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가 있지요. 대학 내 군기잡는 문화와 폭력에 관한 것입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고유한 군대문화가 사회 전체로 확장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인데

근본적 원인은 결국 일본의 제국주의 군대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옛날 일본 제국주의 군대는 똥군기와 폭력, 그리고 무능력과 무원칙 등이 그야말로 막장에 극한에 달한 군대였는데

이는 오늘날의 한국의 군대,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깨인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어려서부터 그런 분위기를 보고 배우며 자라왔기 때문에 결국은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이는 학력이나 지위, 재산의 고하와 무관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대형 폭력조직이 없다지만, 폭력을 쓰지 않는 마피아라면 얼마든지 있지요. 사회의 최상층부에..

수학여행을 한 학년 전체가 떼거지로 가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수많은 요인들 중 하나죠.

요즘은 교련 과목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아마 수학여행말고 '극기훈련' 은 아직 남아있지 싶습니다.

그렇게 단체로 떼거지로 가서 배우는게 도대체 뭐가 있을까요.

굳이 있다면 개인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북한스러운 사고를 몸으로 체화하는 정도?

게다가 극기훈련같은거 가면 리조트 직원들은 군대놀이 하려들죠.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군대문화의 가장 큰 해악이라면 '안되도 되게 한다' 에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대충 대충, 빨리 빨리.. 이게 다 같은 맥락인데

특히 전시에는 엄청나게 위험한 사고 방식입니다.

일본군처럼 수만명을 사지로 밀어넣고 전투한번에 다 죽이는 일도 있을 수 있고, 6.25때와 같이 10만명을 대책없이 징집해놓고 싸그리 굶겨 죽이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와 원칙따위는 없고, 근성과 인내로 돌파하려하면 아주 대형 참사가 납니다.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게 됩니다.

되는건 되지만 안되는건 절대로 안되는 일인데, 이를 무시해서는 곤란합니다.

기사를 보니 일정에 맞추려 안개속에서 무리하게 배를 운항한 것이 사고의 원인일수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그놈의 '어떻게든 되게한다'가 낳은 참사일 것입니다.

혹은 선박내에 실은 차량등의 고중량 물체가 잘 고정이 되지 않아 크게 흔들리며 배의 균형이 무너진 것일수도 있는데,

이 역시 '어떻게든 운항만 하면 되지' 와도 관계되는 것이고, '대충 집어넣기만 하면 되지'라는 것과도 관계가 있겠습니다.

또한 큰 문제인 '대충 대충'.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혹은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나 전투력과는 일절 상관없는 쓰잘데기 없는 것에는

말 그대로 쓰잘데기 없는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막상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대충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것이

한국식 군대문화의 큰 특징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구명보트의 절반만 펼쳤어도 모든 승객이 전부 탑승가능했으며,

정상적으로 대응했다면 탑승할 시간도 아주 넉넉하게 남아돌아갔다는 점에서,

한국의 여객선 안전 실태가 얼마나 처참한 지경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마치 군대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죠.

근데 그러면서도 막상 중요할때는 한강다리 끊은 누구처럼 책임자가 제일 먼저 도망을 갑니다.

말로만 집단의 이익이지, 실제로는 세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보고, 그러한 투쟁에서 남을 짓밟고 이겨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을 우글우글하게 생산하고, 그런 자들이 대체로 어떤 분야에서건 최종 책임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 사회가 낳은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타인위에 군림하려 들고, 밑의 사람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고,

스스로를 한 집단의 리더가 아니라 봉건 시대의 영주로 여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어떤 일에서든 해도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을 철저히 구분해서 원칙대로 행하는것이 좋고

주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될 가능성이 높은 일을 작은 가능성에 기대어 되게 만드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아무리 잘가는 주식이라도 주가가 비싸면 위험하고,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상승의 기간에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가장 업황 싸이클이 긴 건설업의 경우도 7년을 넘기 어려우며, 소비재 주식은 3년이면 대략 족한 기간이 됩니다.

장기 차익실현 구간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면 반드시 조심하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