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내게 왔다. 그 속에는 햇살과 새소리와 꽃향기가 가득하다. 

시간이 내게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살라고 선물을 보낸 것이다. 

나는 투명한 햇살에 눈을 씻고 꽃향기에 마음을 닦는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새들의 노래 소리처럼 

그렇게 고운 말만을 나누어야 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서 하루를 계획한다.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할까 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아주 세밀하게 하루를 설계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삼등분해서 

하루를 계획하고는 한다. 방학이라 공부를 하면서도 나름 머리 식힌지라 

하루의 일과가 늘 똑같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하루를 계획할 때면 날마다 

하는 일도 다르게만 다가온다. 

그렇게 하루를 계획하면서 부터 내게 오는 하루하루가 날마다 

새로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루를 앞에 두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계획을 세우다보면 

그것 자체가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마치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내 손 안에 있는 것만  같다. 

그 큰 시간이 내 작은 손안에 있다는 생각이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하루의 계획을  잘 실천하는 편은 아니다. 

어쩌면 그 일정을 지키지 않는 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마음이 그렇게 단단하지 못한 것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것은 별거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조그만 행위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 저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큰 항아리를 가득 채우듯 

지혜 있는 이는 이런 식으로 조그마한 행위라도 소홀히 하지 않아 마침내 

크나큰 기쁨을 맛보게 된다. "  

이 구절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내가 진정 하루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는 한다. 나는 내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발견하지 못한다. 하루를 소홀히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를 계획하지만 

하루를 위해 열심히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다지 지혜 있는 사람의

행위는 아니다.  

우리는 보통 하루를 인생의 아주 작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부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 있는 사람은 하루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는 하루를 인생의 전부로 본다. 

오늘 하루를 떠난 인생은 없기 때문이다. 하루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생 전부를 소홀히 하는 거와 같다는 생각을 가질 때 비로소 하루의 

소중함에 눈뜨게 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이렇게 삶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인생을 진정 사랑하는 법을 배운 사람에게는 이 세상 무엇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일상의 행위와 만남 그리고 느낌까지 그에게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다. 날마다 좋은날. 그것이 진정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 살아가는 나날의 모습인 것이다. 

산사에서 날마다 내게 오는 하루는 향긋하고 투명하다. 

그런 하루 속에 나를 그려 넣는 아침이면 나는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하루를 닫을 때 내 마음속에는 하루의 약속을 실천하지 

않았다는 자책이 남는다. 

아는 것은 세살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실천하는 것은 백살 먹은 노인도 어렵다는 한 선사의 말씀이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면 문득문득 가슴에 와 닿는다. 

실천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삶에 기쁨은 그렇게 실천을 

통해서만  온다. 

지금 내 삶의 자리는 때로 우울하고 때로 기쁘다. 

날마다 좋은 날들을 위하여 나는 오늘도 하루를 유심히 들여다 본다.         

마라도를 찾아 갔다.

옛 기억의 저편에서 마라도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마라도를 향해 가는 길 내내 내 가난했던 날의 방랑을 떠올렸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던 날 밤의 어두운 바다. 몇은 멀미를 하고

몇은 술을 마시던 배 안의 풍경들. 그 절망과 을씨년스러움. 그것은

내 삶의 풍경 전부이기도 했다.

그래서 막연히 마라도가 그리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 그곳에 가면 나보다 더 외로운 섬의

모습을 보면서 내 외로운 삶을 위안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단지 위로 받기 위해서 나는 없는 돈을 박박 긁어 마라도를 향해서 떠났다.

서울에서 밤 열차를 타고 목포로, 다시 목포에서 밤배를 타고 제주로.

나의 행로는 밤으로만 이어졌다.

그것은 외로운 내 삶이 선택한 여정이기도 했다. 밤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고단한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은

삶은 외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세상에 외로움이

지천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마라도로 향하는 배에 올라 나는 끝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끝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끝은 단절이고 없음이고 절망

이고 부재였다.

마라도는 그러한 끝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았다.

마라도에 내려 나는 섬의 가장 끝에 앉아 밖를 바라보았다.

망망한 바다뿐이었다. 파도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을 따라 파도로 밀려오는 망망한 바다를 해가 저물도록 바라보았다.

마라도는 나보다 더 외로운 섬이었다. 물결과 바람만이 거세게 활보하고

사람들은 그 밑에서 풀잎처럼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작고 작은 사람들의 모습을 마라도에서 보았다. 끝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저토록 작은 것이라면

우리 삶의 끝도 저토록 작은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욕망의 부질없음을 그곳에서 함께 보았다. 그리고

사람이 외로운 것은 이루지 못한 욕망 때문이라는 것도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 외로운 젊은 날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 그곳은 내 외운 젊은 날의 마지막 여행지 마라도.

나는 그곳에 젊은 날의 모든 것을 내 던지고 산으로 들어왔다.

욕망의 부질 없음을 보았으므로 그리고 외로움의 이유를 알았으므로 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다.

이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다시 마라도에 갔다.

배에는 관광객들이 넘쳤다. 더 이상 외로움을 찾아 마라도에 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물결이 잔잔한 마라도에는 내 기억 속의

바람 또한 없었다. 섬도 사람도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속에서

나도 외롭지 않았다. 외로움은 이제 추억이 되어 버렸다. 마라도에서

창명 자장면 한 그릇을 사 먹으면서 나는 추억이 되어버린 내 젊은 날을

향해 따뜻하게 웃음 지어 보였다.

차밭을 거닙니다. 햇살이 따뜻합니다.

그러나 차나무는 냉해를 입어 잎이 아직 채 나지도 않았습니다.

작년에 가지를 친 것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초록 새 잎이 간간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마치 차나무의 미소처럼 다가옵니다.

새 잎을 보는 순간 차나무의 미소를 만난 것입니다.

차나무의 미소를 처음 본 것입니다.

차나무의 미소를 보며 바람의 미소도 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해풍을 느껴 보았습니다.

바다를 달려온 바람의 표정에는 온통 푸른 웃음이 가득합니다.

나는 그 푸른 웃음의 결속에서 마구 푸르러진다는 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바람의 결이 되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즐거운 흔들림이었습니다.

가끔씩 무언가를 진정으로 느끼게 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존재의 무게가 사라짐을 실감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슬픔에 빠져 자신을 잊지는 마십시오.

슬픔 속에서 자신을 잊는 것은 고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차밭에는 차나무의 미소와 해풍의 푸른 미소가 햇살처럼 반짝입니다.

그 속에서 나는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