. 우리 건물 맞은편(정확히 말하자면 대각선상에 있는) 모델하우스에서 굉장한 불길이 치솟았었다..

그 때 그 불길을 바라보며 창가에 서 있었는데..(방관..-_- 솔직히 그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ㅡㅡ;;)

모델하우스 밑 주차장에 주차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차를 구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소방차는 사다리를 높이 높이 올려 불을 진압하고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회색빛 잿가루가 눈내리듯 날아다녔고..

도로폭이 좀 넓은 편인데도.. 그 뜨거운 열기가 내가 있는 곳까지 느껴졌었다.. 굉장히..

그 때 떠오른 것이 있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느닷없는 화재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그 고통속에서 얼마나 울부짓고 괴로워했을까..

또 잊을만 하니깐 이번에도 대구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흠..-_-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아까 내가 불안했던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목격했던 일이 있었던지라 더 겁이나고 무섭다..

아까 출동하신 소방관아저씨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허위신고였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않다..

제발..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