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본부 워크삽 장소로 정해진 ... 해남과 보성.

"땅끝마을" "녹차밭" 이 언제나 함께 떠오르는 곳.

10여년 전 대학 다니던 시절 전국일주(?)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가봤던 '땅끝마을'은 실망스러운 장소중 하나 였다.

누군가 '土末=땅끝'이라고 하니 땅끝인가보다~ 하는거지

그냥 작은 전망대 하나 서있는 해안의 언덕배기였는데,

그곳을 짧은 일정으로, 반나절을 걸려 가야 하나 싶었다.

더구나 얼마전에 다친 발가락에 아직 통증이 남이 있어 많이 걷기는 힘든데...

그런데!

구체적인 일정을 확인 하고 보니 해남의 '두륜산 대흥사'와  '보성녹차밭' 이다.

대흥사와 녹차밭은 초행길이라 나름 기대와 설레임으로 떠난 워크삽.

(내가 전국일주를 했던 그 시기엔 아직 '녹차붐'이 일기 전이라

보성에 녹차밭이 있는줄도 몰랐었다. ^^;)

<대흥사 가는 길>

점심도 김밥으로 떼워가며 반나절에 걸쳐 도착한 '대흥사'

1. 유선관

입구를 지나 처음 만난 고풍스러운 한옥.

담장 넘어 안을 훔쳐보니 사람이 사는 흔적이 있어 대문 가까이 가봤는데,

식당 같다...  "유선관"

개인적인 여정이었다면 들어가서 파전 한접시 먹고 나오고 싶은... ^^;

 

후에 찾아보니 한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영업중인 "한옥여관"이란다.

장군의 아들, 서편제, 한반도 등등 영화도 많이 찍었던 곳이라는데,

조용한 산길에 옛 한옥 그대로의 운치가 그만이다.

혹시 후에 '대둔산'에 오를 기회가 있다면 하룻밤쯤 묵는것도 좋겠다.

(그때를 위한 정보 : 숙박 3만원, 저녁 1만원, 아침 7천원)

 

2. 산책길 풍경

어디나 있음직한 기념품 가게...

1년전이나 10년전이나 땅끝이나 수도권이나 똑같은 저 가게들은 과연 장사가 되려나...?

 

사진으로 찍기는 뭐했지만,

조용한 산책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트롯'음악에 눈살을 찌뿌리고 쳐다보니 구걸 중인 장애인들. 그들도 고즈넉한 이 분위기에 맞춰 다른 마케팅을 해보는 것이 생활에 좀더 도움이 되었을 듯...

 

그리고, 누군가의 간절한 바램이 묻어 있을 돌탑들...

 

 

 

 

< 산사는 공사중 >

1. 대흥사

일주문을 지나, 해탈문에 들어선 순간 쫙~ 펼쳐진 대흥사와 산너머 맑은 하늘에

모두들 '우아~~'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내 사진속에 그분위기를 모두 담았으면 좋았겠지만... 부족한 기술탓에... ^^;

 

비교적 넓은 평지에 산으로 둘러싸인 대흥사는

다른 절들과 좀 다른게 사채(법당?)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정면에 대웅전이라 생각했던 곳은 천불전이었고,

대웅전은 개울 건너 저 한켠에 있었단다. 못봤다. ㅜㅜ

 

확장 공사중인지 여기저기 공사하는 모습들도 보이고,

벽화들도 새로 칠해 놓은듯 색이 매우 화사하다.

 

2. 스님들

두손 모아 공손히 절하며 들어가는 아주머니들을 보니 멀뚱멀뚱 법당안으로

걸어들어가기는 불경(?)스러운듯 하여

그냥 담장 밖에서만 흘깃흘깃 구경하던중 스님 두분의 모습을 포착!

사진기를 든 나를 의식하셨는지 곧 사라져 버리셨다. ㅎㅎ

 

푸른눈의 스님들은 어떻게 예까지 오시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그들에게도 '불교'가 '종교'일까?...    '학문'일까? '철학'일까?

 

3. 미스매치

여러곳에 흩어져 있는 사채들을 안내하는

저 원색의 '쇠'로된 길안내 표지판은 정말 미스매치!!! 

나무로된 앤틱한  표지판이 어울려요~! ㅋㅋㅋ

 

 

 

<가을 하늘, 가을 나무, 가을 꽃>

말이 필요 없다.

2006년의 가을 하늘, 가을 나무, 가을 꽃!

너무 예쁜 하늘색과 산등성이에 걸쳐진 흰구름!

11월임에도 아직 모습을 단풍이 드문 산길에서 발견한 붉은 나뭇잎!

가을 국화와 울긋불긋한 담쟁이가 있는 돌담!

꽃향기에 날아든 꿀벌!

 

 

 

<두륜산 고계봉>

1. 케이블카안에서 본 풍경

대흥사가 있는 두륜산...

처음엔 산행계획이었으나 일정관계상 산행은 접고 케이블카로 고계봉에 오름.

케이블카 창 넘에로 보이는 해남 어느 마을의 모습이 한반도를 닮았다.

2. 고계봉

케이블카에서 내려 계단을 좀 올라가면 고계봉이 나온다.

현재 '고계봉'이라고 써있는 지점에선 건너편의 튀어나온 봉우리 때문에 바다쪽이 다 보이지 않는데.. 전망대 쪽에서 보면 다 보일듯도 하다.

하지만~ 전망대는 공사중이라는거~! ㅜㅜ

 

날씨가 흐려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고계봉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장관이다.

갈대가 가을의 운치를 더욱 살려주고...

걸어 올라 저쪽 봉우리에 서면 훨씬 멋진 뷰를 볼수 있단다.

 

 

 

<해남읍내 천일식당>

언젠가부터 내게서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

머든 열심히 하는게 무지하게 귀찮다.

그냥 이렇게.. 편하게.. 안주하고만 싶어지는데...

그러기에 아직 난 너무 젊지??

반성하고~!

나도 남은 내 열정을 불사를 그 무언가를 찾아보자!!!

==============[펌]지각인생   by 손석희=====================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