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 (Ivy 리그) 에 학생들을 가장 많이 합격시키는 고등학교는 어디일까?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에 갔거나 아니면 미국행을 계획중인 부모들은 한번 쯤 생각해보는 질문이다. 기왕이면 그런 고등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날아가는게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얼마전 월스트리트 저널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명문 고등학교의 2003년 Ivy 리그 진학률을 알아보니 몇가지 특징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첫번째 Ivy리그를 가장 많이 합격시키는 대학은 단연 사립학교라는 점이다. 두번째 사립학교중에서는 등록금이 비싸다고 반드시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았다. 세번째 특징은 절대 합격자수에는 공립학교가 1위를 차지해 공립학교도 잘만 고르면 자녀들을 원하는 명문 대학에 보낼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진학률을 비교하기 위해 Ivy리그 대학 7곳을 골랐다. 하버드 ,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대학, 코넬, 브라운, 그리고 다트머스 였다.Ivy리그에 포함될 콜롬비아 대학이나 서부의 자존심 스탠포드는 자료를 구하지 못했다. 대신 7개의 Ivy리그에다 중부의 시카고 대학, 남부의 듀크대학, 서부의 포모나 대학을 합쳐 10개 대학의 진학률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또 고 3 학생이 50명이상이고 이들 10개 대학에 최소한 20명 정도는 합격 시킨 고등학교만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합격률 (고3 전체 학생수에서 10개의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수 비중) 이 가장 높은 고등학교는 뉴욕의 브루클린에 있는 세인트 앤스 학교 (Saint Ann’s School) 였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 3 전체 학생 74명중 무려 30명이 10개 명문대학에 합격, 합격률이 41%에 달했다. 이 학교는 50년 정도 된 사립으로 원래는 목회자를 키워내기위해 성공회에서 세운 학교였다. 지금은 교회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특징은 학생들의 순위를 절대 매기지 않는다는 점과 다양한 학문을 깊이있게 공부시킨다는 점이다.

이 학교의 학비는 연 2만 5백달러. 우리돈의 치면 대략 2천4백만원이다. 여기에는 물론 기숙사비나 교재대금및 그밖의 수수료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학교에 이어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있는 윈저 고등학교 ( Winsor School ) , 뉴욕시에 있는 트리니티 고등학교 (Trinity School), 뉴욕주 리버데일에 있는 호레이스 만 학교 (Horace Mann School), 그리고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는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에 있는 필립스 아카데미 (Phillips Academy) 순으로 합격률이 높았다.


진학률 상위 30 고등학교중 한 곳을 빼놓고는 모두 사립학교 였다.공립학교의 명예를 지킨 유일한 곳은 뉴욕시 헌터 칼리지 고등학교 였다. 10개 명문대학 합격률 28%로 사립학교의 숲속에서 9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통계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명문대학을 보내기위해서는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인다. 이곳 사립학교는 한국의 사립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사립학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립대학 마저 정부의 보조를 받는 판이니 그들을 어떻게 사립이라고 할 수 있겠나.

하긴 한국에서 1년에 단순한 학비만 2천만원 이상 받는 사립고등학교를 세웠다간 계층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말 것이다. 부의 세습이 교육 세습으로 이어지는 것을 용납치 않을 것이다.절대 평등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착되기 어려운게 사립학교다. 부의 형성 과정이 정당하고 나라를 위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다면 있는 돈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사회가 오히려 건강한 사회인데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국엔 수없이 많은 사립학교가 있지만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를 다니는 차이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은 없는 편이다.

한국 부모가 이런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낼 경우에는 기숙사 생활을 시켜야 한다. 그 비용까지 합하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사립고등학교가 그런 비용을 받았기 때문인지 학생 진학 지도가 놀랄 만하다. 세인트 앤스 고등학교를 보자.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개별 학생들을 위해 그들이 응시한 대학에 직접 편지를 보낸다. 편지 뿐이 아니다. 그 대학 교수나 입학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의 장점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기업으로 치면 물건을 잘 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는 얘기다. 공립학교에선 생각할 수 없는 진학 지도가 사립학교에선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진학률이 높은 지도 모른다.

그런 사립학교지만 그렇다고 등록금에 따라 진학률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사립 고등학교 수업료로선 가장 비싼 곳중의 하나가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있는 세인트 폴 고등학교다. 이곳 등록금은 연 3만1천달러다. 우리돈으로 3천6백만원.진학률 1위를 한 세인트 앤스보다 무려 50% 정도 비싸다. 이렇게 등록금이 비싼 세인트 폴 과 진학률이 거의 비슷한 필라델피아 의 저먼타운 프렌즈 고등학교 등록금은 거의 절반수준인 1만7천달러 였다. 사립학교를 보내더라도 학비가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진학률로만 보면 사립고등학교 판이어서 돈이 없는 부모들은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들 10개 명문 대학에 합격한 절대 학생수 1위는 뉴욕시의 명문 고등학교인 스타이브슨 (Stuyvesant) 이 차지했다. 3학년 학생수 7백19명에서 무려 1백19명이 10개 대학에 합격했다.합격률은 17% 였지만 절대숫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체 학생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 한 곳에만 무려 21명이 합격했다. 하버드 대학이 얼마나 들어가기 어려운가. 미국에는 주가 50개 있고 주마다 수백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아무리 골짜기 시골 고등학교라고 하더라도 천재 학생은 있게 마련이고 대학 스스로도 다양성을 존중하기위해 각 지역에서 골고루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한 고등학교에서 21명을 하버드에 보냈다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다.


스타이브슨 고등학교, 진학률 9위로 공립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헌터 칼리지 고등학교외에 주목을 끄는 공립 고등학교가 있다. 바로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다. 이 학교에선 고3 4백1명중 74명을 명문 10개 대학에 합격시켰다. 우리의 과학고등학교 격인데 들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합격만 하면 명문대학 입학은 보장된다. 고등학교인데도 실험실을 12개나 갖추고 있고 여학생 수영과 다이빙은 버지니아주 챔피언이다. 이들 외에도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이타카 고등학교에선 52명을, 역시 뉴욕주 스카스 데일에 있는 스카스데일 고등학교는 41명을, 역시 뉴욕주 로슬리 하이츠 고등학교는 30명을 각각 합격시켰다. 이쯤 되면 뉴욕주가 명문 대학 입학에 단연 유리하다는 점도 분명해진다.

남의 나라의 먼 얘기지만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자녀를 보내려는 부모들은 한번 정도 생각해봄직한 얘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