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나의 흔들리던 50대
나의 흔들리던 50대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 지 붙잡는 이 없어도 바람 불거나, 비가
오거나, 눈 내리는 날이면 가슴 시리게 어디를 향해서 달려가고 또 미친 듯이 가슴이 먼저 그 속의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따라 몸과 마음이 같이 늙어 버리는
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가슴은 뜨겁게 달구어 지고, 세월
따라 몸은 늙어 가지만 정신은 새싹처럼 새로운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움을 틔우고 싶어했습니다.
나이를 말하고, 또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체념이나 포기도 안 되는 나이 50대.
자신이 적당히 무시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시기를 거처 어쩌다 닥친 나이 50대.
복부에 축적된 체지방과 머리 속에 남은 오래된 낡은 지성은 자신을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 그렇다고
체념하 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억울하고 포기하 자니, 나의
미래가 말렸었죠.
하던 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 떠나고 싶었고,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물렀었죠.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산다 거나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50대는 솔직하게 말해서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는 나이입니다.
나이 50대는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말들 합니다.
젊은 날 내 안의 파도를,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50만 넘으면 더 이상의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지만 이제 50을
넘어 한 살, 한 살 세월에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갈수록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아마도 그건 잘 훈련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완전한 삶의 자세일 뿐, 50이
지나서야 어떤 유혹에도 가장 약한 나이가 50대임을 알게 됩니다.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그리워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었던 나이였습니다.
사소한 것 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또 아쉬움이 되어 버리고,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 수 없는 모든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50대를 맞고 있거나 맞을 준비를 하는 분들에게 50대는
꿈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꿈을 만들면서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나이로 살아 가는
것이란 걸 얘기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60이되어 회상하니 내가 맞이했던 50대는
흔들리는 바람이고 끝없이 움트는 새싹이었다는 기억 때문입니다.
.gif)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