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지만 사람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나를 포함해서..)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싫은 소리를 하며 얼굴색을 불히면 오히려 기분나빠하며

'더러워서 피한다.'는 식의 행동을 한다.

이번에 나는 두가지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가지는 사무실에서 직원간의 분쟁과 또 한가지는 남편과의 이견 이였다.

전자의 경우 옆의 팀에서 직원이 한명 빠지면서 우리팀의 직원이 가게되었다.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남은 일은 고스란히 남은자의 몫이 되었고

과정과 결과를 모두 놓고 보아도 피해자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팀일 진데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란다.

후자의 경우는 얼마전 신랑과 함께 학교에 가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버스를 타면 멀미를 많이 하는 편이라 버스타는 것을

결코 즐거워하지 않는다. 멀미를 하지 않더라도 버스를 타면

늘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가게 되니 당연히 '자동차를 타고 조용히 오붓하게 가야지.ㅎㅎ'

생각했지만 남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한다. 좋다고 하며 뒤를

따르며 "자동차를 타고 가면 시간도 절약되고 가서 아침도 먹고 할수 있을텐데."

하였더니 아무말없이 쳐다보다가 갑자기 혼자서 가버린다.

학교에 가서 혼자서 조용히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남편은 내가 버스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빨리가서 식사하고 책도 보자고 한것이

왜 기분이 상했을까?'를 되세기며 앉아 있으니 전화가 왔다.

남편이 3층에 있단다. 수업시작할때가 되었으니 얼른 4층으로 올라 가라고 하고

나도 3층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되어 문자를 보냈다. 1층에서 기다린다고.. 남편은 묵묵부답이다.

11시50분부터 12시5분까지 기다리다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때부터는 내가 화가나기 시작한때인것 같다. 버려진다는 느낌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내가 남편에게 버려질수 있구나!'

조용히 학교옆에 국수집에 앉아 있는데 왠 아저씨와 남편이 함께

들어와 옆에 앉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참 당황스럽다.

'이사람이 뭐하는 걸까? 왜 나를 이렇게 대하지?'

나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마치 절벽위에 혼자 서 있는 듯이..

"생일 선물로 맘마미아 예약했는데 어때요?"

"내 생일 선물로?"

"응"

"......"

"응?"

"그래, 좋아"

뮤지컬이라고는 예전에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보게했던 그 뭐더라.... 가 전부인 내 생일 선물로 뮤지컬 공연 관람을 예약했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저 여자는 과연 누구의 아내인가?

저녁 7시 30분 공연인데 집에서 공연장까지는 차로 20여분 거리이니 막힐 경우를 대비해 집에서 6시 40분 정도에 출발하기로 했다.

미리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수련관에서 집으로 데려다  놓고 신라면배 최종국을 감상하고 있는데 아내가 퇴근해왔다.

"아직 옷도 안갈아입었어요?"

"뭐 옷까지 갈아입어야 돼?"

"그래도 마누라가 어제 새 옷까지 미리 준비해뒀는데~"

벌써 얼굴에 홍조까지 띠고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디 연예인들이 시상식장에서나 입을법한 고급스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하고 집을 나섰다.

차가 많이 막혀서 예정 시간안에 도착을 못할지도 모를 상황이 되었다.

"일곱시 반이라며? 그러면 아직은 괜챦은데 뭘, 그리고 좀 늦으면 어때"

"늦으면 입장을 안시킬지도 몰라"

"에이, 그래도 돈을 냈는데 그러기야 하겠어"

"헤헤, 그래도 관람 매너가 그게 아니쟎아"

혹시 서두르다가 사고라도 낼게 염려가 됐는지 더이상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게 보였다.

에이그 그래 우아하게 매너지키면서 살아라

노란불이 들어오고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교차로에 진입해서 가장 긴 신호 하나를 통과했다.

"어머나, 자기 왜그래? 이런 일 없쟎아?"

"그래, 마누라 매너 지켜줄려고 신랑은 법을 어긴다"

말은 뭐라고 하든지 얼굴은 이미 아까 신호대기하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밝아져 있다.

신호란 신호는 다 걸리며 애를 태웠지만 그래도 늦지는 않았다.

입구에서 표를 내미니 좌석을 안내하려던 직원이

"죄송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주시겠습니까" 한다.

가장 싼 좌석을 예약한게 틀림없다.

좌석에서 무대까지의 거리는 20-30미터는 돼보였다.

멀리서 그것도 위에서 내려다보아서 그런지 배우들의 모습이 너무 볼품없다. 요즘 8등신이 잘빠진 신체대비라고 하는데,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9등신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저기 열연을 하는 배우들은 모두 5등신 정도로 보였다.

보이는 모습이 그러니 연기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고 현장감을 느까기에도 부족했다.

그래도 음악이 귀에 익숙한 아바의 곡들이 많아서 반가웠고, 전체적으로는 무척 흥겹고 즐거웠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마지막 배우들의 인사하는 부분이었다. 전체 배우가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장관이었고, 한 사람씩 절도있고 리드미컬하게 돌아가며 인사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객석의 반응은 의외라고 할 정도로 뜨거웠는데 역시나 아래층과 아내의 열기가 그랬다. 아내를 제외한3층은...

공연장을 나와 아내는 근사하게 저녁을 먹고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은 라면이었다.

아내는 벌써 몇 년 째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고 있다.

지금은 3학년이라는데, 그 대학은 한 2년에 한 학년씩 올라가는 모양이다.

나이 들어서 대학을 가려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대학에 가서 자기 아들, 조카 또래의 학생들과 함께, 자기 또래의 혹은 자기보다 더 어린 교수에게 무얼 배우겠다는 것인지...

그랬던 나지만 며칠 전에는 아내에게 이왕 하려면 방송통신대학 말고 차라리 청내 대학을 가라고 권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대학 공부를 한다는 것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나 때문에 공부에 별 의욕이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금새 화색이 돌며 그렇지 않아도 방송통신대학 졸업하면 일반 대학에 편입학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였다.

요즘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엔 공부를 하러 집을 나간다. 집에서는 공부를 할 수가 없다고...

평일에 출근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면서 오히려 이 때는 딴 사람인양 활기가 넘친다.

"아, 오늘은 좀 늦었네. 그럼 한 한 시 반이나 돼야 돌아오겠는데... 그런 줄 알아요. 얘들아 엄마 갔다 올께"

내가 아내의 대학 공부를 응원하기로 한 계기는 팍스넷 게시판에 '고졸에 대한 편견'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은 것이다.

댓글을 단 사람들 대부분이 고졸에 대한 편견이 잘못됐다며 글쓴이를 성토했지만... 마치 전여옥씨가 노 대통령에게

"학벌이 뭐 중요합니까? 열등감 갖지 마시고 국정에 전념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개운치 않았다.

고흐와 피카소, 여러모로 대비되는 두 인간상이다.

지금 '누가 더 위대한 화가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고흐는 생전에 화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힘든 생활을 하다가 마흔을 살지 못하고 요절했다.

반면 왕립미술학교를 나온 피카소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평균 수명을 훨씬 뛰어넘도록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후세 사람들이 뭐라 평하든 그것이 이미 죽은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아내가 공무원이 될 때만 해도 고졸들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고졸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현실이다.

이제 갓 들어온 친구들이 업무 능력에서 아내를 능가할 리는 없지만 아내로서는 그들을 대할 때, 뭔가 감정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는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