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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받는 것은 오욕락” ＠ 주식/경제...

부처님은 돈에 관해선 지독히 엄격했다


“금·은 받는 것은 오욕락” 
깨달음의 길을 가는 것도 
물질소유ㆍ사용 최소화도 
탐욕에서 해방되는 방법…


동남아에 다녀온 사람에 의하면 동남아 스님들은 몸에 두 가지가 닿으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첫째 이성의 몸이 닿으면 놀라고, 둘째 돈이 닿으면 놀란다. 돈이야말로 부처님이 그토록 엄금하던 금기의 품목이다. <사분율>은 “사문 석자는 금, 은, 혹은 돈을 가지지 못하며”라고 설한다. 경전에 의하면 비구는 금(金), 은(銀), 혹은 돈을 손수 받아서도 안 된다. 사람을 시켜서 자기를 대신하여 받도록 하여도 안 되며, 손으로 받는 것도 아니고 지상에 놓아두고 받아라 하는 것을 승인하는 것도 안 된다. 심지어 ‘이 물건은 얼마인가’라고 묻는 것조차도 부정한 질문, 즉 부정문(不淨問)이라고 한다. 또 ‘나는 그대에게 700원을 주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부정한 말, 즉 부정어(不淨語)라고 한다. 부처님은 돈에 대해서는 지독할 정도로 엄격하셨다.

부처님은 어떤 비구가 구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리로 만든 돈을 가지려고 하자 만약 구리가 필요하다면 돈으로서의 기능을 파괴해 사용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분율에 의하면 “비구들이 무덤 사이에서 돈을 얻어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사뢰니, 부처님께서 ‘가지지 말라’ 하셨다. 그 비구가 구리가 필요해서 부처님께 사뢰니, 부처님께서 ‘뚜드려서 돈의 형상을 파괴시킨 뒤에 가지라’ 하셨다.

부처님은 왜 이렇게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금지 규정을 제정하셨을까? 그 해답은 사분율에 나와 있다. “만일 금, 은을 가지면 곧 5욕락을 받는 것이요, 5욕락을 받으면 사문 석자의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금, 은은 단순히 귀금속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보신 것이다. 따라서 돈도 마찬가지로 돈이 아니라 욕망이다. 우리가 돈을 받으면 욕망을 받는 것이지 교환의 수단이요 교환의 매개인 화폐를 받은 것이 아니다.

돈이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금, 은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명품 백을 선물했다고 하자. 명품 백을 받으면 명품 백으로 사용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돈을 받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은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을 구입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단계부터 욕망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탐욕이 증가한다. 오늘날을 ‘신노예 사회’라고 한다. 우리가 노예로 전락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돈은 인간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기에 돈을 받으면 우리는 사람을 살 수 있는 힘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고마운 사람에게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사람이 의논하고 있었다. 고민을 하는 와중에 어떤 사람이 “뭘 고민해요? 제일 좋은 선물을 놓아두고…돈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나요?”라고 말하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결국 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명품 백을 받는 것과 돈을 받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출가자는 사람을 시켜 자기 대신으로 돈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재가자가 돈을 보시하는 것은 허용됐다. 다만 이 돈은 정인이 보관하고 정인이 지출해야 한다. 재가자가 보시할 때 돈을 보시할 수 있지만 보시하는 사람이 물건으로 보시하려고 할 때 대신 돈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이미 탐욕과 계산, 그리고 이해타산이 개입하는 것이므로 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을 지을 재료를 요청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미 교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해타산적인 행위가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분율은 “어떤 대신이 아내에게 고기를 사서 비구에게 주라고 했는데 이를 비구가 알고 고기가 아니라 돈을 달라고 하였다. 돈을 주자 저자에 가서 맡기고 갔는데 이를 알고 여러 거사들이 비난했다”고 설한다. 따라서 고기를 보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고기 대신 돈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물론 재가자가 스스로 돈을 보시하는 것은 허용된다.

시장자본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돈은 인간의 경제생활에 도움을 주지만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한다. 불교는 스스로 물질의 소유를 억제함으로써 탐욕으로 내닫는 인간의 본성을 통제하려고 한다. 깨달음의 길을 가는 것도 탐욕에서 해방되는 방법이지만 스스로 물질의 소유와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탐욕에서 해방되는 방법이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면 인간과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세금이라는 강제적 방법과 보시라는 자발적 방법에 의해 모든 인간이 개별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재산의 크기를 통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건희 회장이 저렇게 많은 돈을 소유해야만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과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은 완전 별개다.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이나 휴대폰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윤성식 고려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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