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역사 개관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대한 몇 가지 제언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먼저는 한국교회의 대형화와 개교회중심주의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양적성장에 매진한 결과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개신교가 주류종교가 되는 결과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로인해 대형교회가 출현하고, 이 교회는 교단을 초월하여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대형교회는 지방이나 해외에 선교할 때 자신의 교회 자체 브랜드를 이식하는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KFC나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업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한국교회의 분열 난맥상을 볼 때, 교단도 아닌 한 교회의 이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즘에 대한 좀 더 열린 태도로서 협력과 화해의 장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두 번째는 한국교회가 좀 더 예언자적인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독교가 정권과 밀착하고, 세상적 가치관에 휩쓸려 고유의 예언성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의 부작용을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잘 보여주고 있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도덕성의 회복, 사회에 책임감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신교가 한국 종교 중에서 가장 지탄받는 종교로 왜 전락해 버렸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한국기독교의 양적 성장은 세계 선교의 에너지로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미국에 다음가는 선교국으로서 이러한 의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한국 선교사로서의 새로운 선교신학에 대한 고민, 한국교회사에서 반복되었던 선교적 실수를 극복해 나가는 진지한 고민을 통해 보다 나은 선교의 현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선교학과 교회사의 긴밀한 학제간의 교류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교회사에는 수많은 선교역사와 경험, 열매와 좌절이 있고, 선교학에는 오늘날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의 교회사가 있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서정민 교수(연세대학교)

낯선 것에서 익숙한 것으로-한국 기독교 초기 토착화과정-

"지금까지 개화기 한국 기독교 선교 과정에서 나타난 신학적 ‘토착화’ 시도와 부흥운동 기간 중에 나타난 ‘토착적’ 신앙 양태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한국 교회의 토착화 노력은 이미 선교 초기, 복음을 수용하는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그 결과 ‘토착적’ 신앙과 신학을 창출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선교 초기 역사에서 나타나는 주체적 복음 수용과 해석의 과정에서 형성된 자연스런 결과였다.

우선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휘 선택과 표기법 등을 통해 복음이 한국의 고유 언어와 문화의 옷을 입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성경을 번역하며 절대자의 명칭을 번역할 때, 중국교회에서 사용하던 ‘상제’(上帝)나 ‘천주’(天主), 일본 교회에서 사용하던 ‘신’(神)이란 개념을 채택하지 않고 한국인들이 고래로 사용해 오던 ‘하님’이란 고유 용어를 채택한 것에서 한국 기독교 특유의 토착적 신앙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성경 표기법에 대두법을 사용한 것이나 ‘바늘 귀’, ‘넘 절’, ‘예수씨’ 같은 토착적 성경 어휘를 채택함으로 복음이 우리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는 토착화 작업을 촉진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이수정의 신앙고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전통 생활 문화의 언어로 복음의 메시지를 표현하려는 신학적 토착화 시도였다. ‘포도나무’라는 팔레스틴적 비유는 동양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종’과‘등잔’이라는 동양적 비유로 변환되었고, ‘내가 주 안에, 주가 내 안에’라는 헬라 철학적 개념은 ‘신인상감의 이치’라는 동양의 종교적 개념으로 변환되었다. 이 같은 토착적 신앙고백이 토착화 신학의 기본 자료가 되어야 할 것은 당연하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사경회와 성경 암송 문화에서도 이러한 ‘토착적’ 신앙 형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전통 경전문화에 바탕을 둔 성경 신앙이 사경회와 성경암송으로 표현되었고, 이 같은 ‘성경 중심’의 신앙은 한국 교회의 성장과 성숙의 기반이 되었다.

무엇보다 1903-1907년 어간에 진행된 부흥운동을 통해 다양한 토착 신앙 양태가 형성되었다. 부흥운동을 주도했던 개종 ‘1세대’들은 개종 이전에 오랜 세월 익숙해 있던 토착 종교·문화 전통을 기독교적으로 해석하여 적극 수용함으로 자연발생적이고 토착적인 신앙 양태가 창출되었다. 부흥운동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새벽기도회’, ‘통성기도’, ‘날연보’, ‘성미운동’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런 신앙은 선교사들의 간섭이나 권면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으로 그런 면에서 ‘토착적’ 신앙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토착적’ 신앙은 한국 교회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 예로 1890년대 주한 선교사들은 한국 토착교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네비우스(Nevius) 선교정책’을 고안하여 이를 선교 현장에 적용하였는데, 그 내용은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이 전도하게 한다.”는 의미의 종교적 ‘자전’(自傳, self-propagation), “한국 교회 운영은 한국인들이 책임지게 한다.”는 의미의 경제적 ‘자립’(自立, self-support), “한국 교회는 한국인들이 치리하게 한다.”는 의미의 정치적 ‘자치’(自治, self-government)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3자 원칙’이 부흥운동을 거치면서 한국인들의 자발적이고 토착적인 신앙운동으로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즉, ‘날연보’는 ‘자전’을, ‘성미’는 ‘자립’을 가능케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는 미국 교회에서 정치적으로 독립하여 1905년 ‘독립 연회’(감리교) 1907년 ‘독립 노회’(장로교)를 조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초대 교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생적으로 실천한 예배 문화에서도 토착적이고 민족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토착적 예배 문화는 기독교 복음이 들어오기 전, 유교나 불교, 도교와 무교 등 토착 전통 종교에서 행하던 예배 문화적 요소를 기독교적으로 해석하여 수용한 결과로 나타난 것들이다. 이런 토착적 예배 문화를 통해 기독교 의식은 보다 ‘한국적인’ 것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고, 한말과 일제시대 외세의 침략과 지배 현실에서 교회는 (비록 서구화된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민족 문화를 고수하는 종교 집단으로 남아 민족주의자들의 입교를 촉발시켰다.

이러한 주체적 복음 수용과 해석, 그 과정에서 창출된 토착적 신앙 및 종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의 ‘토착교회’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한국 ‘토착교회’는 서구의 기독교 전통, 한국의 토착 종교 전통 사이에서 이들과 ‘연결되면서도 구분되는(continuums et separatus)’ ‘제 3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제 3의 전통’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린 한국 ‘토착’ 기독교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역사신학으로서 한국교회사의 첫 번째 과제이다. ‘토착’ 기독교인들의 종교 체험과 그 고백적 표현으로 형성된 ‘토착적’ 기독교 문화를 정리하고 그 속에 내재해 있는 한국의 ‘토착’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신학을 규명하는 것은 역사신학이 인근 신학과 함께 해야 할 두 번째 과제이다. ‘토착적’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나타난 ‘토착적’ 신앙고백과 문화적 표현 양식에서 ‘토착’ 기독교인의 신론과 기독론, 교회론, 성서이해, 윤리의식 등을 도출해 낼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것’으로 신학함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었으나 비교종교학적 방법론을 극복하지 못해 ‘사변 신학’에 머물렀고 그 때문에 교회 공동체의 지지와 동의를 끌어내지 못했던 토착화신학 1세대 선배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덕주 교수(감신대)

1945년 해방후-현재, 선교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한국교회가 선교대국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그에 걸맞는 지도력과 자질을 갖추었는가라는 도전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선교대국에서 선교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한국교회가 주요한 선교과제로 삼고 있는 전방개척선교, 유럽선교, 디아스포라선교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해방 후 한국교회의 선교역사를 선교주체의 변화를 기준으로 3분하여 살펴보았다. 첫 번째 시기는 에큐메니칼 선교가 시작된 때였다. 한국교회는 산동선교, 태국선교와 같은 에큐메니칼 선교의 유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에큐메니칼 선교에 대한 이해나 실천이 부족하였다.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에 대한 반발로, 에큐메니칼 선교의 틀마저 수용되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것은 한국교회의 선교가 시대착오적인 선교, 외골수적인 선교를 하는 원인이 되었다. 특히 한국교회의 계속되는 교회분열로 인하여, 에큐메니칼 선교에 대한 이해 부족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에큐메니칼 선교를 하기 어려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 시기는 하나님의 선교가 시작된 때였다. 하나님의 선교는 무엇보다도 선교에 있어서 이해의 지평을 넓혔고, 선교자의 겸손을 요구하였다. 당시 한국은 격변기에 처했고, 한국교회는 다양한 선교적 과제를 안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거부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선교적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데 실패하였고, 부분적인 실천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시기는 비서구선교가 대두되기 시작한 때였다. 엄격히 말해, 비서구기독교와 비서구선교의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서구중심적 시각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최근의 비서구선교의 특징은, 서구와 비서구 모두 이 현상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비서구선교가 비서구선교로서, 또한 세계선교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선교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를 기대하고 있다. 바로 이 일에 한국교회의 선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안교성 조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