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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에 걸린 친구에게 상처주지 않는 대화법★건강/웰빙...



 

병에 걸린 친구에게 상처주지 않는 대화법

 

‘입을 다물고 있으면 실언할 일도 없다’는 말이 좋은 격언이긴 하지만, 아프거나 절망한 친구를 상대할 때 침묵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아픈 사람을 보면 기분이 상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감정을 통제하고 적절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면, 흔해빠진 위로의 말을 하거나 나중에 후회할 둔감한 질문을 던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사례는 눈치없는 의사소통의 예를 잘 보여준다.

프레드가 암수술을 얼마 전에 받은 친구 피트에게 “수술 잘됐어?”라고 질문하자 피트는 “응, 암세포 다 잘라냈대”라고 답했다.

그러자 프레드는 “진짜? 다 잘라냈는지 어떻게 알아?”고 반문했다.

나중에 피트가 그 말을 듣고서 얼마나 힘이 빠졌는지 이야기하자 프레드는 “긴장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그냥 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질병이나 죽음 근처에서 긴장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내뱉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방암 투병을 했던 필자의 경험이나 주변 사례를 보면 친구들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때가 분명히 있었다. 소방관이던 남편이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사망한 8년 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마리온 폰타나는 운이 그토록 나쁜 걸 보니 업보가 많은 것 같다는 말을 주변 사람에게 들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한 남성은 친구가 “우리 회사 여직원도 얼마 전에 백혈병으로 죽었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기가 막힐 뿐이다.

아픈 친구를 무심코 모욕하지 않더라도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는 거야”라는 흔해빠진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말에는 환자를 위로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스스로를 달래려는 의도도 존재한다. 이제까지 언급한 것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 10가지 조언을 참고하도록 하자.

 

1. 친구의 좋은 소식에 기뻐하고 나쁜 소식을 하찮게 치부하지 말라.

의사가 암세포를 모두 잘라냈다는 말을 친구가 하면 “정말 잘됐다!”고 말해주라. 암 말기 환자가 다음해 여름에 아이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겠다고 말한다면 “그건 두고 봐야죠”라고 중얼거리는 대신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답하라. 긍정적으로 반응해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친구가 암울한 진단을 받았을 때 “걱정마! 요즘 유방암 치료는 정말 쉬워!”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반응하라는 뜻은 아니다.

아픈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 내가 뭘 하면 좋을지 말해줘, 정말 돕고 싶어”다.

2. 아픈 친구를 평소처럼 대하되 그들이 아프다는 사실은 잊지 말라.

친구의 병과 이에 따른 제한을 염두에 두면서도 병이 친구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실행가능하다.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친구를 대하면서도(놀리고 농담하고 화도 내는 등) 질병에 이따금 동반되는 친구의 짜증이나 우울함을 받아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와 스포츠, 음식과 영화 등 다른 화제에 대한 대화를 최대한 신속히 재개해서 친구가 질병의 늪에서 일상의 기적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3. 나 자신에 대한 언급을 피하라.

심한 기침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에게 “그게 뭐 대수라고, 나는 폐렴에 걸렸잖아”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뇌종양 환자에게 나도 편두통을 앓기 때문에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말라. 척추갈림증으로 고통받는 아기를 둔 엄마에게 우리집 아기가 배앓이를 한다고 호소해서도 안 된다.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내 생각만 하는 위와 같은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무례하기도 하다. 고통받는 친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된 발언은 “너의 아픔을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4. 무작정 단정하지 말라.

미셸이 친구들에게 암진단을 받았다고 전하자 몇몇 친구는 “그래도 조기에 진단받았으니까 괜찮을 거야”고 답했다. 미셸은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했으며 그렇게 말하거나 시사한 적도 없다. “조기에 진단받았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아니거든, 빨리 못 찾아냈으니까 죽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친구의 상태에 대해 절대로 미리 단정짓지 말라.

5. 입을 열기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라.

친구가 이식수술을 받은 부위가 심장인가, 간인가? 친구가 화학치료를 받았는가, 방사선치료를 받았는가? 친구에게 “괜찮아?”라고만 물어보지 말고 “어깨관절은 좀 어때?” 등 건강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하라. 어떤 친구가 무슨 질병으로 언제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가 헷갈린다면 연락처에 메모를 추가하거나 전화 옆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정보가 변경될 때마다 업데이트하라.

6. 아픈 친구가 스스로 쓸모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라.

친구가 갖고 있는 능력 중 하나를 정해 집중공략하는 것이다. 친구의 건강상태가 허락한다면 컴퓨터에 능한 친구에게 웹페이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교사 출신 친구에게 자녀의 대학지원 준비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친구는 부탁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대신 자신의 재능과 가치에 대한 믿음의 표시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7. 아픈 친구를 아이처럼 대하지 말라.

아이에게 말하듯이 성인에게 말하는 것은 절대금기사항이다. “우리 애기, 오늘 어때?”나 “아주 작은 알약인데 한 알만 먹자”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쉬하러 갈까?”야말로 최악의 발언일 것이다. 친구의 존엄성을 어떻게서든 지켜줘라.

8. 조언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라.

의료계 소식이나 기사, 주변 사람의 조언을 무작정 전달하지 말라. 당신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정보가 친구를 오도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혼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있다. 당신의 임무는 친구가 되주는 것이다.

9. 불치병에 걸린 친구가 화제거리를 결정하게 하라.

친구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말하지 말라. 사실을 아는 친구가 하소연하거나 울거나 운명을 저주한다면 반박하거나 방해하지 말고 티슈를 건네며 같이 울어줘라. 친구가 마지막 소원이나 오랜 비밀을 전달하려 한다면 나를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경청하라. 친구의 모든 말을 기억하고 싶은 날이 올 것이다.

10.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부담을 주지 말라.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는 말은 친구가 애초에 우울해 하거나 낙담하는 등 부정적인 사고를 해서 병에 걸렸다는 말처럼 들린다. 긍정적인 사고가 헌팅턴병이나 수술불가능한 뇌종양을 치유할 수는 없다. 불치병환자에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싸우라고 말하는 것은 쓸모없을뿐 아니라 잔인하기도 하다. 친구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거나 남은 시간 동안 신변을 정리할 기회를 뺏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호스피스 환자는 “친구들이 슬퍼하며 작별인사를 해주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병에 걸린 친구 곁에서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앞에서 언급된 10가지 조언을 참고함으로써 아픈 친구에게 더 큰 공감을 표시하고 친구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본 에세이는 레티 코틴 포그레빈의 저서 ‘How to Be a Friend to a Friend Who’s Sick’(가제: 아픈 친구에게 친구 되어주기)에서 발췌편집한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주제 : 여가/생활/IT > 건강/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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