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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초기 엄마가 한 말이다낙서판

“몸 간수 잘해야 돼. 결국, 여자만 손해야.”

 

팬티에 피가 처음 묻어나온 날 엄마는 내게 말했다. 남자는 다 똑같으니까 네가 알아서 몸을 잘 챙기라고도 당부했다. 나는 엄마의 말에 묘한 반항심을 느꼈다. 왜 여자만 손해라는 거지? 여자가 손해라는 말이 여자를 더 움츠러들게 하는 거 아닌가? 엄마 때랑 우리 때는 세대가 다른데, 엄마는 왜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삐딱했던 나는 더 자유롭게 섹스를 즐기는 쪽으로 ‘몸 간수’를 택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해도 혹시나 하는 임신 가능성이 내 발목을 잡았다. 첫 섹스 이후 연애 관계를 지속하면서, 매달 배란일과 생리 예정일을 체크하면서 긴장하는 날들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콘돔, 경구 피임약 등 다양한 피임 방법을 활용했지만, 언제나 정석대로만 피임하진 못했다. 가끔 약을 깜빡하기도 했고, 콘돔을 끼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섹스를 할 때도 있었다. 유독 불안할 때에는 사후피임약을 먹었다.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하는 날들도 여러 번 있었다.

 

스물두 살 때였다. 느낌이 안 좋다는 친구의 말에,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진료를 받고 나온 친구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더니 울면서 말했다. “나 이제 어떡해? 정말 피임 잘했는데… 내 인생 끝났어.” 임신 4주차. 계획한 것도, 원하지도 않은 임신이었다. 그날 온종일 불안해하는 친구를 달래면서 말했다. “아니야.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인생이 왜 끝나. 수술 받으면 돼. 수술받자.” 침착하게 말은 했지만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나 역시 마음 졸이며 생리할 날을 기다리던 많은 날이 겹쳐졌다. “에이, 임신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아”라고 말하던 당시 남자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뱉은 말처럼, ‘아무리 피임을 잘 해도 이런 일은 얼마든 일어날 수 있구나’ 싶었다.

 

친구는 다음 날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했다.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수소문해서 겨우 찾은 산부인과에서 했는데, 수술 후 마취제 부작용으로 심한 구토와 함께 두통을 앓았다. 그런데도 친구는 의료진에게 항의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시술은 애초에 불법이었으니까. 가장 가까웠던 친구의 경험을 통해 막연하게 느꼈던 임신의 두려움이 내게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낙태약 효과


주제 : 문화/예술/오락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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