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트 카이서(Horst Kaiser·45) 한국 지멘스 사장은 자녀 경제 교육은 합리적인 판단과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생에는 갖가지 갈림길과 판단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때 돈에 관련한 교육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것이다.

독일 출신인 카이서 사장은 다름슈타트공대에서 전자공학·경영학을 공부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학·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다시 독일로 돌아와 만하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내부 컨설팅 프로젝트 매니저로 지멘스에 입사한 후, 자동화사업부 사장을 거쳐, 지난 1월 한국지멘스 사장이 됐다.

카이서 사장은 독일의 ‘조기 경제교육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이라고 경제나 재정(財政) 문제에 대해 학교에서 특별히 많이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교과목만 있지만 사회 환경은 좀 다릅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에게 은행에서 모두 저금통장을 개설해 주고,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저축’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 직원이 한 달에 한 번 학교를 방문, 저축과 금융 생활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고 저금할 돈을 모아갑니다. 매년 ‘세계저축의 날’에는 금융 교육 강좌 등을 열면서 은행을 개방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제 및 금융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카이서 사장은 “가정에서는 두 가지 경제교육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우선 차나 집 같은 비싼 재화(財貨)를 사는 결정 과정에 자녀들을 참여시키는 것. 현금으로 모두 지급할 수 있는 것을 살 것인지,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비싼 것을 살 것인지, 일시불로 살 것인지, 할부로 살 것인지 등을 토론한다. 할부로 한다면 리스나 신용카드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등에 대해 모두의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야 돈과 이자의 원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는 돈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체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력과 실천, 그리고 성공을 할 때만 돈이 얻어진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하고 요행을 바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서 사장에게 자녀들의 ‘지혜로운 선택’을 지켜봤던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큰아들이 독일에서 자전거를 샀던 사례를 얘기했다. 통학용 자전거로 다른 물건보다 상당히 비싼 것을 사기 위해 6개월 동안 용돈을 모으더라는 것이다.

“자전거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게 불편하고, 당장 살 수 있는 싼 자전거가 있었지만, 고급 자전거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판단을 하고, 저축을 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돈을 모으면서도 줄곧 내오던 기부금을 계속 내는지, 내지 않는지도 지켜봤죠.”

부인과 16세, 14세 아들, 그리고 12세 딸을 두고 있는 그는 한국 발령이 나자마자 가족들을 모두 서울로 데려왔다. 자녀들은 서울외국인학교(SFS)에 다닌다.

카이서 사장은 “한국의 교육환경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신문에서 읽었다”면서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릴 때부터 이자와 신용판매의 원리에 대해 제대로 가르쳤다면 그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 한국 지멘스 카이서 사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은“돈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것과 통한다”고 말했다. 채승우기자rain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