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이재훈 기자]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던 영화 '킹스 스피치'가 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영국 왕 조지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에도 유수의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조지 5세의 차남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장에서 폐회 연설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국이 대영제국의 위상을 아직 지키고 있던 때, 모두의 귀가 훗날 조지 6세가 될 요크 공작의 연설에 집중돼 있다. 마이크 앞에서 오랜 침묵을 지키던 요크 공작은 힘겹게 입을 떼지만 연설은 그의 말더듬증으로 인해 뚝뚝 끊기고 좌중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역사 속에서 조지 6세는 세계 2차 대전의 혼란 속에서도 런던을 떠나지 않고 국민들과 위험을 감수한 책임감 있는 왕으로 기록돼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기까지 그가 넘어야할 큰 산이었던 말더듬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영화는 감동적이면서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 중 한 명은 조지 6세가 말더듬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다. 연기파 배우 제프리 러시가 연기한 이 인물은 학위도 없는 괴짜이지만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을 더듬게 하는지, 또한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로그의 핵심 무기는 바로 진심으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실존 인물인 라이오넬 로그는 그의 손자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제작진과 제프리 러시도 이 인물에 대해 정보가 거의 없던 중에, 그의 손자가 라이오넬 로그의 일기장을 들고 촬영장을 찾은 것. 그의 일기장엔 당시 조지 6세와의 면담 기록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고, 이는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물론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 미국배우조합상,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콜린 퍼스의 말더듬는 왕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왕의 위엄을 잃지 않으면서도 개인적 고뇌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그는 훌륭히 소화해 냈고, 극중 그의 아내 역으로 출연한 헬레나 본햄카터의 내조 역시 눈길을 끈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콜린 퍼스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 톰 후퍼의 감독상 수상은 다소 의외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쟁자가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빗 핀처였기 때문.

톰 후퍼는 TV영화 부문에선 이미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스크린에서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그의 장기는 시대극이다. 그는 '엘리자베스 1세', '롱포드', '존 아담스' 등의 TV영화로 화려한 수상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2대 대통령 존 아담스의 눈으로 본 미국 혁명을 다룬 '존 아담스'로만 4개의 골든글로브와 13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미 시대극에서의 탄탄한 연출력을 쌓은 그가 '킹스 스피치'를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최근 '블랙 스완'의 흥행 성공은 '아카데미 특수는 사라졌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가 남녀조연상은 받은 '파이터'도 10일 개봉돼 아카데미 특수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아카데미의 주인공 '킹스 스피치'는 오는 17일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사진=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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