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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우동전」 6-5 ♠古今笑...




보쌈


단오절은 연중 어느 때보다 춘심이 동하는 날이었다. 그새 순이는 심술을 거두고 본래대로 고분고분 어우동을 모셨다. 어우동은 순이에게 단장을 하라 이르고는, 자신도 정성껏 꽃단장을 했다.

“아이구, 아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어우동을 보고 순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탄성을 내질렀다. 연분홍 항라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를 받쳐 입은 어우동의 자태는, 같은 여자인 순이가 봐도 오금이 저릴 만큼 너무나 고혹적이었다. 동백기름을 연하게 바른 머리에는 창포 잎사귀도 한 가지 꽂혀 있었다. 어우동은 화장 솜씨도 남달라서, 가뜩이나 미려한 동안을 기품까지 곁들여 보이도록 꾸며놓았다.


어우동은 미소를 띤 채 사뿐사뿐 걸어서 목멱산으로 올라갔다. 목멱산에는 해마다 단오절이면 여염의 아녀자들을 끌어모아 그네대회를 여는 곳이 몇 군데 마련되어 있었다. 그네를 매단 주변의 숲속 여기저기서는 그 동안 눈이 맞았던 남녀가 어우러져 막혔던 욕정을 풀어내느라 헐떡이고 있었다.


일 년에 딱 하루, 단오절은 여염의 처녀들에게도 그런 일탈이 허용되는 날이기도 했다. 어우동과 순이도 참가비를 내고 장부에 이름을 올린 뒤 차례를 기다려 그네를 탔다. 백화(百花)도 부끄러워하고 제비도 몸을 숨길 고운 자태였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응어리가 말끔히 날아갔다. 아랫도리가 늘 뻐근했었다. 몇 번 남정네를 받아들였으되 아직껏 진정한 운우의 맛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우동은 잇달아 양 무릎을 구부렸다가 힘차게 펴면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동안 그 찝찝하던 기운을 씻은 듯이 털어냈다.


그네를 내려오자 어우동은 시상식까지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누가 봐도 상위에 드는 실력이었지만 당초 상을 바라고 찾아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중간에 순이가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며 어느 사내가 따라오고 있다고 귀띔을 했지만 어우동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네를 탈 때부터 자신을 뚫어지게 올려다보는 사내의 시선을 느끼고 이리 될 줄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걸 노리고 꽃단장을 한 채 그네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러나 값진 비단 두루마기 차림의 장년은 말을 걸거나 집안까지 따라 들어오지 않고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날 밤이었다. 잠결에 입을 틀어막는 손길에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억센 남정네가 온 몸에 자루를 뒤집어씌우고 있었다. 보쌈을 해갈 모양이었다. 사내는 두 사람인 듯했고 솜씨는 날렵했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한 적은 없었지만 그건 이쪽 생각일 뿐,


시댁이나 친정에서 보낸 자객일 수도 있었다. 두 집안 다 어우동이 남정네를 끌어들인다는 소문을 듣고 가문의 수치라 여겨 소문 없이 자신을 처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우동은 이내 체념하고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죽일 작정이라면 아녀자의 반항이 대술까.


어우동을 둘러맨 사내는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달리더니, 대문과 방문을 여닫는 소리에 이어 몸이 바닥에 내려지고 곧이어 자루가 풀렸다. 대낮같이 환한 황초 불빛에 눈이 부셔 어우동은 잠시 눈살을 찌푸린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갈한 방안이었다. 사내의 어깨 위에서 한참을 흔들렸던지라 상굿도 가벼운 멀미가 그치지 않았다.




“어허, 내 곱게 모셔오라 일렀거늘 어찌 이리 험하게 다룬단 말이냐. 썩 물러들 가거라.”

공연한 소리일 터였다. 아래 위 검은 복장을 한데다 복면까지 두른 두 사내가 뒷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호통을 친 주인공의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낮에 대문 앞까지 따라왔던 한량이었다. 비단 바지저고리 차림에 풍채도 좋고 인물도 준수했다. 사내의 뒤로는 팔폭병풍이 둘러져 있고, 서안(書案)에는 지필묵과 서책들도 놓여 있었다. 혹 시댁의 부탁으로 자신의 방탕한 화냥질을 추궁하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부인, 무례를 용서하시오. 진작부터 그대를 가까이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어 이렇게 모실 수밖에 없었소이다.”

“보아하니 지체 높은 어르신 같은데 보쌈이라니요, 소첩더러 혀를 빼물고 자결이라도 하라는 뜻입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오. 내 낮에 추천을 타는 그대의 모습을 보고 그 자태에 홀려 나도 모르게 뒤를 밟았소이다. 그리고는 그대가 어우동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종친들 사이에서는 그대가 여러 남정네들을 후린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오늘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뭔가 와전이 된 것 같구려. 얼굴은 물론 전신에 배어 있는 기품이 함부로 몸을 내돌릴 분으로는 보이질 않소. 어떻소? 내 손님으로 술을 한잔 대접하면서 이야기나 나눴으면 하오. 술자리가 끝나면 댁에까지 고이 모셔다 드리리다.”


격조 있는 어투였다. 아녀자의 꽁무니를 따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보쌈까지 해온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가산을 넉넉하게 물려받은 파락호쯤 될 것으로 여기던 어우동의 선입견이 단번에 바뀌었다. 종친들 간에 오가는 소문을 들었다면 이 사내 또한 종친일 터, 말하는 품격이 전 남편 태강수나 자신이 꾀어 들였던 또 다른 종친 이승언과는 천양지차였다.


어우동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미소로 사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곧 주안상이 들어왔다. 상 위에는 하나같이 시댁에서는 구경도 못한 진귀한 음식이 솜씨 좋게 차려져 있었다. 술을 마시는 동안 사내는 자신의 신분을 수산수 이기라고 밝혔다. 수산수 역시 종친에게 내리는 벼슬이름이었다. 어우동은 종친들의 족보를 꿰고 있었다. 수산수는 정종의 현손으로 전 남편 태강수와는 팔촌지간이었다.


술자리는 오래지 않아 끝났고, 약조했던 대로 수산수는 하인들에게 명하여 어우동을 가마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이후 수산수는 자주 어우동의 집으로 찾아와 시담(詩談)을 나누고 난(蘭)을 친 뒤, 정중하게 술대접을 받고 돌아갔다.


점점 정과 신뢰가 깊어졌다. 극구 사양했지만 수산수는 번번이 넉넉하게 은자(銀子)를 내놓고 갔다. 오늘 술값이 아니라 다음번에 자신이 찾아올 때 주안상을 마련해달라고 내는 값이라는 데는 더 사양할 명분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으리. 오늘은 주무시고 가십시오.”

어우동은 스스로 발정(發情)이라 여겼다. 일정한 주기는 없었지만, 이따금 견디기 어려울 만큼 살송곳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라 술자리가 거의 끝나가자 수치를 무릅쓰고 말을 꺼냈던 것이다.


아녀자로서 먼저 호부(呼夫)하기가 민망했지만, 그 동안 수산수에게서 느낀 인품이라면 너그럽게 이해해줄 터였다. 수산수의 입이 귀에 걸렸다. 진작부터 마음이 당겼으나 종친 체면에 차마 먼저 청하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수산수는 서둘지 않았다. 촛불을 환하게 밝혀둔 채, 어우동의 몸 구석구석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성감대들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핥고 빨고 어루만지면서 순식간에 불덩어리로 달궈놓았다. 수산수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어우동의 몸을 시뻘겋게 달궈놓은 뒤에야 서서히 살송곳을 밀어 넣었다.


우동은 자지러지면서 격렬하게 요분질을 시작했다. 수산수의 정성스런 손길에 의해 어디엔가 잠재해 있던 요부(妖婦)의 본성이 살아난 것이다. 요분질로 인해 살송곳의 감촉이 생생하게 감지되면서, 난생처음 느껴보는 여자로서의 쾌감이 한지에 먹물이 번지듯 어우동의 전신으로 넓고 깊게 퍼져나갔다.


열락은 단숨에 구름 위로 솟구치더니 내려올 줄을 몰랐다. 감창소리가 순이 방에까지 들려 순이의 아랫도리까지 흥건하게 적셔놓았다. 아씨가 저처럼 감창소리를 내지르는 일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어우동은 수산수의 정성어린 몸짓에 의해 하늘에 오를 때부터 전신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극도의 쾌락, 그것은 바로 극락(極樂)일 터였다. 교접이 끝나자 수산수는 수건으로 부드럽게 전신의 땀을 닦아주면서, 상굿도 온 몸에 파르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어우동을 흐뭇하게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뜯어봐도 참 곱고 차진 몸이었다. 그녀는 못내 부끄러운 듯 두 눈을 살짝 감은 채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눈부신 나신을 무방비하게 내맡기고 있었다. 감성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완전한 믿음일 터였다.


숱한 여인네들을 겪어보았지만, 이처럼 혼신을 다해 자신을 받아들인 정인은 없었다. 이 사랑스런 여인을 극락에 오르게 해주었다는 포만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그로서도 어우동 못잖은 쾌락을 맛봤다. 그녀의 옥문은 살송곳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처음 겪어보는 명기였다. 그날 밤 수산수는 어우동의 차진 몸을 끌어안고 몇 차례나 더 그녀를 구름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마다 그 또한 미증유의 만족을 느꼈다. 다른 여인과는 없던 일이었다. 이제 어우동은 어떤 일이 있어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내 사람이었다.




며칠 뒤, 어우동과 순이는 북촌에 있는 고대광실로 이사를 했다. 수산수가 어우동의 본명인 박연희 명의로 사준 집이었다. 수산수는 입안(立案. 공증)까지 마친 등기서류를 어우동에게 넘겨주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내 여인이요 하는 선언인 셈이었다.



주제 : 여가/생활/IT > 건강/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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