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대적으로 죽 쑨 내 펀드들. 이대로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뭔가 바꿔 보고 싶다." 전문가들은 "펀드는 장기투자가 기본"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라"고 말한다. 그러나 완전 재건축은 불가능하더라도 리모델링은 가능하다. 새해를 맞아 수많은 펀드 포트폴리오 중 벽돌 몇 개를 교체한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은 먹어볼 만하다. 마침 한국 투자자들에게 생소했던 지역에 투자하는 수단도 늘어나고 있다. EMEA(Emerging EuropeㆍMiddle EastㆍAfrica) 지역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최근 중동 여러 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역을 돌아본 사람들의 말 속에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내수시장이 엄청나게 크고 있다"는 것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닉 프라이스 매니저는 "러시아의 선도 무선통신 기업인 모바일 텔레시스템스 급여 성장률이 올해 15%를 넘었고 아프리카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매스마트라는 유통업체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초 5.5달러에서 9월 말 6.5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내수시장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또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의 가계소비지출 연평균 증가율(2000~2004년)은 각기 7%, 5%, 4.7% 수준으로 태평양지역의 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런 내수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석유 수출을 중심으로 한 오일머니가 자리잡고 있다. 오일머니가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고 인프라 투자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구조. 결국 EMEA 경제의 성장 원동력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중국 인도라는 세계 경제의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중동, 아프리카가 좋다'는 예찬론은 좀 접어 놓자. 이 지역의 위험도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아프리카 지역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우려 요소다. 짐바브웨의 올해 인플레이션율은 7000%에 육박했다. 물론 MSCI EM EMEA 지수 내에는 짐바브웨 증시가 없지만 각국 정부들이 얼마나 경제의 과열을 잘 컨트롤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MSCI EMEA 지수의 3.6%를 차지하는 이집트는 2007년 말 인플레이션 예상치(IMF)가 10.9%나 된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산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 그리고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증시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 남아공처럼 EMEA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정책금리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보면 증시의 투자매력을 잘 알 수 있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이들의 정책금리는 각기 10%, 11% 수준. 이에 반해 주식시장의 예상 기대수익률(주가수익비율의 역수+배당수익률)은 각기 9%, 10% 수준으로 정책금리보다 낮다. 예금에 따른 세금효과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의 매력이 그다지 높은 상태는 아니다. 내국인 입장에서 볼 때는 증시에 투자하는 것보다 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EMEA 증시 예찬론자들이 주장하는 논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고 금리가 높아도 증시가 성장한 지역은 분명히 있었다. 11%의 고금리가 보장되는 라틴아메리카 증시가 올해 그랬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뚫고 증시가 올라간 이유는 이익성장 때문이었다.

EMEA도 비슷하다. 중국, 인도를 합산한 것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더 크고 미국, 유럽의 소비량보다 지출량이 더 크다. 중국 인도와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싼 생산품을 소비할 수 있다. 경제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내수시장 성장의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란 예상이다.

현 단계에서 EMEA 증시의 투자매력은 기업들의 이익이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무너뜨릴 만큼 빨리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현재 EMEA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의 증시 밸류에이션과 금리,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고려해 보지도 않고 '묻지마' 식으로 투자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EMEA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MSCI EM EMEA지수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염려해 비상장 주식에도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피델리티 EMEA주식형'이다. JP모간자산운용의 JPM중동ㆍ아프리카주식형펀드도 7월 설정돼 3개월가량의 운용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미래에셋의 동유럽중동아프리카대표주펀드, NH-CA운용의 '아프리카ME 이머징EU플러스주식형' 펀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