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혁이 등원시킬려고 잠시 아파트 단지밖으로 나와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시댁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자주 하시는 분들도 아니고, 이런 이른 시간의 전화에 무슨일이 있나싶었다.

어디냐고 물으셔서 잠깐 밖에 나왔다고 하니, 집에 들어가면 전화를 달라고하시는 아버님.

혁이 버스태워 등원시키고, 집에 들어와서 전화드리니,

혁이아범이 다니던 학원 그만두고, 본인이 학원 차린다는 얘기를 어머님께 들었다고 하신다.

전에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조그만 공부방을 해볼까 한다고 했던적이 있었는데,

어머님께서는 지금 당장 학원차린다고 들으시고, 아버님께 말씀드린듯.

많이 걱정된다며, 어찌된 일이냐고..

앞으로 그럴 계획으로 준비해서 2년후쯤 조그만 공부방 할까한다고 말씀드렸다.

그제서야 안심하시는 아버님께서 통화 끝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혁이 아범에겐 너뿐이 없다. 니가 있어서 참 든든하다. 잘 알아보고, 준비 열심히 해라.

훗날 도움이 필요하면 정신적,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

아버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며느리에 대한 신뢰가 묻어나온다.

사실 경제적으로 도움 주실 형편은 안되시지만, 그런 말씀만으로도 든든하다.

오늘은 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에 마음이 훈훈한 날이었다.

신랑의 얄미운 행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신랑과 혁이는 주말만을 같이 보냅니다.

둘은 생활패턴이 달라서 평일엔 서로 잠자는 모습만 바라보는게 전부입니다.

며칠전 저녁엔 다른 아이들 아빠는 일찍오는데, 왜 우리아빠만 늦게오냐면서 울더라구요.

아빠의 직업 특성상 어쩔수 없음을 설명하지만, 이제 50개월된 아이에게 납득이 안되겠지요.

단지 아빠의 부재가 억울할 따름인가 봅니다.

그래서 주말엔 신랑이 혁이랑 많은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근데, 신랑은 그게 아닌가봅니다.

주말에 뒤늦게 일어난 신랑을 보고 혁이는 좋아서 어쩔줄 몰라합니다.

같이 놀아달라는 혁이를 밀치고 식사 마치자 마자 컴퓨터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신랑을 보니,

슬슬 화가나더라구요.

설겆이를 하는데, 잠깐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아빠는 게임하고,

혁이는 의자 뒤 바닥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빈둥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을수가 없더라구요.

화가 나서 하던 설겆지 그냥 놔두고, 혁이 델고 산책 나갔습니다.

둘다 성격상 큰소리 못칩니다. 그래도 화난건 알고, 말 안시키더라구요.

저흰 싸워도 말 안하는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다가 일요일 저녁먹으러 나가자고 했어요.

술한잔 먹으면서 얘기할려고요....

요즘 컴퓨터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얘기하면서,

사용시간을 줄이고, 아이하고 더 많이 보내줬음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그럼 주말엔 가족한테 올인하라는거냐? 나도 요즘 힘들다고 얘기하네요.

그럼 일찍 자면 될것을, 새벽 2시에 들어와서 6시까지 컴퓨터하고,

뒤늦게 잠자는데 힘들다 하면 이해해 줄 마누라가 어디있겠어요?

그리고 평일날 그렇게 하면 주말엔 조금 덜하면 될것을 주말까지도 컴퓨터 메달려 있으니 화가 나죠...

근데, 본인은 아니라네요. 괜히 제가 심사가 뒤틀려서 심통부리는것같다고 하는데, 

더 이상 대화가  안된다는걸 깨닫고 입을 닫았습니다. 근데, 눈물이 나오더라요.

그 순간엔 '실망, 절망' 이런 단어들이 큰 망치가 되어서 제 머리를 강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간만의 외식이 망쳐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 이야기가 없어졌어요. 심사가 뒤틀려서 그러는거라는데 뭔 말이 필요해요?

신랑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더라구요.

분명 pc방 갔겠지...하면서 자버렸습니다.

새벽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누운 신랑도 맘이 편칠 않은지, 계속 뒤척이면서 한숨을 쉬더라구요.

다음날 평소랑 다름없이 밥 챙겨주고, 도시락 챙기고, 다른것이라곤 말을 안하는거.

거실에 앉아있는데, 커피를 끓여오더니, 어제는 본인이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네요.

이제부터 컴퓨터하는 시간 줄이도록 노력해보고,

금요일 저녁에 일찍 자고, 주말에 아이랑 놀아줄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얘기하네요.

사과를 하고, 앞으로 노력해 보겠다는 얘기를 해서 끝났지만,

심사가 뒤틀려서 괜히 심통부리는거라는 말은 신랑이 입밖으로 꺼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아직도 가슴 아픕니다.

5년을 살았는데, 그렇게 날 모르나?

서글퍼지는 사건이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어딜 살아도 행복하고

행복한 사람은 누구와 살아도 행복하고

행복한 사람은 무엇을 해도 행복합니다.'

혁이 어린이집으로 데릴러 가는길에 교회 현수막에 이렇게 적혀있는걸 보고 마음이 따뜻해져서 옮겨 봤습니다.

결국 행복이란 내 안에서 찾으란 말인가 봅니다.

모두 행복해 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