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래전 4월말 이야기입니다. --; 저는 늘 맘은 있는데 글로 쓰는 것에 시간이 오래걸리네요. 인터넷이 잘 안되는 환경도 있고... 아직도 제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바쁜 맘입니다....

성수와 성진이는 계속 [홀로서기] 연습 중입니다.

중,고등학교 가면 결국 혼자 공부를 해야하니까 꼭 지금 시점에서 이런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성수가 초4인) 공책정리를 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제안을 했을 뿐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본인이 필요를 느껴야 하니까요. 다만, 정리하는 방법이나 중요한 점을 뽑아내는 것을 초 고학년에서 연습이라도 했으면... 이라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근처 문화센터에서 방학 중 특강으로 2시간 짜리 강의가 있었는데 --; 가기 싫어해서 못보냈습니다...

먼저 계획짜기!

예전엔 제가 제안해서 계획을 짰지만 이번 시험 부터는 스스로 짰습니다. 다만 올해부터 달라진 것은 우리 셋이 weekly 계획을 짜고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일요일 밤에 간단히 모여서 지난 주를 평가하고 다음 주 계획을 세우는데 제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

성진이는 예전처럼 요일에 과목을 할당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웠고 성수는 문제집 양으로 계획을 세우더군요. 언제까지 1단원 다 풀기... 이런 식으로요.

제가 유일하게 반드시 챙기는 과목은 수학입니다. 수학은 매일 적어도 3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유일한 우리집 공부 규칙입니다. 원래 한페이지였는데 빼먹는 날이 생겨서 잠수네 어느 분 벤치마킹하여 3문제로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빼먹는 날 거의 없습니다. (어린이날 아침에도 놀러가기 전에 일어나자마자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3문제를 풀었더군요)

(과정)

이번 중간고사의 성과라면... 성수가 스스로 [요점정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요점이 정리된 프린트물을 나눠주셨지만 본인이 많이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 따로 요점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 역사 부분에 틀리기 쉬운 부분을 동생과 노래로 만들어 외우더군요.

성진이는 이번에 소위 [인강]을 접했습니다. 학교 반 선생님이 사이버 가정학습을 맡으셔서 사회과목을 하시는 바람에 대부분 엄마들이 별로 안좋아하는 인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4에는 필요없겠지만 (주위를 보면) 고등학생들은 필요하더군요. 제가 작년 변리사 공부할 때 서울까지 강의 들으러 안갈 수 있었던 것이 또 인강의 힘이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강을 들으며 느꼈던 것은 자기 공부에 녹아낼 수 있어야하고, 필요없는 부분은 스킵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등등이었습니다. 처음엔 낯설어서 집중이 잘 안되었구요. 그래서... 어떤 엄마는 강제로 그냥 틀어만 놓게 한다는데 저는 스스로 판단하도록 두었습니다. 이것도 인강 연습이다 싶어서요.

(결과)

결과는... 성수가 초등 들어와서 가장 많이 틀린 시험이 되었습니다. (앞에서 쓴 것 처럼 스스로 공부하고 결과도 좋았다~ 이러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본인도 굉장히 당황했구요... 국어도 이제 "공부"를 해야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꾸준히 공부한 수학에서 좋은 점수가 나와서 간신히 평균은 그래도 괜찮않지만요...

성진이는 아깝게 하나 틀렸는데... 반에서 일등입니다. 이번에 성진이 반에서는 올백이 없었네요.

(평가)

예전에 읽은 책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오랜동안 묶여 있는 사람을 보고, A가 물었습니다. "저 사람을 왜 묶어 두었나요?" 그러자 묶어 둔 사람이 대답합니다. "저 사람은 풀어주면 혼자 걷지 못해서 묶어둡니다." A의 주장으로 풀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묶여 있던 사람은 마구 비틀거립니다.

묶어 두었던 사람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이것보세요. 이 사람은 혼자 걷지 못하지요?" 하고는 다시 묶어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래 묶여 있으면 다리에 힘이 없어 한동안은 비틀거릴 수 밖에 없고, 그 기간을 견뎌내야 (본인과 주위 사람들은 불안하겠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그런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이제 막 요점 정리를 하게 되었고 ... 하는 성수에게 지금 당장의 점수로 제가 다시 개입한다면 위 이야기의 "묶인 사람"같이 만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답이 2개인 주관식 문제의 답안도 밀려써봤고, 프린트물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틀려도 보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겁니다. 과정을 살펴볼 때 특별히 크게 잘못된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틀린 문제에 대한 재공부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부분은 좀 더 신경쓰기로 했습니다.

(성적표에 대한 생각들)

잠수네 "중등방"에 들어가보니 중1 중간고사 성적표를 놓고 아연실색 엄마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자랑스럽게 아이의 공부 방법을 쓴 엄마들도 있지만요.

그런데... 전체 평균이나 석차 등 성적표에 표기 내용이 학교마다 참 많이 다릅니다. 글쎄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해야하는 공부와 경쟁체제인데요...

그래서 새삼 아이들 학교의 과목별 평균과 전체 평균 등이 친절히 써있는 성적표가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 이런 정도의 표시를 해주어야 아이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걷기 시작한 아이들... 앞으로 뚜벅뚜벅 힘차게 걸을 수 있었으면 싶습니다.

아이들 저학년 때는 보이지 않던 중학 엄마들...

아이 학년이 올라가니 주위에 참 많습니다. 소위 학군 좋다는 곳으로 이사를 와서 더 많이 보이는 것인지... 그때는 초등 고학년인 아이들이 이제 커서 중학생인 것인지...

그런데 중학 부모님들이 거의 제 머리 속의 고등 엄마 같습니다. 밤에 잠을 못자서 하루가 멍멍 하다는 둥... 완전 수험생 둔 가족 분위기 입니다.

특목고 원서 접수 기간이네요. 오전에는 전화하면 안될 것 같아 1시에 뭐 물어보려고 전화했더니 밤새 아이 자기소개서 손보느라 지금 좀 자려고 한다는... --;

어떤 엄마는 너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서 공원 3바퀴 돌고 왔다는...

중2 어느 엄마는 각종 학교 입시 설명회 다녀오느라 정말 바쁩니다.

중1 어느 아빠는 아이 무슨 대회 출품작 돕느라 평일 저녁, 주말 정신 없습니다.

중2 어느 아빠는 보고서 작성법을 아이에게 2시간을 할애하여 강의합니다.

서울에 제 친구는 여의도에서 대치동까지 토요일마다 수업 들으러 아이 데리고 간다고... (기타 여러가지 학원의 생생 소식을 전해주었는데 차마 블로그에 올리기는 뭐합니다. 대전이라 부모가 직접 거의 모든 것을 해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조직적... 기업적인 분위기... 대강 감이 잡히시죠?)

... 저는... 직장맘이라... 내후년 중학생 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아낌없는 지원은 못할 것 같습니다. 학년 올라갈 수록 엄마 손이 덜 갈 줄 알았는데 요즘 중등 엄마들 보고... OTL입니다. --;

무엇이 바른 것이고 공정한 것일까 등등 많이 고민됩니다.

5학년인 된 성수, 과학시간에 전기회로를 배웁니다. 어릴때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게 실험하고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함께 전기회로 실험 세트를 샀습니다.

실험세트를 열어보니, 당장의 수업에 필요없는 모터가 2개 더 들어있고 빨대 등과 함께 놀이기구 만들기 뭐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 과도한 엄마인 저는 필요없으니까 & 잃어버릴까봐 필요없는 것들을 빼어버리고 실험세트를 들려 보냈습니다.

첫시간 후 하교한 성수... "엄마 내꺼에는 모터가 없어서 쉬는시간에 아이들이 전자팽이 만들어서 노는데 나는 못했어"라고 하는 겁니다. 쿵... --;;;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얼른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필요없는 줄 알고 엄마가 뺐다고 이야기하고 얼른 몽땅 꺼내주었습니다.

다음 시간.. 풀죽은 소리로 성수가 말합니다. "엄마 이제 애들이 아무도 전자팽이 놀이를 안해서 못했어"

다행히... 동생과 함께 집에서 이런 저런 팽이(?)를 제작해 놀기는 했지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저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냥 들려보냈으면 되었던 걸 왜 굳이 저는 "아는 체" 판단하고 빼버려서 아이가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본의아니게 뺏어버렸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관심은 갖되 과도한 개입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라고 되새겨봅니다. 성수야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