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찾는 이웃(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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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산행 후기 낙서판
- 2005/06/07 22:59
- http://blog.moneta.co.kr/tension6087/337666/266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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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꿈꾸는 知人들과 보낸 시간이였기에 더없이 의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고단한 일상의 스트레스를 화왕산 정상에서 모조리 흩뿌리고나니 가슴이 탁 트였습니다. 큰 밭이랑을 타놓은 듯 보이는 바위선들이 움푹패인 골짜기따라 사이좋게 그리움의 손을 맞잡고 있었습니다.그 모양이 마치 삼각등 뽀족한 용들이 꼬리를 시원한 계곡에 담그고 편한 낮잠을 자는 형상처럼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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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창 낙서판
- 2005/06/07 22:47
- http://blog.moneta.co.kr/tension6087/337646/266426
머리를
텅텅 비
워내고, 그
안에 질리지
않는새로운 것
들만으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설날
아침 간절한 희망 한 자락은,
너무나 가혹한지난 시간의 무거운
굴레를 뚫고 나오지 못한 체 차가운 겨울
바람 같은 슬픈 내 영혼 안으로 다시 숨어버렸다.
죽은 도시의 낮은 캄캄하였다.닫혀진 상점들 앞은 먼지와
길 잃은 싸늘한 바람 만이 손님 처럼 왔다가 사라져 갔다. 사람들은
시작이 절반이라 해 놓고도 정작 일년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음력 초하룻날을
왜 저리 휴식부터 취하며 생활의 리듬을 깨고, 돈벌이의 리듬을 깨는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닫혀진 가슴을 열어 젖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저녁께 펄펄 날리는 눈을 한 아름
품에 안아 보았으나 이내 검은 옷자락 위에서 힘없이 녹아 버렸다. 그래, 나는
언제부터인가 색깔이 하이얀 것들과 격리(隔離) 되어 있었다. 아니,하이얀
것들을 내가 격리한 것이 아니라 하이얀 것들이 나를 격리하였다.
나는 눈길을 한참이나 걸었다.어디선가 빨리 내려 가라고 하는
소리. 왠 종일 어디서 어떻게 헤메다 왔을까? 그것들은
낮에 상점 앞에서 본 바람 한조각과 먼지들이었다.
다른 놈들과 섞인채 음습(陰濕)한 조소(嘲笑)
를 여러번 흘긴 뒤에야 어둔 도시의
뒷 골목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놈들의
비양 거림에 이내 주저
앉았다.쓰러진 시린
내 등 뒤로 검은
눈이 수북히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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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그속에 배인 기억의 조각 낙서판
- 2005/06/07 22:00
- http://blog.moneta.co.kr/tension6087/337581/266426
내 삶의 수평이 혼탁한 이 도시의 호흡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때 마다 미치도록 그리운 것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월의 둥근 달구지 바퀴를 습관처럼 재 빠르게 거꾸로 돌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로의 추억 열매를 따러 나선 타임머신 같은 그 달구지가 도착하는 곳엔, 콧물로 범벅되다 못해, 아예 빳빳이 굳어버린 겨울소매 끝자락 얼굴 까만 소년이, 뚱거리(장작) 한짐진 지게를 내려놓고 넓게 펼쳐진 들판을 향해 환하게 웃고 서 있었다. 문명의 이기와 모진 성장의 세파에 찌들지 않은 그 모습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맑고 착하고 천진 난만하며 어찌보면 잘 생기기까지 하였다.
눈꽃 같은 내 유년은 엉덩이가 익을 만큼 뜨거운 촌집 아랫 구들목에서 비로소 영글었다. 불을 지피는 아궁이와 가장 가까운 쪽인 아랫목의 자리 색깔은 그 뜨거운 열기로 인하여 언제나 거무칙칙 했는데 거기는 장작불에 잘 달궈진 돌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곳이기도 했다. 그러한 관계로 아랫목은 이웃동네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내어주는 가장 귀한 접대의 공간이었고, 가족 중에서 혹여라도 일시적 앓아 누움이 생겼을때, 맨 먼저 부여받는 특급 병석 같은 곳이기도 했다.
나는 수시로 그 아랫목을 차지하고 싶었다. 심통이 동할 때는 날이 찬 골목에서 뛰어 놀며, 일부러 몸살 감기를 안고 들어온 적도 있었다. 아마도 반쯤은 꾀병이었을 오한이란 그 병에 앓아 누운 날은 어머니의 아주 특별한 대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랫목은 물론이요, 이남 사 녀 형제남매의 흩어진 어머니 사랑을 적어도 혼자서 독차지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세상 어떤 병도 다 나을 듯한 만병 통치약 "삐콤"이라 쓰여진 노란 알약 한 알을 주시곤 그 부드러운 아가페의 가슴으로 밤이 하얗도록 지켜주셨다.
어머니의 짓물러진 색 검은 유두에는 언제나 메주 뜬내와 고추밭 흙 매운 냄새가 풍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내 유년의 다시없을 유토피아였고 있는그대로의 평온한 향기였다.나는 그 향기를 탐닉하려고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더욱 깊이 가슴에 묻고, 곧 죽을 시늉으로 목청을 다해 끙끙 앓았다. 애 간장 다 녹이는 신음에 가까운 그 옥타브는 어머니의 피곤한 밤을 더욱 아프게 붙들었다. 그것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철없는, 그러나 가식만큼은 기어이 없었을, 아름다운 어린 불효의 첫 방법이기도 했다.
새벽만 되면 신기하게도 열병은 온데 간데 없이 뚝 떨어졌다. 무슨 병이 초저녁에 앓고 다음날 새벽이 밝기도 전에 다 나을 수 있었는지 참으로 기이한 일만 같았다. 새벽은 장 닭이 맨 먼저 울었다. 숫놈에게 사랑 받지 못한 늙은 암탉은 초저녁부터 홰로에 앉아 젊은 날의 화려함과 늙음의 설움을 꼭 감은 눈으로 대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아버지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어머니 모습과 같았다.
아버지는 지독한 술꾼이었다. 단 한번도 당신 스스로 모범 하시어 농사일을 추진해 본 적이 없었다. 상황이 그리 되자 당연 고생은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고, 어린 우리 형제남매들 또한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는 후엔 공부보단 쫏기듯이 들판으로 나아가 아버지의 비워진 일손을 대신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어느 해 였을까? 아버지는 어머니와 당신의 자식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일년 농사를 그에 고스란히 투전판에 날리고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그날 어머니는 절규하듯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삶의 짓밟힌 의욕에 비분강개하다 못해 대성 통곡 하였는데, 그러한 어머니의 분노도 끝내는 소리없는 시간의 힘을 빌어서 가슴속으로 삭히지 않으면 안 될 키작은 넋두리에 불과했다. 어머니는 도무지 무소불위(無所不爲)같은 아버지의 발등에도 시선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는 너무도 힘없고 나약한 여인과 같았다. 어린 우리들의 침묵은 말할 것이 없었다. 어떤 경우에도 아버지에 대한 반론재기나 반항 따위는 마치 법을 어기는 듯 아주 중대한 잘못이거나 금기의 대목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존경받았다. 전설 같은 두메산골 , 우거진 산자락 어느 집 할 것 없이 아버지의 위상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러하였으므로 아버지란 개념 속에서 무얼 바라거나 원망 해 보거나 희망을 피력해 본적이 없었다. 원래 그렇다는 것. 그것은 마치 영원 불변의 굳건한 보편성 같았다. 보편성의 힘은 위대했다. 그 힘으로 말미암아 유년의 때깔은 아슬아슬 하였지만 불만없이 기적적으로 익어갈수 있었다.
내 유년의 소나무는 그렇게 컸다. 망촛대 잡풀, 우거진 소나무 숲, 둥근 메주같은 어머니, 엄한 소주 냄새가 원래의 아버지 인양 받아 들였던 아랫목 뜨거운 호흡에 입맞추며 자랐다.
겨울 들판을 바라보던 소년은 다시 지게를 졌다.서녘하늘에 비낀 노을을 따라 아장아장 걸어가는 소년에 엉덩이에 하이얀 무지개가 메주처럼 대롱대롱 달려 따라가고 있었다. 무모한 도시의 동경이 그 뒤를 행렬처럼 이어가고, 순간 어머니의 무한사랑과 아버지의 카리스마가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달구지 바퀴 원 위치. 소년은 어디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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