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용차 전용 지하도로 단면도 예시. 아래 그림은 터널구간을 복층 구조로 만든 지하도로. ▲ 미국 보스턴 빅 딕 프로젝트의 지하도로 건설 현장. 도심을 관통하는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하천을 복원한 뒤 그 아래에 지하도로를 만들었다. /조선일보DB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 8곳 아래에 최고 20㎞ 길이의 승용차 전용 터널형 지하도로 8개를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통 정체 해소를 위해서다. 서울시는 최근 ‘지하공간 종합 기본 계획’을 토대로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9억원을 들여 2년간 연구용역을 벌여 구체적 방안을 확정한 뒤 2010년쯤 1~2곳부터 시범 착공할 계획이다.

지하도로 후보 노선은 ▲올림픽대로축(양평동∼잠실동 19.5㎞) ▲서부간선축(성산대교 남단∼독산동 11.9㎞) ▲동부간선축(세곡동∼상계동 23.4㎞) ▲남부순환축(안양교∼대치동 19.7㎞) ▲동서중앙축(신월동∼광장동 24.1㎞)▲동서북부축(수색동∼공릉동 20.5㎞) ▲남북서부축(과천시∼구파발 20.3㎞) ▲남북중앙축(서초동∼도봉동 24.5㎞) 등 8곳이다.


이 지하도로는 높이 3m 정도의 터널 형태로 버스나 화물트럭 같은 대형차는 진입할 수 없다. 신호등은 없고 주요 지점에 진·출입로가 설치된다. 가급적 사유지가 아닌 도로·공원·산 밑에 만들어진다. 지하도로가 생기는 구간의 지상도로 일부 공간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거나 공원을 꾸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는 지하도로 20㎞를 건설한 경우 80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원한 하천 지하에 도로를 낸 미국 보스턴 빅 딕(Big Dig) 터널(2.4㎞), 주거지와 문화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하로 길을 낸 프랑스 A86 도로터널(10㎞), 노르웨이 라달 도로터널(24.5k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스마트 도로터널(3.2㎞) 등을 모델로 삼았다.


서울시는 1993년에도 창동~강남, 영등포~성수, 구파발~관악, 수색~망우 등 4개 축을 중심으로 한 지하도로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나 비용·안전 등의 측면에서 타당성 논란이 일자 유보했다. 시가 또다시 지하도로 건설을 추진한 것은 극심한 교통체증이 서울의 도시경쟁력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의 도심 통행속도는 2000년 18.84㎞/h에서 2002년 16.3㎞/h, 2005년 14.0㎞/h로 해마다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증가율(2.91%)에 비해 도로 증가율은 0.33%에 그칠 정도로 도로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럼에도 토지보상비가 도로 건설비용의 95% 정도를 차지해 사실상 지상도로 확충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시는 지하 40m 이상 지하도로를 건설하면 토지 보상비가 거의 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고인석 도로계획과장은 “사고발생시 안전대책을 비롯해 터널굴착, 환기 등 구체적인 공법과 재원확보 방안, 노선은 용역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지하도로는 도심 도로의 정체 해소뿐 아니라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