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추가매수의 대표 전략인 ‘물타기’와 ‘마팅게일’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혹시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 없었나요?
(둘이란 숫자는 좀 그렇지요. 셋은 돼야 균형이 맞는 것 같지 않나요. 공명도 유비에게 ‘천하 삼분지계’ 즉 삼국정립을 설파했고, 솥도 네 발이 아니라 발이 셋일 때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지 않나요. 솥 정(鼎)이란 한자도 그래서 나온 거고요.)

피라미딩 매수법

뭐,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실제로 추가매수 기법 중에는 물타기와 마팅게일 외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피라미딩(pyramiding)이지요.

포지션을 진입시킨 뒤 시장 상황에 따라 해당 포지션의 보유 계약수를 늘려가는 걸
피라미딩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느 시점에 매수 진입을 하였고, 시장의 방향이 상승하여 수익을 내고 있을 때 동일한 포지션을 재 진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라미딩 기법은 최초 계약수와 동일하게 늘려가는 방법과 아래와 같이 재진입 시 초기 계약수보다 늘리는 방법, 또는 점차 계약수를 줄여 가는 방법 등 3가지로 다시 나뉩니다.

upside down : 낮은 가격에 많은 포지션을 취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일정비율로 포지션 수를 줄여서 포지션을 쌓아 가는 방법

right up : 낮은 가격에 포지션을 잡은 후 가격의 상승에 따라 포지션 수를 늘려가는 방법.

최초 계약수만큼 계속해서 늘려가는 것을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 1877~1940)의 피라미딩이라고도 하지요.
한번 해볼까요?

현금이 1,000만원 있습니다.
주식은 1만원 짜리가 있고요.
처음에 100주를 삽니다.
손절매는 1,000원 하락하면 9,000원에 하기로 하지요.

(그러면 수익금액은 알 수 없지만 손실금액은 10만원, 즉 처음 투자금액의 1%로 고정되겠지요.)

자, 이제 주가가 올라 10% 수익이 났다면 1만1,000원에 100주를 더 사는 겁니다.
평균단가는 10,500원에 200주가 되지요.
손절매 가격을 다시 정해 처음 산 가격에 하기로 합니다.
(역시 수익금액은 알 수 없지만 손실금액은 200주*500원=10만원으로 고정됩니다.)

다시 주가가 올라 1만2,000원이 된다면 200주를 더 삽니다.
평균단가는 1만1,250원, 주수는 400주가 됩니다.
손절매는 이전 산 가격인 1만1,000원으로 수정합니다.
(역시 수익금액은 알 수 없지만 손실금액은 400주*250원+10만원으로 정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매수했을 때 만약 주가가 떨어져서 최근보다 더 전에 매수한 가격이 된다면 처음 손실을 확정한 금액만큼 손실을 보게 되겠지요.
반대로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수익은 점점 더 커지게 되고요.
(이 방법이 가장 극단적인 피라미딩 기법입니다. 실제로는 upside down 방법을 많이 씁니다. 데이 트레이딩 때는 말할 것도 없고요. 포지션 트레이딩을 할 때도 수익이 많이 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눈에 익은 것 같지 않나요?
어디서 한번 들어본 것 같지 않으세요?
맞습니다. 지난 번에 말했던 반 마팅게일과 비슷한 방법입니다.

마팅게일-물타기 vs 반 마팅게일-피라미딩

자, 이제 세 가지 추가매수 방법을 한번씩 다 훑어봤으니 한번 총정리해 볼까요.

마팅게일과 물타기는 비슷합니다.
추세가 진행되면 될수록 손실은 커지지요.
하지만 한 번만 추세가 반대로 가면 원금이 되거나 아니면 약간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반 마팅게일과 피라미딩은 유사합니다.
추세가 진행되면 될수록 수익은 커지지요.
하지만 한번만 추세가 거꾸로 가면 원금이 되거나 아니면 약간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럼 성격이 비슷한 마팅게일과 물타기를 하나로 묶고, 반 마팅게일과 피리미딩을 하나로 묶어 두 개를 서로 비교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둘은 서로 많이 다릅니다.

전자(마팅게일 혹은 물타기)는 처음 매매 후 손실을 입은 경우에 행해지는 매매방법이고요.
후자(반 마팅게일 혹은 피라미딩)는 이익이 났을 때 주로 쓰이는 매매방식입니다.
(다만, 마팅게일과 반 마팅게일은 이익이 나거나 손실이 나면 같은 수량을 매매하게 되므로 동일합니다.)
 
전자는 추세가 꾸준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즉 방향성과 변동성 가운데 변동성을 중시하는 경우지요.
어느 정도 한 쪽으로 진행이 된 경우 다른 쪽으로의 진행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행하는 매매방식입니다.

반면 후자는 변동성보다는 방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보통 추세 초기에 쓰는 방법입니다.

전자는 많은 수익보다는 잦은 수익을 겨냥하는 매매입니다.
즉 수익률보다는 승률에 중점을 둔 매매라고 할 수 있고요.
후자는 승률보다는 수익률에 중점을 둔 매매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 뭐가 더 좋을까요?
전자와 후자 둘 다 좋습니다. (엄밀히 하면 네 가지가 되겠군요.)
 
돈을 버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그도 아니면 개라도 쥐만 잡을 수 있다면 ‘탱큐’입니다^^)

매매기법 선택에 앞서….

그럼 전자와 후자 모두에 해당되는 공통분모 같은 건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경우든 자금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처음에 매수를 할 때 모든 자금을 쏟아 부으면 아무 전략도 쓸 수가 없습니다.
풀 베팅이 폼은 납니다. 멋있지요.
그러나 문제는 시장이 내 생각과 다른 쪽으로 가고 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남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하나, 전자와 후자 모두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어렵지요? 원칙. 그거 참 어려운 거지요^^)

전자의 방법으로 매매하면서 많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곤란합니다.
물타기의 경우 원금 또는 약간의 이익까지는 회복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 주가가 하락하면 처음에 풀 베팅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지는 거지요.

전자는 처음에 했던 가정이 틀렸을 때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서 약간의 이익을 겨냥한 매매이지,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매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합니다.

후자의 방법으로 매매할 때는 손실을 내면 안됩니다.
손실이 나더라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전 가격대가 오면 정확히 손절매를 해야 합니다.

피라미딩의 숫자가 많아지거나 반 마팅게일의 배수가 많아질수록 수익 폭은 커집니다.
따라서 원금으로 되돌아 오면 그 아쉬움은 더할 나위 없지요.
하지만 손실 또는 원본가격이 되면 정확히 기계적으로 정리하여야 합니다.

게다가 이 방법은 적당한 수익을 내고 나와서도 안됩니다.
처음에 정했던 가격에 도달했을 때 정리해야 다시 매매를 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 중간에 정리하면 다음 매매가 너무도 힘들어 집니다.
(무슨 매매가 손실도 안 된다, 수익도 안 된다, 참 힘들지요. 경험해 보셨겠지만 손실이 있는 계좌를 보고있는 것도 힘들지만 수익이 난 계좌를 정리 안하고 들고 있는 것도 쉽지만은 않답니다)

알코홀릭 매매와 감정적 매매

원칙을 지킨다는 거, 처음 생각대로 한다는 거, 참 어렵고 잘 안됩니다.
원칙을 가로막는, 이른바 ‘원칙의 적’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알코홀릭(alcoholic) 매매 : 데이 트레이딩 실행 시 초반에 손실을 입은 경우 발생하기 쉬운 매매행태. 초반의 매매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잦은 시장진입을 반복하게 되며 작은 이익을 확보한 후 큰 손실을 보는 일을 반복하기 쉬운 매매행태. 

감정적(emotional) 매매 : 직전 거래에서 큰 이익을 실현한 투자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매매행태. 직전의 빅딜을 통해 얻은 성취감 등이 자신감의 도를 넘어서서 오만함에 빠지게 되어 시장의 방향이 자신의 시황관 및 설정 포지션과 반대될 경우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스톱아웃 원칙을 무시하는 등 자신의 고집과 감정에 휩싸여 무원칙한 매매에 휩싸이는 행태.

한두 번씩 경험해 보셨겠지요.
다행히 아직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죽~ 하지 마시기를.
그리고 만약 경험이 있다면 다시는 반복하지 마시기를.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저는 꼭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옆에서 누군가 못하게 말리는 사람을 두거나 시스템을 갖추기를 권합니다.

이 다음에 ‘EXIT’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다시 자세히 논의할 기회가 있겠지만, 알코홀릭과 감정적 매매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공통점은 둘 모두 매우 좋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혼자 오지 않고 같이 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알코홀릭과 감정적 매매가 쌍으로 몰려오느냐고요?
간단합니다.
많은 수익을 낸 뒤 한두 번 매매에서 손실이 나는 경우입니다.
그럼 감정적인 상태에서 술 마신 듯 매매하게 되지요.

매매는 그런 면에서 인생과 흡사합니다.
늘 그 놈의 술이 문제지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술 먹은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변하십니까?
아님 감정적인 상태에서 술을 찾는 편이십니까?

인생은 잘 모르겠습니다.
‘감정+술’ 또는 ‘술+감정’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둘 덕분에 햇빛 보게 된 이가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하지만 매매에서는 절대금물입니다.

출처 : 네이버 증권  파생트레이더 최정현 전문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