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의 채근담

‘채근담’ 은 동양의 수양서로서 유교 사상을 뿌리로 하고 도교와 불교의 사상까지 폭 넓게 받아들여 인생의 방향과 삶의 자세를 경구적인 문장으로 간결하게 제시한 일종의 수상록이다.

‘채근’이란 채소의 잎과 뿌리를 말하는데, 그 유래는 송나라 때의 학자 왕신민이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가히 모든 일을 이룰 수 있다” 라고 한데서 나온 것이다.

명나라 만력 때 사람 홍응명이 남긴 수필집으로서 헛된 욕망을 버리고 검소한 물질 생활을 통하여 충실한 인생을 보내자는 주장이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

채근담은 체계적인 철학책이 아니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이 책은 학문적인 연구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명구의 수양서로 읽혀 왔다. 그러나 채근담이 오랫동안 우리 나라에서 애독된 것은 이 책에 담겨있는 사상이 어딘가 한국인의 심정에 깊이 호소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채근담의 참된 매력은 어떤 때는 가슴을 펴고 현실에 부딪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면서 어떻게든 자신에 충실 하려고 한 홍응명의 매력 바로 그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현실의 모순 앞에 자신을 잃지도 않고 도태되기도 바랄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도 옛 현인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워낙 널리 알려진 고전이어서 적지 않은 번역서가 나와 있지만 학문과 사상 면에서 우리 나라 현대사의 거목인 만해 한용운의 번역서를 한문을 생략한 채 소개한다. 그는 원문을 해독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의에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사상을 엮었다. 고로 훌륭한 고전을 접하는 동시에 만해 한용운의 사상을 아울러 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서출판 태학원의 글에서 부분 인용-

군자는 그 뜻을 푸른 하늘과 태양처럼 만인 앞에 드러내야 하지만

재능은 깊이 간직한 보석처럼 쉽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

군자는 덕행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한 점의 거짓과 속임도 없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숨겨 남이 모르게 해서는 안 된다.

하나 경솔하게 빛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 남이 쉽게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숨은 은덕을 함양하여 남의 시기를 피하는 길이 된다.

소인은 이와 반대로 그 마음에 속임과 거짓이 많다.

뜻이 숨겨져 있고 겉치레가 많아 남이 알 수가 없고

조금이라도 재주가 있으면 그것을 자랑하면서 남이 몰라줄까 두려워한다.

이것이 군자와 소인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귀에는 항상 비판의 말이 들리고

하는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이런 상황이 인격을 향상시킬 수 있고

반대로 언제나 달콤한 말에 감싸여 있고

하는 일이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아니하면

언젠가는 몸을 망치게 된다.

충고의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고,

남의 제재는 마음에 거슬려도 나의 거만하고 게으른 폐단을 억제해서

인내의 덕과 근신의 행동을 길러 주는 것이다.

만일 아첨하는 말이 귀에 듣기 좋고 거짓으로 하는 일이 마음을 유쾌하게 해준다면

이것은 오히려 갈고 닦은 공을 없이하고 단련하는 일을 잃게 하여 덕행으로 향하는 길을 끊게 한다.



자극이 강한 술과 기름진 음식에서는 참된 맛을 느낄 수 없다.

담백한 것에서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신기한 재주와 탁월한 솜씨를 가진 사람에게서는 지인의 경지를 찾기 힘들다.

평범한 것이 바로 지인의 경지인 것이다.

독한 술, 기름진 음식,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은 잠깐은 몰라도 쉽게 물리고 몸에도 좋지 않다.

그러므로 이것은 참 맛이라 할 수 없다.

참 맛은 밥과 같이 담백한 것을 말한다.

언제든 질리지 않는 것이 참 맛이다.

신기한 재주는 환술과 같이 변형된 모습이고 탁월한 솜씨란 특별히 괴이한 것을 말한다.

이는 지인, 즉 훌륭한 인격자가 행할 바가 못 된다.

지인은 오직 평범한 도리를 행할 뿐이다.

현실 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응용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재난과 실패는 행운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닥쳐 온다.

만사가 순조로울 때 정신을 차리고 난관에 대처해야 한다.

일이 호전되는 것은 실의의 밑바닥에 있을 때이다.

뜻대로 안 된다고 하던 일을 내던져선 안 된다.

만물은 유전하는 것이어서 행운도 불행도 갈 데까지 이르면 반드시 반대쪽으로 전환한다.

일이 잘 풀릴 때 조심해야 하고

실패의 어려움을 당하여 마음이 아플 때에도 손을 놓지 말고 더욱 정진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좁은 길에서는 잠시 머물러 나중 온 사람을 먼저 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3할을 덜어 남에게 주도록 한다.

이 마음가짐이 바로 세상을 안락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길이 좁아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없는 곳에서 행인을 만나면

한 걸음 물러서 그를 먼저 가게 하라.

또 아주 맛있는 음식을 대했을 때 그 일부를 나누어 같이 먹으면

다툼의 화를 면할 뿐만 아니라 남으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쟁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한 방법이다.



뛰어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헛된 욕망을 버려야 한다.

이 일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공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학문에 뜻을 두었다면 세상의 잡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할 수 있으면 비록 재능과 학식은 크게 닦지 못했더라도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역사상의 위인도 속세를 떠나 높고 먼 세상의 일을 한 게 아니라,

그들 역시 인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일을 적절히 한 것뿐이다.

세상의 일을 행하되 집착함이 없고 잔정에 얽매이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

사물의 누에 얽매이지 않고 벗어날 수 있으면 자연히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무슨 일에나 '이 정도면 족하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조물주도 재앙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에 가득 찬 성과만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내부로부터 배신을 당하거나

아니면 외부의 재앙을 만나 실패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열 잔이 담기는 물에 일곱 잔의 물을 부어 석 잔의 여유를 남겨 두면 그 물이 안전하나,

열 잔을 모두 채우면 물이 넘치거나 아니면 엎질러지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남을 비판할 때 지나치게 엄하게 해서는 안 된다.

비판 받는 사람이 참고 받아드릴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또 남을 지도할 때에는 지나치게 완벽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도 받는 사람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비판의 정도가 너무 과격하고 엄하면 그 사람은 오히려 반감을 갖게 되기 쉽다.

따라서 그 사람이 감당할 정도로 알맞게 자제토록 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선을 가르칠 때에는 지나치게 정도가 높은 것을 권하여 실천을 어렵게 하면 가르친 공이 없어진다.

따라서 상대방의 지혜와 재능에 따라 따를 수 있을 정도의 것을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생을 대학생에게 하듯 가르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자랑과 오만은 모두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거짓된 용기를 버린 뒤에야 비로서 그 사람의 참된 가치가 발휘된다.

욕망과 타산은 모두 허망한 마음에서 나온다.

여기서 깨어난 뒤에야 비로서 그 사람의 참마음이 나타난다.

스스로 잘난 체하고 높은 체하는 것과 남한테 오만하게 대하는 것은

추하고 경박하며 부도덕한 객기이다.

이 객기를 극복한 다음에야 비로서 공명정대한 정기를 피울 수 있다.

남을 미워하고 사랑하는 정욕과 번잡스러운 의식은 모두 망령된 마음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 망령된 마음을 없앤 뒤에야 비로서 맑은 참마음이 나타날 것이다.



심혈을 다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무 고심하면 사는 보람이 없다.

담백한 기품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삭막하면

세상과 남을 위해 도움을 주지 못한다.

모든 일에 조심하고 부지런한 것은 사람의 아름다운 덕임에 틀림없으나,

너무 지나치게 괴로워하면 타고난 본성을 잘 기를 수 없다.

담백한 생활은 참으로 고상한 태도지만 너무 지나치게 메마르면

고목이 타버린 재와 같아서 남을 구제하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 없다.



일이 막혀 벽에 부딪쳤을 때에는 출발할 때의 심경을 생각하자.

중도에서 처음의 뜻을 잃지 않았는지...

일에 성공하여 할 일이 없어졌을 때에는 자신의 말로를 생각하자.

사람은 물러갈 때가 중요하다.

성공을 자만하여 마지막에 추태를 부려서는 안 된다.

사람은 큰 실패를 당해 사태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그 실패에 연연하여 낙담하게 된다.

그러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마음을 돌려

착수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새로 일을 경영해야 한다.

반면에 공로와 일을 원만히 달성한 사람은 앞으로 닥칠 일을 한층 더 깊이 생각하여

말로의 안전을 도모하고 때를 보아 물러나서 그 마지막을 보전해야 한다.

쉽게 희망이 이루어진다고 헛된 욕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일단 그 맛을 보면 더욱 깊이 빠지게 된다.

어렵다고 하여 정의로운 일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

일단 후퇴하면 그 길은 더욱 멀어진다.

정욕에 관한 일은 한번 맛을 들이고 나면 점점 더 그것을 탐내 헤어나기 힘들어지고

도리에 관한 일은 실행은 어려우나 일단 물러서기 시작하면 점점 더 동떨어져서

자신과 도리 사이에 천 개의 산이 가로놓인 듯 간격이 생겨 결국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간에 고장이 생기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콩팥이 병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병은 먼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고

나중에 그 영향이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 앞에서 수치를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군자의 마음가짐이다.

사람이 하는 일도 이와 같아서

겉에 드러나지 않는 생각도 반드시 그 행동에 나타나고,

홀로 있을 때의 버릇은 반드시 여럿이 함께 있을 때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가 밝은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의 행동부터 삼가야 한다.



자신이 남을 위해 한 일은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

그러나 폐를 끼친 일에 대해서는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남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남에 대한 원한은 깨끗이 잊어야 한다.

남에게 공덕을 베풀었더라도 그 보상을 바라면 옹졸해진다.

그러나 자신이 남에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 잘못을 고치기 위해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남의 은혜는 잊지 않아야 하지만

남이 나에게 원한을 샀을 때에는

이것을 즉시 잊어 원수를 갚지 말아야 한다.

'군자는 원한으로 원한을 갚지 아니하고 덕으로서 원한을 갚는다.'



사치스러우면 아무리 부유해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검소하게 살면서 여유를 즐기는 편이 더 좋지 않은가?

수완이 있다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원망을 사기 쉽다.

못났다고 불리는 사람은 편안한 나날을 보내면서 자연 그대로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 편이 얼마나 더 좋은지 모른다.

사치하는 사람은 탐욕이 점점 불어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만족하지 못한다.

반면에 검소한 사람은 마음에 탐욕이 없기 때문에 가난해도 여유가 있다.

또 수완은 있지만 덕이 없는 사람은 부림을 받으며

애를 써도 종종 남의 원한을 사지만,

모자라는 듯한 사람은 그 천진한 마음과 몸을 그대로 보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덕 없는 수완보다는 모자란 듯 덕을 갖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책을 읽어도 성현의 정신을 이어받지 못하면 문자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높은 벼슬에 오르더라도 백성에게 사랑을 쏟지 않으면

관복을 입은 봉급의 도둑에 불과하다.

학문을 논해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말뿐인 수행에 지나지 않는다.

사업을 일으켜도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면

순간적인 영화를 누릴 뿐이다.

글을 읽어도 옛 성현의 정신적인 참모습을 못보고 단지 문장의 구절만 취한다면

그것은 글자를 기록하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봉급만을 축 내면

의관을 걸친 도둑과 같다.

또 학문을 강론하되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사람 말을 흉내 내는 앵무새와 같다.

그리고 큰일을 이루었어도 덕을 베풀지 않으면 그 업적이 곧 사라져,

잠시 피었다가 금새 떨어지는 눈 앞의 꽃과 같게 된다.



훌륭한 인격을 통해 얻은 부귀와 명예는

산에 피는 꽃과 같아 그대로 두어도 무럭무럭 자란다.

공적을 통해 얻은 부귀와 명예는 화분에 심은 꽃과 같아

주인의 기분에 따라 옮겨 심어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꽃병 속의 꽃과 같아 잠깐 동안에 시들고 만다.

부귀와 명예는 얻게 된 동기와 원인에 따라 누리는 기간도 다르게 된다.

도덕을 통한 부귀와 명예는

산속에서 자란 꽃처럼 뿌리가 깊고 가지가 무성하여 아주 오래 간다.

공로를 통해 얻은 것은

화분에 심은 꽃이 재배방법에 따라 옮겨지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것과 같이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한다.

한때의 권력을 통해 얻은 부귀와 명예는 화병에 꽂은 꽃처럼

곧 시들어 누리는 기간이 가장 짧다.



도리를 지키며 살려면 고립된다.

하나 이것은 일시적이다.

권력에 의지하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오래지 않아 영원한 고독으로 괴로움을 당한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면

세속의 현상에 매료되지 않고 보다 더 높은 이상에 산다.

일시적인 고독이 두려워 영원한 고독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비굴하게 권력과 부를 쥔 사람은 한때는 영달을 얻을지 모르나

후세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여 영원한 고독에 빠질 것이다.

그러므로 통달한 사람은 유한한 이 세상밖에 무한한 도덕적 세계가 있는 것을 알고,

육체적 몸 다음에 영원히 사는 정신적 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따라서 권세에 아부하여 만고의 고독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



참으로 청렴한 사람은 청렴하다는 평조차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은 바로 명예욕이 강한 사람이다.

최고의 재주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잔재주를 부리는 사람은 재주를 지니지 못한 미숙자인 것이다.

청렴하다는 것을 내세우는 것은 명예를 탐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정말 청렴한 것이 못 된다.

아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교묘한 꾀를 부리지 않는다.

‘노자’에는 “큰 길은 구부러진 것 같고, 큰 재주는 무능한 것과 같으며,

웅변가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되어 있다.



악한 일을 행하고서 탄로될까 두려워한다면,

비록 악인이기는 하나 아직 한 가닥 양심이 있다는 것이고,

선한 일을 쌓았다 해도 사람들에 알리지 못해 안달이면

비록 선한 일을 했다고는 해도 악의 길에 빠질 요소를 갖고 있다.

악한 일을 하고 남이 알까 두려워하는 사람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진 증거이다.

선한 일을 하고 서둘러 남에게 알리는 것은 명성과 이익을 추구하는 욕심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선한 일을 하고 악을 부를 수 있다.



행복은 억지로 끌어들일 수 없다.

기뻐하는 마음을 기르고 자기 주위를 화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행복을 초래하는 길이다.

불행으로 몸을 피할 수는 없다.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리고 불행을 낳게 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행복의 원인이 되는 착한 일을 닦지 않고

오직 행복의 결과만을 추구해서는 그것을 얻을 수 없다.

또 먼저 남을 해치려는 마음부터 없애야만 불행을 면할 수 있다.



진리의 길은 넓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마음마저 넓고 맑아진다.

욕심의 길은 좁고도 답답하다.

이 길에 접어든 사람은 가시밭과 수렁에서 고통을 당할 뿐이다.

천리는 본연의 길이다.

여기에서 마음을 노닐면 가슴이 트이고 밝아져서 한 점의 꺼리는 것도 없어지게 된다.

천리와 상반되는 사사로운 욕망은 그 길이 매우 좁고 어둡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사로운 욕망을 피하고 거리낌 없는 천리를 따라야 한다.



이상은 높게 갖되 현실을 무시하면 안 된다.

사고는 치밀하게 하되 사소한 일에 구애 받지 말라.

담백한 취미를 갖되 너무 세상과 동떨어져서는 안되고,

지조는 엄격하게 지키되 과격에 흘러서는 안 된다.

뭐든지 지나치면 화가 된다.

정상적인 정도를 벗어나면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다.



잎이 바람에 흔들려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나무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날아가는 기러기는 호수를 건너도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군자의 마음도 이와 같아서 일이 생기면 비로서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없어지면 마음도 비는 것이다.

일을 처리하되 집착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뒤끝을 남기지 말라는 뜻.



결백하면서도 포용력이 있다.

인정이 넘치면서도 결단력이 있다.

총명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곧으면서도 지나치게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꿀을 사용하되 지나치게 달지 않게 하고,

소금을 쓰되 지나치게 짜지 않게 한다.

중도의 크고 아름다운 덕을 일컬음이다.

누가 보아도 정당한 의견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평생의 수치가 된다.

권력을 휘두르고 사리사욕에 어두운 사람과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과 교제하면 평생의 오점이 된다.

공평무사한 이론에 사사로운 편견을 가지고 대하면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그 수치는 오래 간다.

또 자기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면 평생토록 더러움이 오래간다.



자신의 신념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비방을 받을지라도 신념을 관철시키는 편이 좋다.

아무 공적도 없으면서 남의 칭찬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잘못이 없으면서도 남의 비난을 받는 편이 좋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면서까지 남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자신의 소행이 옳았음에도 남이 나를 꺼린다면 그 잘못은 상대에게 있다.

그러므로 내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은

자신의 지조를 곧게 하여 남의 비방을 받는 것만 못하다.

또 훌륭한 덕행이 없이 남의 칭찬을 받는다면

헛된 자만심을 불러일으켜 큰 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차라리 잘못 없이 남의 비난을 받는 것만 못하다.



일부의 의견을 그대로 믿고 간사한 자의 거짓에 넘어가지 말라.

감당 못할 큰일을 맡고 여기에 쫓겨 주체성을 잃지 말라.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 남의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

자신이 무능하다고 하여 남의 재능에 반감을 품지 말라.

남을 지나치게 믿으면 간사하고 교묘한 자의 속임을 당하기 쉽고,

일을 잘한다고 섣불리 나서면 객기를 부리게 된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기 위해 남의 단점을 폭로하기 쉽고,

자신의 졸렬과 우둔함을 덮기 위해 남의 재능을 시기하기 쉽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이런 면이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 봐야 한다.



남의 결점이 있으면 이해를 갖고 감싸 주어야지 널리 공개하여 퍼트린다면

이것은 더 큰 단점을 가진 자신이 남을 탓하는 것이 되므로 남을 깨우칠 수 없다.

완고하고 도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참을성 있게 설득하여 이해시켜야 한다.

남의 단점을 폭로하여 드러내는 건 나의 단점이다.

남의 완고함에 성내고 미워하는 것은 나의 완고함이다.

나의 단점과 완고함을 가지고 남의 단점과 완고함을 고치려는 건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하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에는 본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사명을 자각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되어 여유를 잃었을 때에는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심경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마음을 항상 정중동의 상태로 유지 시키는 건 일의 능률을 위해서도 좋다.



인격은 주인, 재능은 하인이다.

재능만 있고 인격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주인 없이 하인이 멋대로 행동하는 것과 같다.

재주만 있고 덕망이 없으면 주인 없이 하인만 있는 집과 같다.

그러므로 마땅히 덕을 먼저 쌓은 다음 재주도 발휘해야 빛을 발하게 된다.



사군자가 가난하여 비록 물질적으로는 남을 구제하지 못한다 해도,

방황하는 사람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 눈을 뜨게 하고

위기에 처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충고를 하여 빠져 나올 수 있게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최대의 사회봉사를 한 것이 된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한 마디 말로 그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적절한 충고로 올바른 길을 이끌 수 있다면 무한한 공덕일 수 있다.



사실을 알려고 조급하게 서두르면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낫다.

사람을 부릴 때도 좀처럼 복종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대를 자유롭게 해두면 저절로 이쪽에서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다.

억지로 조종하려 하여 반발심을 사서는 안 된다.

조급하게 서둘러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매우 많다.

남을 교화할 때도 너무 엄한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방임하면 저절로 교화되는 경우도 많다.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덕은 모든 사람이 걸어야 하는 길이므로 누구에게나 안내해야 한다.

학문은 누구나 먹는 식사와 같은 것이므로 어제나 그 실천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덕은 특별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보편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응접하고 인도하여 도덕을 행하도록 해야 한다.

학문은 일정한 과정만 배우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늘 먹는 밥처럼 날마다 쓰고 행하되

어떤 일이나 공정하고 조심하여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히 용서해야 하지만

자신에게는 어디까지나 엄격해야 한다.

자신이 당하는 고난은 끝까지 참아야 하나

남에게는 곧 구원의 손길을 뻗쳐야 한다.

남의 실수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하여 자신의 덕을 너그럽게 펴야 하지만,

자신에게 잘못이 있을 때에는 뉘우치고 새롭게 해야 한다.

남의 곤욕을 보면 방관하여 지나치지 말고

힘을 다해 구해주면 언젠가 자신에게 복으로 돌아온다.

은혜를 베풀 때에는 처음에는 적게 하다가 차차 크게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 크게 하고 나중에 적게 하면,

사람들은 불만스럽게 여기기 쉽다.

위엄을 보일 때에는 처음에는 엄하게 하다가

차차 너그럽게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너그럽다 나중에 엄격해지면

사람들은 부당한 취급을 받은 걸로 여겨 원한을 품는다.

은혜를 보일 때에는 조금씩 강도를 더 하는 것이

위엄을 보일 때에는 조금씩 강도를 낮추어야

상대방에게 원망을 듣지 않고 고마움을 간직할 수 있게 하는 지혜이다.



재산과 지위의 혜택을 누리고 있을 때

가난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의 고통을 이해해야 하고,

젊고 기운이 있을 때 늙고 쇠퇴했을 때의 괴로움을 생각하라.

부귀한 자리에 있을 때 빈천의 고통을 모르면

박애의 덕이 없어 여러 사람의 원한을 사게 되므로

부귀할 때 자선과 박애의 덕을 길러야 한다.

몸이 건강하고 젊을 때 노쇠의 쓰라림을 생각하고

몸을 보양하는 데 힘써 노후의 건강을 도모해야 한다.



하찮은 인간과 다투지 말라.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대가 있다.

훌륭한 인격자에게 아첨하지 말라.

이런 사람은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

소인을 미워하여 그들과 원수를 맺지 말아야 한다.

소인은 사리의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적대적인 행위를 할 뿐이며,

내가 그를 원수로 여기면 항상 앙심을 품고 해를 끼칠 기회만 보게 된다.

군자는 공명정대하고 편협하지 않아 아첨을 하면 할수록 우습게 보인다.



인자한 사람은 그 마음도 너그럽다.

따라서 행운이 계속되어 무슨 일을 하든 관용의 정신으로 일관한다.

마음이 비굴한 사람은 그 사고방식도 조급하다.

따라서 행운을 얻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하건 조급한 기분에 흐르게 된다.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여유가 있어 남을 포용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복이 오래 가며 모든 일이 순탄하다.

마음이 좁고 옹색한 사람은 복이 엷고 남의 시기를 받으므로 견디기 어렵다.

그러므로 너그럽고 편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조급함을 물리쳐야 한다.



남을 부릴 때 냉혹해서는 안 된다.

친구를 사귈 때에는 함부로 택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쓸 때는 각박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

각박하게 대하면 일이 끝난 뒤 후한 보수가 없으면 떠나가지만

후하게 대하면 적은 보수로도 감사할 수 있다.

또 친구를 사귈 때에는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고 악한 사람은 멀리하여 사귀지 말아야 한다.

함부로 교제하면 화를 초래하게 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라.

그러면 역경을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진다.

마음이 게을러지거든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보라.

그러면 분발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곤궁할 때 나보다 더 빈궁한 사람을 생각하면

내가 오히려 풍족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이 없어진다.

정신이 해이해지려 하면 자기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자연히 분발하게 되어 부지런해지려는 마음이 들 것이다.



기쁨에 들떠 가볍게 허락해서는 안되고

술에 취했다고 해서 분노를 폭발시키지 말라.

유쾌하다고 해서 마구 일을 벌리지 말고

고달프다 해서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든지 나중을 생각해야지 감정에 치우치면 후회하게 된다.

유쾌하다고 해서 일을 많이 벌여놓으면 산만해져서 한가지도 이룰 수 없다.



새 소리와 벌레 소리는 진리를 고하는 말 없는 가르침이다.

꽃의 모습, 풀의 색깔도 도를 깨닫게 하는 문자 없는 문장이다.

도리를 배우는 사람은 마음을 깨끗이 하여,

모든 것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자기 마음이 따로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물에 통해 있다.

한 마음이 곧 만물이요, 만물이 곧 한마음이므로

어떤 사물을 접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 금을 얻으면 옥을 얻지 못한 것을 원망하고,

후작이 되면 공작이 되지 못한 것을 탓한다.

그러므로 부귀해도 마음은 거지와 다를 것이 없다.

만족을 아는 사람에게는

야채 국이라도 고기와 쌀밥보다 맛있고 삼베옷이라도 모피보다 따뜻하다.

또 가난해도 왕후보다 만족하게 여긴다.

인간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부귀나 빈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있는 것이므로

부귀를 얻기 위해 급급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닦기에 힘써야 한다.



맑게 갠 하늘에는 명월이 걸려 있어 얼마든지 자유롭게 날 수 있다.

그런데도 부나비는 등불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고 있다.

맑은 샘이 솟아나고 초목이 무성하여 먹고 마시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올빼미는 썩은 쥐의 시체를 뜯어 먹는다.

이 세상 사람들 중에서 저 부나비와 올빼미의 흉내를 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세상 사람은 넓은 천지와 맑은 샘물, 맛있는 곡식이 도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먹는 것을 자유로이 하지 못하고, 허튼 명예와 높은 벼슬을 탐하여

도리어 재앙에 빠지는 것이 마치 부나비와 올빼미와 같다.



주체성을 가지고 외계의 사물에 대처해 나가면

무엇을 얻어도 기쁘지 않고 무엇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유유히 지낼 수 있다.

주체성을 잃고 외계의 사물에 지배되면

일이 뜻대로 안될 때 화를 내게 되고,

뜻이 이루어지면 여기에 집착하여

사소한 일에도 심신의 구속을 받아 전혀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내가 주체가 되어 외계의 사물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일체의 사물을 얻어도 놀라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일체의 사물을 잃어도 근심하고 탄식하지 아니하여,

넓은 천지에 자유자재로 소요한다.

반대로 내가 사물에 조종 당하면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 아주 작은 사물에도 반드시 얽매인다.



부귀한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을 결백하다고 한다.

그러나 가까이 하면서도 그 지조를 굽히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결백한 것이다.

권모술수를 모르면 고결하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있으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고결한 것이다.

불의에 접근 않는 것이 결백하고 청렴할 것이지만,

권세와 명리가 난무하는 곳에 접근해도

탐욕과 사치에 물들지 아니하여 품행을 보전하면

그는 특별하게 청렴 결백한 사람이다.

또 권모술수를 모르면 고상하지만

이것을 알면서도 쓰지 않는 사람이 더욱 고상하다.



인간이 처한 조건은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다.

자기 혼자만이 모든 면에서 혜택을 받고자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은 여러 가지여서 항상 도리에 맞는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모든 사람을 도리에 따르게 하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 현실을 잊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조절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수단이다.

하나가 있으면 하나가 부족한 것이 인간사이거늘

혼자만 모든 걸 다 갖춘 만족스러운 환경을 가지고자 할 것인가?

또 자기의 정리는 사물에 순종하는 것도 있고 순종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어찌 남을 나의 뜻에 순종케 할 수 있을까?

남이 내 마음을 거스르거든

내 정리에도 남을 따르지 않는 생각이 있음을 미루어,

참고 용서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물을 채우면 쓰러지는 그릇, 돈이 가득하면 깨지는 저금통.

인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의 경지에 몸을 담고 불완전한 상태에 만족하는 것이 군자에게 가장 안전한 길이다.

물은 가득하면 넘치거나 넘어진다.

세상 일도 이와 같아서 부족한 듯 할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

뭐든지 완전하게 채우려 하면 화가 미치게 되어 있다.



높은 지위를 뿌리치고 청빈을 즐기는 듯 보여도

마음 속에 아직 명예욕이 남아 있으면 속물 근성의 포로에 지나지 않는다.

위정자가 되어 선정을 베푸는 듯 해도

이것이 공명심에 기초한 행위라면 야심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명예를 구하는 마음의 근본 뿌리를 버리지 못하면

비록 청렴하다 해도 이것으로 또 다른 명예를 얻고자 하는 속물에 지나지 않으므로

바른 정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또 오랜 세월에 미치는 큰 공로나 사업을 이루었다 해도,

공명심에 기초한 것은 진정한 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군자는 가슴 속에 한 점의 사사로운 욕심과 잡된 생각도 없다.



환경이 조용해야 비로소 마음의 고요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진정으로 마음이 고요한 것이라 할 수 없다.

활발한 활동을 통해서도 오히려 고요를 유지해야만 도를 체득했다 할 수 있다.

주위가 모두 즐거워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하다면

이는 진정으로 즐거운 것이라 할 수 없다.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게 될 때 마음의 진기를 살리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시끄러운 가운데 있어도 마음을 진정하여 조용히 있을 수 있어야만

이것이 천성의 참된 고요함이다.

또 일마다 뜻대로 될 때만이 즐거울 수 있다면

환경의 영향 탓이지 참된 쾌락이 아니다.

곤란한 처지에 있어서도 유유자적하며 스스로 즐거워야만

이것이 마음과 몸의 참된 쾌락의 기틀을 보는 것이다.



남의 작은 실수는 탓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비밀은 덮어 둔다.

남의 지나간 허물은 잊도록 한다.

이 세가지 마음가짐은 자신의 인격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남의 원망을 피하고 일신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위의 일들을 행할 수 있다면

자신의 덕을 기를 뿐만 아니라 외계에서 오는 재해를 막아 준다.

남이 속이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체한다.



남이 무시하여 내려다보아도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이와 같은 태도에는 무한한 품격이 있고 또 한없는 효용이 있는 것이다.

남의 속임을 깨달아도 나타내지 아니하면

이것은 자기가 충실해지고 관대해지는 길이다.

남의 모욕을 받아도

굳게 참아 분개하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얼굴에 나타내지 아니하면,

이것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공부다.



눈을 씻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라.

굳은 마음을 가지고 냉정하게 현실에 대처하라.

냉철한 눈이란 냉정한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눈이다.

희구하는 뜨거운 눈, 곧 맹렬한 번뇌의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면

반드시 한쪽으로 치우치는 잘못에 빠져 사물의 진상을 보지 못한다.

아무 빛깔 없는 투명한 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것의 진상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남을 믿는 사람은 비록 상대에게 속임을 당하더라도

자신은 성실로 일관한 것이 된다.

남을 의심하고 들면 비록 상대가 정직하다고 해도

이쪽에서는 거짓된 마음으로 접한 것이 된다.

내가 남을 믿으면 믿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고

설령 속더라도 나는 진심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다.



높은 신분이 되면 사람들이 받들어 모신다.

그러나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는 것은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그 사람이 몸에 지닌 관과 예복이다.

천한 신분이 되면 사람들이 멸시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멸시하는 것은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몸에 걸친 누더기와 짚신이다.

이들은 내 인격과는 관계가 없다.

떠받들거나 무시한다고 해서 기쁠 것도 없고 화가 날 것도 없다.

본래의 나를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해 있는 지위의 귀천을 대우하는 세상사에

즐거워하고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 성시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발길이 끊긴다는 옛날 속담도 있지 않는가?



토론을 할 때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당사자들이 이해득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물을 처리할 때에는 실천의 선두에 서되,

그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올 이해득실을 염두에 두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이해득실을 염두에 두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이해관계가 얽혔어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려고 노력해야

바른 결론과 협상을 이끌 수 있다.



바쁠 때에도 여유 있는 심정을 유지하려면

우선 한가할 때부터 흔들림이 없는 자신을 확립하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시끄러울 때도 고요한 기분을 유지하려면

먼저 조용할 때부터 뚜렷한 주체성을 쌓아야 한다.

일이 많아 바쁜 가운데서 편안하고 한가로운 취미를 얻고자 하면,

먼저 일이 없어 한가할 때 마음과 정신을 수련하여

한가함과 바쁨을 자유자재로 하는 마음의 권력을 찾아 잡아야 한다.



위인은 죽고 사는 큰 변을 당해도

마음이 헝클어지지 않고 행동에 여유가 있어 유연히 스스로 얻음은,

한가할 때 생살 여탈의 권한을 잡고 조용한 곳에 주제를 세운 탓이다.

차라리 하찮은 인간으로부터 혐오를 받을지언정

그들의 기뻐함을 받지 말 것이며

차라리 훌륭한 사람으로부터 심한 책망을 받을지언정 관대한 대우를 받지 말라.

마음이 곧고 바른 사람은

반드시 속이고 거짓을 꾸미는 소인의 꺼림과 비방을 받고,

어리석은 사람은

반드시 아첨하는 소인의 알랑거림에 혹한다.

그러니 강직하여 소인의 꺼리고 비방함을 받을지언정

어리석어 아첨하는 소인의 알랑거림은 받지 말 것이다.



지조와 의리가 있는 사람은 협조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쓸데없는 분쟁을 피하고,

성공한 사람은 겸손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질투를 받지 않는다.

절개가 있는 사람의 결점은

서두르고 과격하여 남의 잘못을 보면 노하여 다투기 쉬운 점이다.

그러므로 온화한 마음으로 급함을 바로 잡아 성내고 다투는 일을 막아야 한다.

공로와 명예를 숭상하는 사람의 결점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시기하고 질투하기 쉬운 점이다.

그러므로 겸손의 덕으로 그 오만하고 스스로 높은 체하는 마음을 다스려

질투의 문을 닫아야 한다.



책을 읽으려면 그 참뜻을 알아 춤을 추고 싶을 때까지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엽적인 말단에 구애되지 않는다.

실물을 관찰하려면 그 본질을 파헤쳐 자신의 정신과 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표면적인 현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사물을 잘 살펴보는 사람은 마땅히 그 이치의 진상을 관찰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정신이 화락한 경지에 이르되,

그 겉면의 형상에 얽매이지 말 것이다.

어떠한 사물을 대하던지 그 이면의 진상을 간파할 것이지

외형에 구애, 집착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은 마음 속에 아무 거칠 것이 없다.

또 전혀 무지한 사람은 마음 속에 필요치 않은 지식이 하나도 없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든 일에 편하다.

그런데 어중간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한쪽에 치우친 쓸데없는 불신감과 의혹이 많아 어떤 일도 같이 하기가 어렵다.

깨달은 사람은 애써 생각하고 염려하지 않아도

자연히 사리에 잘 화합하여 막힘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남이 지도하는 데로 잘 따르기 때문에

함께 일을 도모하기 수월하지만

어중간한 사람은 경계와 그 사려와 지식에 따라

억측하는 경우와 시기하는 일이 많아 같이 일하기가 어렵다.



입은 마음의 문이다.

이것을 잘 단속하지 않으면 마음 속의 비밀이 쉽게 누설된다.

의욕은 마음의 밭이다.

이것을 잘 억제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그릇된 길에 접어 들게 된다.

입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소리로 내는 곳이다.

이 입을 신중히 지켜 보호하지 아니하면

마음 속에 비밀리 간직한 기밀을 누설하여 뜻밖의 재난을 초래하기 쉽다.

뜻은 마음을 움직이는 실마리이다.

마음의 본바탕은 사람마다 같으나

의식의 작용에 따라 선과 악의 차별이 생긴다.

이 뜻을 엄중히 방비하여 지키지 아니하면

간사하고 악독한 좁은 길을 달려 죄악에 빠지기 쉽다.



봄이 되면 새가 울고 꽃이 피어 산과 골짜기가 아름답게 장식된다.

그러나 이것은 천지가 화장을 한 꿈의 모습이다.

늦가을이 되면 물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지며

바위와 언덕이 벌거벗은 모습을 나타낸다.

여기에 바로 천지의 참모습이 있다.

봄의 화려함은 모두 천지의 일시적인 환상이요 변화한 모습이다.

가을이 지나 강물이 줄고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바위가 앙상하고 벼랑이 생기를 잃어 모든 것이 깨끗이 부서지면,

천지의 참된 상태를 보게 된다.



인간의 일도 이와 같은 것이니

세상의 권세와 이익의 번잡하고 화려함을 해탈하고

담백한 도덕의 진상을 알아야 한다.

세월은 원래 오래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급한 사람은 이를 스스로 단축하여 괴로워한다.

천지는 한없이 넓은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좁은 사람은 스스로 이것을 좁혀 답답해 한다.

사계절의 변화는 본래 유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악착 같은 사람은 이를 즐길 여유를 갖지 못한다.

천지는 넓고 세월도 길다면 긴데

마음을 각박하게 다스리고 악착스럽게 자신을 옭아매는 사람은

천연의 경치를 고통스럽고 아무 맛이 없는 가운데 지나쳐 버린다.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해 있으면

출렁거리는 연못과 같이 마음에 편안이 없고

산림의 고요한 정취를 맛보지 못한다.



마음에 욕심이 없으면 한여름의 더위도 서늘하며

북적거리는 시장에 나가도 시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가슴 속에 탐욕이 있으면

그윽하고 조용한 산중에 있어도 조금도 그 조용함을 느끼지 못한다.

욕심이 없는 사람은

소란한 거리 가운데 있어도 항상 냉정하여 시끄러움을 모른다.

즉 자기 마음에 따라 같은 것 가운데서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욕에 얽매여 이 세상을 살아가면 인생은 괴롭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을 알고 살아가면 인생처럼 즐거운 곳도 없다.



물욕에 사로잡힌 인생의 슬픔을 깨달으면 무의미한 집착이 사라지고,

본성에 눈뜬 인생의 기쁨을 알면 자연히 깨끗한 심경을 갖게 될 것이다.

외계의 물건을 탐내는 욕심에 얽매여 번뇌를 이기지 못하고

항상 애쓰고 괴로워하면 인생의 비애를 느낀다.

반대로 본성의 진리를 알아서 스스로 만족하면

인생의 즐거운 취미를 깨달을 것이다.

물욕에 얽매이는 것이 슬프고

본성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즐거운 길임을 알면

본성을 깨닫는 성인의 경지가 저절로 다가올 것이다.

성인과 범부의 구별은 다만 물욕과 본성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병에 걸린 뒤에야 건강의 고마움을 알고

전쟁을 겪은 뒤에야 평화의 중요성을 안다면

이는 앞을 내다보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행복을 추구하되 그것이 화근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삶의 기쁨을 맛보되 그것이 결국은 죽음과 이어진다는 것을 아는 자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재난이 닥친 뒤에야 평온함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어리석다.

화와 복이 서로 바뀌고 삶과 죽음이 서로 잇달아

화가 복의 근원이 되고 생명을 탐할 때에 그 삶이 죽음의 원인이 됨을 알면

이것이 뛰어난 식견이다.



지나치게 한가하면 오히려 잡념이 생기고

지나치게 바쁘면 오히려 본성을 깨닫지 못한다.

심신의 노고는 중요한 것이지만,

동시에 풍류를 즐기는 일도 중요하다.

너무 한가하거나 너무 바쁘면 다 치우친 폐단이 생긴다.

한가하고 바쁨을 알맞게 지키고 고상한 취미를 길러 본성을 길러야 한다.



꽃은 반쯤 피고 술은 얼큰하게 취했을 때 최고의 정취가 있다.

활짝 피고 크게 취하면 오히려 추할 뿐이다.

모든 일에 충족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것을 알아야 한다.

만족과 중용의 도를 일컬음이다.



풍랑이 심해도 배에 있는 사람은 무서움을 깨닫지 못하고

육지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겁을 먹는다.

미친 사람이 난폭하게 굴어도 주석을 같이한 사람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밖에서 보는 사람이 오히려 혀를 찬다.

그러므로 군자는 비록 몸은 일에 묻혀 있더라도 마음은 밖에 두고

항상 객관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미혹이 외부 사람의 밝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을 비록 일 가운데 두어 그 일을 행하더라도,

마음은 일밖에 초연이 있어 당사자의 미혹을 면해야 한다.



남의 말을 듣고야 비로소 사리를 깨달은 사람은

비록 깨달음이 있다 해도 도리어 갈팡질팡하므로

자기 스스로 깨달아 아는 것만 같지 못하다.

밖으로부터 뜻을 얻는 사람은

얻은 바가 있어도 오히려 잃기가 쉬우므로

모든 것을 스스로 얻어 충분히 아는 것만 같지 못하다.

사리를 깨닫되 남의 말을 통해서 깨닫는다면

비록 깨달음이 있어도 의혹이 생겨 스스로 깨달아 아는 것만 같지 못하다.

그러나 자기 마음으로 연구해서 깨달은 사람은

남의 설명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진실해야 한다.

진실이 있으면 그 행동이 감춰지더라도 곧 나타나는 법이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불순한 것이 있으면

비록 공정하더라도 결국은 사리사욕으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인품을 높이려면 오직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

진실하고 솔직하여 조금도 속임과 거짓이 없으면,

하는 일이 광명 정대하여 세상 사람들의 이목에 환하게 비칠 것이다.

마음에 잡된 욕망이 있으면

공사를 행해도 사사로운 정에 얽매어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그러므로 품격은 솔직하고 진실해야 하고,

마음은 맑고 깨끗해야 한다.



가난하고 열악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남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비록 허세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얼마간의 기상이 있다.

그러나 재능이 뛰어나 세상을 기만하는 것은

설사 찬란해 보일지라도 반 토막의 진심도 남기지 못하고 다 몰락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기개를 자부하여 남에게 교만할 때가 있다.

이것은 비록 실력이 없는 헛된 교만이지만

거기에는 얼마만큼의 호방한 기상이 있어서

남에게 아첨하거나 비열하게 구는 일이 없다.

그러나 세상을 위한 진실된 마음 없이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을 속이는 것은

비록 처음에는 형세가 대단한 것 같으나 곧 바닥이 드러나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