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도 모르게 많이 사용한 단어, 또는 문장이 있다면 아마도

벌써, 12월, 진짜, 정말,... 아이구야 등이다.

말 그대로 벌써 12월이 왔다.

사건의 연속속에 정말 그랬을까? 하는 진자? 정말? 하면서 되물은 사건이 많았던것 같다.

아이구, 벌써 12월이야 한 것이 없는데,..

한것이 없지는 않지만, 만족할 만한 일이 별로 없다.

이렇게 12월이가면 반성하고 또 다짐하고

.......

그래도 조금은 나야지겠지,

막연하게 기대해본다.

별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배영순/ 문화일보 <放下次序>1.

선방에서 공부를 하던 스님인데 어느 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너무도 한심했다. 공부를 한답시고 십 수년 동안 연중 행사처럼 선방을 들락거렸지만 정작 공부에 대한 진실한 뜻도 없었고 사생결단을 하듯 딱 부러지게 공부를 한 바도 없었다.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시늉만 내고 살았다.

욕심이야 도(道)가 터지고 싶지만 자신을 돌아보니 깨칠 재목이 아니었다. 깨칠 이유도 없었고 깨침에 대한 절실함도 없었다. 허망한 욕심으로 대박이 터지듯 도가 터질 것을 기대하고 공부하는 시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도둑과 다름없었다. 더 이상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는 인간 꼴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선방에서 조용히 물러 나와 공양간으로 내려갔다. 공부를 할 주제가 못되는 인간이 선방에 죽치고 앉아있다는 것은 공부를 더럽히는 것이고 다른 스님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속이고 사기 치는 공부는 더 이상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 생에서 공부와는 인연이 없는 중생이니 공양간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스님들 밥이나 해주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엌에 내련 간 그 스님은 밥솥을 열다가 ‘도(道)가 터졌다’

2.

위의 이야기는 필자가 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다. ‘도(道)’가 무언지 또 ‘도가 터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필자가 잘 모르지만 하나 집히는 게 있다.‘자기 정직성’이란 문제다. 그러니까 공양간에서 도가 터졌다는 그 스님은, 자기 기만과 거짓의 굴레를 박차고 나오면서 진심(眞心)이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자기 정직성이 깨침의 관건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속이고 산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일상사 그 어디에도 진심은 없다.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심(眞心)’이란 말 자체가 거짓말의 상용구가 되어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에서 처럼. 입만 열면 ‘진심’을 말하지만 진심(眞心)이를 잃은 지는 너무도 오래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데도 이력이 나서 스스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산다.

우리가 진실한 자기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자기 기만과 허위를 직시하는 정직성과 용기가 없이는. 그런 면에서 자기 정직성이란 것이 구원의 유일한 출구일지 모른다.

(참고) 儒家에서 단연 최고의 가치개념으로 상정하는 것이 성(誠)이란 개념이다. 성(誠)에 통할 수 있는 것은 ‘무자기(無自欺)’다. 스스로에 속임이 없다는 것이다.

/배영순(영남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