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해도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어서 하루 앞당겨 결산을 했더니 오늘 순수 거래일로 25일만에 상승했다.

하락이 멈춘 것인지 하락이 진행중인 가운데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한 지 모르겠지만 하도 오랫만에 보는 상승이라 우선 반갑다.

요 근래 아내와 취직을 하는 문제를 상의했는데,

나는 이 종목이 매수가 이상을 회복할 때까지 몇 달이 됐든, 몇 년이 됐든 한시적으로 일 할 곳을 찾겠다는 것이고, 아내는 이번에 직장을 구할거면 아예 주식을 다시 하지 않을 생각으로 오래 다닐 곳으로 구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왜 그래야한다고 믿는걸까?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히 생각하면 분명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손실을 확정하고 조금이라도 이 종목보다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거래해야 한다.

어차피 수익을 얻기만 하면 이 종목에서 얻든, 다른 종목에서 얻든, 오랜 기간 보유하여 한꺼번에 수익을 확정하든, 조금씩 수익을 쌓아 나가든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 종목에서 기어이 수익을 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는것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이다.

프로야구에서 팀의 에이스나 마무리가 흔들릴 때, 위기 상황에서 교체하지 않고 기어이 그 위기를 넘기도록 한 뒤에 투수 교체를 하는 감독의 배려와 같다.

경우에 따라서 투수 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량 실점을 하고 패전을 할 수 도 있지만, 그렇다고 위기 상황에서 에이스나 마무리 투수를 교체해 버린다면 1승을 거둘지는 몰라도 시즌 챔피언이 될 수는 없다.

에이스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유니더스, 영창실업.....

그 때마다 적당한 시기에 스스로와 타협해 적당한 손실로 무마하고 그럭저럭 해나가곤 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애초 매수할 때의 내 판단이 늘 옳았다.

한 참을 지나 그 때 그 종목 어찌됐나 하고 확인했을 때, 손절가는 물론이고 당초의 매수가를 훌쩍 뛰어넘어 있는 것을 보며

"뭐 그래도 어찌 알겠어? 올랐으니 그렇지 혹시 폭락을 했을 수도 있쟎아.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을 했던거야..."

그렇게 자위하곤 했다.

이젠 그런 반복을 하고싶지 않다.

이 결정이 영영 주식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더라도 애초의 내 판단을 믿고 끝까지 갈 생각이다.

22% 정도의 손실, 금액으로 220여만 원.

2002년에 유니더스라는 종목을 평균 매수 단가 2,000원대에 보유한 적이 있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줄기차게 하락하기만 하는 종목이었지만 오기로 계속 보유하여 2004년에 급기야 1,100원대까지 갔지만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 종목은 콘돔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인데, 그 당시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업이고 재무구조도 튼튼했기 때문에 만약 중국에서 가시적인 실적이 나오기만 하면 주가는 천정부지일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주가가 1,100원대에 이르자 자신의 행동이 무척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종목에 목맬 필요가 있나?

이거 아니라도 매 일 벌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2년을 기다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바로 1,200원 정도에 매도해 버렸다.

그리곤 물으나 마나 내가 팔고 일주일이 되지 않아 생각지도 않던 조루방지 콘돔을 상용화한다는 뉴스로 5일 연속 상한가를 가면서 순식간에 3,000원을 넘겼다.

그 때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또 처음 유니더스를 매수할 때의 마음으로 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종목을 보유한 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상황에서 매수가 대비 25% 정도가 하락한 상태다.

지난 해 12월에 뒷걸음친 것이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다.

1년내 잘 하다가 딱 한 번 사고친 것이 전체 계획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그렇게 한 번 사고를 치고 나면 한 동안 조심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번에는 자신감 상실로 나타나서 좀체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게 만든다.

이 달엔 16일에 이미 천만 원을 넘어서 17일엔가 천 40여만 원을 기록했었다.

내심 이 달에는 수익이 제법 되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우스운 것은 이 때부터 불안한 가운데도 지수는 계속 올랐는데 내 계좌는 계속 줄었다는 것이다.

이 달을 마무리하면서 참 주식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려울게 아무것도 없는데 쉽게 계좌가 불어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