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동호회에 올렸던 글입니다.

'여보세요. 나 반바라기'
'아~, 반바라기가? 아이구 우리 반바라기한테서 전화가 와서
누워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구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30여년 동안 한번의 만남도 없이 딱
두번째 하는 전화에서 친구는

나를 '우리 반바라기`라고 불러 주었다.

오년전에 기적같이 한번의 통화를 한 이후에

오늘 심란한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어서 친구를 찾았더니

친구는 어제 만났던 친구처럼 그렇게 전화를 받아 주었다.
 
순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내 짝꿍 순이
봄 소풍 가서 찍은 빛 바랜 사진 한장과 한 두 일화를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는 일도 특별히 없는데 가장 친근한
이름으로 다가 오는 이유는 무얼까?

가을에 갓난 애기 머리 만한 생고구마를 가져 와서
돌아가면서 한입씩 베어 먹던 일,

엄마 몰래  양쪽주머니에 볼록이 생쌀을 넣어 와서 자그작 자그작 씹어 먹던 일,

급식으로 나온 옥수수빵을 먹던 일은 좀 더 선명하다.
평소에는 급식빵이 하루에 한 개씩 배부되었는데

그 날은 두 사람 앞에 한 개가 배분되었다.

순이는 반으로 뚝 자르더니 큰쪽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큰 쪽을 받아 먹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어지간히 받았었나보다 .

아직도 그때의 장면이 생생한걸 보면......

그렇게 순이와 나는 산골 초등학교의 가난한 가시네들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림 잘 그리고, 글 쓰기, 달리기,
학과 공부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것이 없던 순이는
진학을 하지 못하고 오 남매의 맏딸로서 생계를 돕기 위해
읍내 남자중학교의 급사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는 누런 서류 봉투를 들고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등교길에 보고 마음이 아려서 아는척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도 다른 친구를 통해서 간간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하나,둘씩 들려 오던

이십대의 어느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주말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으로 가던 길에 예상에도
없던,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동네,거기다가 순이가
없는 줄 번연히 알면서 순이 집을 찾은 적이 있다.

비록 순이는 없었지만 평상에 앉아 저녁을 얻어 먹고
후식으로 수박까지 먹은 것 같다.

공부 하기 위해 대구의 어느 교회에서 일을 거들어 주며

야간학교에 다닌다는 말을 순이 남동생이

큰길까지 바래다 주며 들려 주었다.

그 날따라 논둑에서 개구리들은 왜 그렇게 울어대던지.

지금부터 오년전
모 방송국의 TV는 사랑을 싣고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있는
사람을 찾는 장면을 보고
'엄마도 꼭 보고 싶은 친구가 있단다'
라며 딸에게 친구 순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너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정말 거짓말 같이

순이 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전날에 내 꿈을 꾸고 오전 내내 여나믄번도 더
뒤적인 끝에 전화 번호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30여년만에 그렇게 첫 통화를 한 것이다.

서로 연락은 취하지 않고 있었어도 가슴 밑 바닦에선 꼬물
꼬물 살아 있었던가 보았다.

순이가 전한 30여년 동안의 첫 소식은
'반바라기야 나 공부했데이. 작년에 신학대학 졸업했데이'
인생의 중반을 넘긴 오십을 눈 앞에 둔 여인이 전한 첫
소식이 남편이야기도, 자식이야기도 아닌 공부했다는
소리가 그에게는 가장 큰 소식이었다.

물론 내게도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의 풍광속에 촉촉이 젖어 드는 상념이 너무 좋아서

우리 엄마가 비오는날 날 낳으신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 하며 상념을 즐긴다.

그런데 오늘은 입시를 앞둔 딸아이가
시험공포증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 기분은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 절박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털어 놓고 상담할 것인가?

지독한 시험 공포증을 겪었던 내 경험으로 봐서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는  일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 순간 순이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순이에게 털어 놓고 싶었다.

그렇게 두번째 통화를 한 것이다.
 
역시 순이는 개척교회 사모로서,세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 온 모습이 전화선을 통해서 전해져 왔다.

올 봄에는 대학원에 등록하려했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6.25전쟁에 참전하신 친정아버지의 공로가 작년에 인정되어

원호 가족으로 그 직계자녀인 순이가 오십을 눈앞에 두고

혜택을 입게 되었다며 호호호 웃었다.

'반바라기야, 나 대학원 시험 떨어지고 울었데이. 알고 보니
세명 뽑는데 모두 목사님만 다 되었더라. 나 내년에 다시 도전할거다'.
 
순이가 오는 오월 십오일에 부산에 오는 길이 있어서
우리 집에서 일박하기로 했다.

가장 그리운 친구

가장 가까운 친구

가장 소중한 친구

그 친구가 보고 싶다.
 
 

 

딸아이가 열흘 만에  집에 왔다.

아빠 생일을 맞이하여 딸의 축하를 꼭 받아야 한다며..

고1 때부터

밤 10시 30분이 지나서야 집에 오고

고3 때는

일요일이고 공휴일도 없이 학교에 가고 심지어 추석날까지 학교에 간 것 같다.

그러니 교복과 몇벌의 츄리닝으로도  아쉬움 없이 3년을 보냈다.

사관학교랑  일반대학 영문학과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다 결국 부모 뜻을 받아 들여

사관학교를 포기 한 직후 부터  

모녀는 옷을 사러 다녔다.

아빠는 무슨 옷을 맨날(매일) 사러 다니느냐고 했지만

엄마는 회색빛 고교 시절을 보상이라도 해 주려는 듯

밝고  화사한 컬러로 예쁘고 단정하게 꾸며 주고 싶었다.

이제 3월 중순 ~

봄 옷을 준비 해 줘야 할 것 같아 홈쇼핑에서

분홍,연두,초록색의 기본 티샤쓰를 3장 주문해 놓고

청바지에 잘 어울려 보이는 남방셔츠도 2장 사 놓았다.

현관을 들어 서면서

학교 앞에서 샀다며

짜가인데 너무 마음에 들고 예쁘지 않냐며

가방과 지갑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냥 예쁘다고 해줬다.

지 어미의  기브스한  팔은 한참 수선을 떤 후에 보이는듯 했다.

완전히 부산 가시네 서울 가서 바람 든 것이 눈에 보였다.

친구들이 그런단다

너는 아직 고등학생이냐고..

머리도 뽀끌 뽀글하게 볶고,

옷도 좀 터지고 보이는 것으로 입으라고....

 친구 진이는 반짝이가 들어 간 것이 아니면 상대를 안 한단다.

얘, 너는 예쁘고 단정한 컨셉이잖아

그래서 머리도 쫙 펴고

옷도 단정한 것으로 준비 헀잖아

어미가 사 놓은 옷에 반응이 그저 그렇다.

아이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예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약간 서운해하며

언짢아 하며 우겼다.

봄 바바리는 지난번에 준비 해 두었고

자켓 하나 사 주려고 백화점에 갔더니

아직 신상품 세일을 하지 않아서

이것 저것 입혀보고 세일 하면 사서 부쳐 주기로 하고

티셔츠를 구경했다.

정말 올 봄에는 반짝이가 유행인가 보았다.

매장마다 예쁘게수놓은 반짝이 옷들이 많았다.

톡톡 튀며 예뻣다.

티샤츠는 사이즈 큰 것으로 교환해서

내가 입고

주말에  친구들과 시내 구경하면서

마음에 든 것 사 입으라고 송금 하겠다고  전화했다.

이제 모든 면에서 한계를 느낀다.

저는 지금 왼손 독수리 타법으로 쓰고 있습니다.

목요일, 오늘은 문화원 도자기 교실에 가는 날이라서

그동안 수작업 했던 것을 가마에 보내려고 상자에 담으니 2상자가 되더군요.

가마에 보내기 전에 설레임이

소성되어 나온 작품보는 것 보다 적지 않지요.

12시까지 문화원 수업을 마치고

동호회 공방으로 향했지요.

겨울 방학에 들어 갔던 공방을 월요일 부터 문을 열기로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

그만 발을 헛딛어 나딩굴어 지고 말았습니다.

언듯보니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완전 180도 회전해서 있더군요.

너무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정형외과에 가니

탈골이 되었다며  사진 찍어 확인하더니

1분도 안되어 맞추어 주더군요.

그제서야  웃음이 나오며 아까 너무 오도방정을 떤것 같아

부끄러워지며  엄지 손가락 하나 다쳐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2주일을 기브스하고  1달 동안은 제대로 움직이지 말라네요.

빨래는 세탁기가하고

설겆이는 식기세척기가하고

밥 먹는데는 원래 왼손잡이라서 별 불편함이 없는데....

1달 이상 집에 갇혀 있어야 하고

심기 일전해서 물레 열심히 돌리기로 한 것 못하게 되서

벌써 갑갑해져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