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저축에만 신경 쓰면 실패 … 합리적 · 효율적인 자산배분 필수

쌍춘년 덕분에 지난 한 해 동안 주머니가 가벼워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주말이면 연일 이어지는 결혼식 소식에 넌더리를 내던 노처녀 · 노총각들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야 어찌할 도리가 없을 터. 올 해에도 지난 여파를 몰아 제 2의 인생을 찾아 떠나는 신랑 신부가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막연한 장밋빛 계획만 가지고 결혼이라는 거사를 치르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다.

관례적으로 집은 남자, 혼수는 여자라는 생각이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예비신랑은 10년 전 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 분양가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비신부도 남들만큼 해 가야 하는 혼수 걱정에 결혼의 단꿈만 꾸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 결혼문화연구원(04년)의 자료를 보면 현 우리의 직장 초년생 및 우리 차세대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가 이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서울 남녀 결혼비용: 남성 1억1747만원, 여성 4835만원).

오죽하면 전문직이라고 칭송받는 회계사마저도 신혼집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혼하기가 때로는 싫어진다고 토로할까. 문제는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보다는 결혼 이후의 삶이다.

위에서 제기한 여러 가지 이유들 외에도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늦깎이 결혼.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재무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결혼 전 자유로운 싱글시절에는 본인만을 위한 지출 중심의 자금관리가 이뤄졌다면 결혼 이 후에는 각자의 자금관리를 통합해서 관리할 필요성이 생겨난다.

결혼 이후의 중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한 자금관리 및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미혼 시절 어설픈 재테크에서 벗어나 앞으로 둘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인생의 전반을 계획하고, 이에 적합한 목적자금 설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소요준비 자산, 미래가치 고려를

최근 재무상담을 실시한 한 맞벌이 부부는 각자 38세와 35세에 결혼해, 이제 막 5개월을 넘어선 아들을 한 명 두고 있다. 이 부부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1~2년 정도 납입한 적금과 연금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이 출산 이후에는 각종 보험과 교육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필자는 이 가계의 재무상담 시 대표적인 오류로 교육보험을 지적했다. 자녀가 2세~17세까지 해당 연령 도달 시 총 5회 지급되는 교육자금이라는 명목의 670만원과 27년 뒤 만기 환급액 1370만원이 지급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연 환산 수익률을 고려해보니 고작 2% 내외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녀 실손의료보험으로 지출되는 보험료가 5만원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보험에서 1만4천원을 추가로 내고 있었기 때문에 보험료가 이중으로 낭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특정 해당 연령에만 지급되는 등 유동성 문제도 짚고 넘어갔다. 이 부부는 이 보험이 자녀교육비 마련을 위한 유일한 주력상품이라 하였다.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시점인 17세에 지급한다는 교육보험의 금액이 3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나중에 186만원의 가치로 쪼그라든다. 이 부부의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동안에 필요한 공 · 사교육비를 총 합산한 예상 교육비 4288만원에 턱없이 부족한 자금인 것이다.

공교육비마저 11년 동안 3배가 오르는 현 상황에서 월 40만원 고등 사교육비 지출을 예정하고 학원비 상승률을 년 10%로 상정할 경우 고등학교 1학년 한 해 동안 필요한 총 교육비만 해도 당시에 준비해야 할 자금이 4288만원(미래 가치, FV)에 이른다. 이 늦깎이 부부는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방법과 상품들을 나름대로 알아보고, 계산기 두들기며 심사숙고했다고 한다.

일단은 납입한 것보다 돌려받는 것이 많으니 선택이 잘못되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저축의 효율성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화폐가치를 고려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잘 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없게 됐다.

당연한 지출, 만만치 않다

올해 43세인 L기업의 구매부 ㅅ과장과 아내가 둘째 출산휴가 중인 한 맞벌이 부부는 35세에 결혼한 8년차 부부로 그들의 문제점 또한 심각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아들을 위해 들어가는 보육학원비 및 보모양육비만 85만원이 넘었다. 두 부부의 주거생활비, 음식비, 보장성보험, 용돈, 자녀교육비 등 소비성향은 무려 77%에 달했다.

저축 형태 또한 뚜렷한 이유와 목적이 없이 단지 연말소득공제용 목적으로 가입한 것으로 연초 정산환급액은 물품구입비로 대형 할인마트에 상납(?)되는 등 저축 보다는 매년 재소비 형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두 부부의 은퇴 예상 잔여 최대기간은 향후 15년과 5년. 지금 당장 살고보자는 식의 과도하고 짜임새 없는 맞벌이 재무구조는 만일 한 사람이 조기퇴직을 맞게 될 경우 현재뿐만 아니라 둘째 추가 양육비 문제로 은퇴 시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부부가 파고다 공원에 나앉게 될 심각한 문제로 갈 수도 있다.

필자와의 상담을 통해 이를 보다 절실히 인식하게 되었으나 해답을 찾으려하는 부부의 얼굴에는 막연함과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의지가 교차하는 듯 보였다.

아직까지 30, 40대의 재테크 수준은 물가상승과 교육비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은행저축이라는 틀에 발목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자금과 노후자금 등 꾸준한 자금소요계획을 충족시킬 방법을 알지 못한 채 금리가 낮더라도 그저 안정적인 저축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필자가 17년 전 대학시절에 배웠던 경제학을 지금은 어려운 일부 내용들이 이미 고등학교 경제과목에서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은 자꾸 발전해 나가야 함에도 20세 중반 이후 직장 초년병 때의 금융지식이 그 전부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연말, 연시만 되면 근로자 우대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청약통장부터 가입하라는 말은 굳이 재테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재테크 족보였다.

우리는 앞으로 돈의 흐름에서 스스로를 너무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늦깎이 부부의 경우에는 혼자인 기간이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길었기 때문에 미혼시절 구축한 자산구성항목을 최대한 빨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이루어야한다. 자녀양육비, 노후자금 마련 등 결혼으로 인한 공동의 재무목표를 위한 효율적인 자금관리를 위한 전문가 상담은 두 자산의 합병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하겠다.

가계 망치는 잘못된 금융지식

여러 인터넷 재테크 카페의 댓글을 읽고 있노라면 한심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가입한 펀드, 보험 등이 이러이러 한데 어떤지 한번 봐 주실래요?” 댓글에 올라온 글을 보니 “적절히 잘 분산투자 하셨네요.” 아무 근거도 없는 어설프고 무성의한 답변들이 많다. 마치 요즘 내 몸 상태가 이러이러 한 것 같아 이러이러 한 약을 먹고자 하는데 어떤가요? 일단 그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보입니다만 약국에 가서 OOO약 사드세요! 하는 것과 같다.

늦었다는 마음에 여기저기 지식을 배회하며 토막토막 짜깁기 되고 잘못된 금융지식을 얻고 있는데 그것이 전부인 듯 돈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평생 돈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을 들여 정확한 진단과 전문가의 처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로 이해해 나가야 한다.

그 이유는 한 번 틀린 수학문제는 그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다음 시험에 또 틀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학문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면 당신은 그냥 답을 외울 것인가, 아니면 유형을 파악하고 개념을 파악할 것인가.

두 자산이 합병되는 맞벌이는 운영할 자금 규모도, 준비할 자금계획도 증가하고 또한 자칫 잘못된 자가진단을 할 경우 전체 가계부가 흔들릴 수 있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 나름대로 예측된 가계를 꾸려 나감에 있어 그 짜임새 또한 탄탄하고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현대 재무관리 개념도 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진용 에셋비 재무설계사 mss70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