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리가(哀離歌)

법 공양 – 애리가(哀離歌) / 여자의 아픔 - 진각스님

정든 부모 남겨두고 시집이라 와서 보니, 무엇부터 해야 하나 누구에게 정 부치나 
이런저런 고민 속에 구박만이 날라오고, 믿고 믿은 낭군마저 내 낭군이 아니 였나? 

어이 그리 무심할꼬 어이 그리 냉정할꼬, 시어머니 시집살이 우리낭군 나 몰라라 
이게 정말 시집인가 이게 정말 행복인가? 어이 내가 왔었던가 가고싶네 가고싶어 

좋은 풍경 사진보면 그 속에서 살고싶고, 좋은 시를 만나면 시속으로 푹 빠지어 
한숨짓고 눈물지며 살다 보니 40 일세, 깊은 산사 찾아갈까 덕망스님 만나볼까?

간다, 간다 하면서도 하루해만 넘어가고, 모든 것을 못 떠나니 이내신세 한심하네,

믿는 낭군 나를 두고 몇 날 몇 일 길 떠나고, 자라나는 자식마저 이 내 속만 썩히는데,

누굴 잡고 울어보리 누굴 보고 매달리리, 눈물 쏟고 가슴 치니 이 내 속만 썩는구나,

어이 하리 어이 하리 이런 것이 팔자인가? 길고 긴 날 기다려도 오지않는 웃음소리,

낭군인들 알아주나 자식인들 알아주나, 그럭저럭 타는 것은 이내가슴 뿐이로고 
수건 한 장 다 적시게 눈물 쏟고 쏟아봐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는구나 

스님에게 매어볼까 부처님께 울어볼까, 마음 놓고 울고싶네 속시원히 울고싶네 
어느 누가 이내설움 연실 풀듯 풀어줄까? 지나치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부러워해도 

이 내 속을 다 모르니 부럽기도 하련마는, 누가 아리 이 내 속을 누구라서 달래주리 
내일이면 떠나볼까 모래 며는 떠나볼까? 허구한 날 가고파도 그 모두가 마음이라. 

가슴속에 젖어 드는 눈물샘을 어이 막나, 삼경이 깊어 가도 궂은비가 내리어도,

보이는 건 눈물이요 흐르는 건 신세로세, 누구 없소 누구 없소 이내가슴 달래주소,

나 좀 보소 나 좀 보소 이내수건 말려주소, 어이이리 애가 타나 어이이리 숨막힐까,

장마철에 둑 터지듯 이 내 속은 안 뚫리나, 무슨 세상 이다지도 허구한 날 울리는가?

잠자리에 누워봐도 꿈속에는 빗줄기뿐, 자리 털고 해를 봐도 가슴속은 장마로세,

어이 푸나 어이 풀어 이응어리 어이 푸나, 갈팡질팡 안절부절 대채 내가 무얼 하나 
흔들의자 앉았는가 갖은 업보 받는 건가, 우리부모 계실 때는 의지하며 위안 받고 
그 부모가 세상 뜨니 이세상에 홀로 일세, 낭군인들 알아주나 자식인들 알아주나 

이래저래 속태우다 50 줄에 앉았구나, 늘어나는 흰머리는 주름 따라 흘러내려 
사지육신 내 맘대로 말 안 듣고 버티는데, 어이 할꼬 어이 할꼬 이 상태로 늙는 건가 
쉬고싶고 가고싶어 지나온길 찾아봐도, 쉬고 보고 웃고파도 이내갈길 없는 건가 
누구에게 매달리리 누구에게 소리치리, 누구 없소 누구 없소 누가한번 말해보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내가 받는 업보인지 누굴 잡고 울어볼까 누굴 따라 나서볼까,

어느 메로 가야만이 내 쉴 곳이 있을 손가, 둘러봐도 찾아봐도 심신산골 뿐 이런가,

그 산속에 머물면서 풍경소리 벗을 삼고, 목탁소리 불경소리 들어보면 나으려나,

넓던 가슴 좁아지고 좁은 가슴 미어터져, 애걸한번 못해보고 60 줄에 앉는구나,

먼저 떠난 낭군마저 이럴 때는 야속하고, 숨만 쉬고 누웠어도 마음 든든하더니만 
속 썩히고 떠나가니 그 낭군이 더 야속해 텅 빈집에 홀로 앉아 지난청춘 불러보고 

거울 속에 비친 모습 모든 것이 슬픔일세, 이제 내 몸 눕고 나면 어느 누가 찾아올까 
무덤가엔 잡초들이 무성하게 안 나련가, 시시때때 누가 와서 이내대신 울어줄꼬 

이런저런 모든 생각 놓지 못할 번뇌로세, 여보시오 가는 길손 내 손 잡고 같이 가소 
가는 길에 동무 되어 살아온 길 얘기하고, 마지막에 가는 이길 내게 웃음 주어보소 

그 가는 길 험하여도 가기 전에 주름 펴고, 실컷 웃다 가고 싶소 제발 나 좀 웃겨주소

가는 길손 내 말 듣소 그대 생각 어떠하오, 이런저런 모든 것이 전생업의 인연인데

홀로 가면 어찌하오 이 길만은 같이 가소, 이내무덤 상석 앞에 꽃 한 송이 안 놓여도

이 가는 길 웃고 가면 그것으로 만족하오, 지나온길 모든 것이 허사로운 길이였고

찾아가는 모든 것이 기쁜 환희 길일진대, 그런 길을 가면서도 어이 울고 가오리까

웃겨 보소 웃겨 보소 이내얼굴 웃겨 보소, 여보시오, 여보시오 웃음일랑 막지 마오

두고두고 울고 온 길 이 길마저 울으리까,

허구한 날 참으면서 눈물세월 보냈는데 이제 가는 이 길만은 웃어보며 가고싶소,

내 품 떠난 자식들도 어미 심정 모르듯이 이내몸도 우리엄니 속타는 줄 몰랐다오.

이제모두 훌훌벗고, 이제모두 훌훌털고, 가는 길이 즐겁도록 웃음한번 웃어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