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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우동전」 6-4 ♠古今笑...





호부(呼夫)


오종년은 이후에도 순이를 통해 미리 기별한 뒤, 섭섭잖게 선물을 사 들고 어우동을 찾아와 살송곳을 박아주고 돌아가곤 했다. 순이에게는 이따금 용돈도 주었다. 그러나 첫 번째 교접을 허망하게 실패로 끝냈을 때의 다짐과 달리, 오종년은 끝내 어우동을 절정에 오르도록 이끌어주지 못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우동은 열락의 맛을 모르는 듯했다. 자신의 정력이나 기술이 모자란 탓인지, 아니면 어우동이 석녀라 그런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어느 쪽이든 대장부로서 이런 민망한 짓을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오종년은 한 마디 언질도 없이 어느 날부터 어우동의 집에 발길을 딱! 끊고 말았다.


비록 열락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어우동은 잠시도 살송곳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혼자 있을 때도 수시로 그 순간이 생각나면서 아랫도리가 스멀스멀해지곤 했다. 그러나 곧 참맛을 느끼게 될 듯한 예감이 드는 순간, 오종년이 예고도 없이 발길을 끊고 말았다.


쉽기는 했지만 덕분에 어우동의 얼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사하게 피어났다. 출타할 때면 아무리 쓰개치마로 꼭꼭 가려도 용태가 훤히 빛이 나서, 마주 오던 남정네마다 걸음을 멈춘 채 어우동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입을 헤벌리고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도 어우동은 여전히 바느질을 계속하여 두 사람이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어들였다.





어느 날 한낮에 대문 밖에서 순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데도 순이의 공박은 한참만에야 끝이 났다.

“원 별 거지같은 게 다…”

“순이야, 무슨 일인데 대낮에 이 소란이냐?”

“아닙니다. 아씨께서는 모르셔도 됩니다.”

“그러지 말고 잠시 들어오너라. 들어와서 자초지종을 말해보아라.”


순이는 며칠 전부터 낯이 익은 떠꺼머리총각이 담장 너머로 집안을 기웃거리더라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어우동을 짝사랑하여 시골에서 상경한 총각이었다. 어우동은 어릴 때 외가인 충청도 음죽현에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총각은 그때 이웃에 살던 촌부의 아들이었다.


어우동은 모르고 있었지만, 순이는 그때도 총각이 어우동을 빤히 지켜보는 모습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총각은 어우동이 시댁에서 쫓겨났다는 풍문을 전해 듣고는, 잘하면 지 차지라도 될 줄 알았는지 그길로 어찌어찌 한양의 거처를 알아내어 연일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순이는 다시 나타나면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겁을 주어 겨우 총각을 쫓아버렸다.


어우동은 순이에게 몇 군데 복덕방에 집을 내놓도록 시키고는, 아울러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남촌에 둘이 살 집을 구하라 일렀다. 그러잖아도 얼마 전에는 옛 시어머니가 집안을 기웃거리면서, 이웃사람들에게 어우동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더라는 얘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오종년이 드나든다는 소문을 듣고 잡도리를 하러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첫 남자 오종년도 발길을 끊은 지 한참 되었다. 모든 게 이 동네와 인연이 다했다는 신호 같았다. 집은 금세 나갔고, 남촌의 집은 순이와 몇 번 살을 섞었던 푸줏간 주인이 같은 날 집을 비워주고 이사할 수 있도록 아귀를 맞춰 구해주었다.


장터에서 소달구지를 불러 어우동과 순이가 남촌으로 이사하는 날, 그녀들의 새 집을 아늑하게 껴안고 있는 목멱산 기슭에서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져 꽃비로 내리고 있었다.





이사 온 다음날부터 순이는 바느질감을 구하러 다녔다. 당분간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모여 있었으나, 언제까지 놀고 지낼 수는 없는 일이어서 어우동이 재촉을 한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일감과 함께 남정네도 순이 방으로 찾아들기 시작하여, 순이는 인왕산 자락에 살 때처럼 금방이라도 숨이 널어갈 듯 감창소리를 내지르곤 했다.


어우동은 일이 없을 때는 서책을 읽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손을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솜씨는 금세 되살아났다. 사방에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하자 어우동은 간절하게 춘심이 동했다. 건넌방에서 순이의 감창소리가 들려올 때면, 남정네가 순이의 옥문에 살송곳을 꽂는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게 그려져 소리가 끝날 때까지 아랫도리를 감싸쥐고 진저리를 치기도 했다. 오종년의 살송곳 맛을 보기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어우동은 여느 때처럼 순이를 데리고 장터에 나가 먹을거리를 넉넉하게 산 뒤, 오랜만에 비싼 지분과 사향까지 사가지고 천천히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물론 참이슬 Fresh 몇 병도 빼놓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한눈에 봐도 한량끼가 줄줄 흐르는 한 사내가 뒤를 따라왔다.


어우동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내를 돌아보니, 사내도 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빤히 바라보며 서 있었다. 어우동은 가볍게 미소를 흘리고는 여전히 느릿느릿 집을 향해 걸어갔다.

“아씨! 오늘 따라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아씨답지 않으십니다.”

어우동이 노골적인 유혹의 미소를 흘리는 모습에 순이가 기겁을 하여 주의를 주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우동은 간간이 뒤를 돌아보고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집에 당도했다.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는 사내가 바로 뒤에까지 바짝 따라붙어 있었다. 어우동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고 미소를 지은 뒤, 대문을 잠그려는 순이를 말려 빗장을 걸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순이는 낮은 소리로 연신 궁시렁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오래지 않아 마당에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남의 이목도 있고 하니 방으로 좀 들겠습니다.”

그리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방문을 열고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어우동은 앞섶을 풀어헤쳐 백옥같은 젖가슴을 살짝 드러낸 채 손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어우동의 뽀얀 속살에 눈길이 닿자 사내의 시선이 심하게 흔들렸다.


“뉘신데 초대면에 이리도 무례한 짓을 하십니까?”

“부인께서 자꾸 뒤를 돌아보며 눈웃음을 흘리지 않았습니까? 자태가 너무 고와 보자마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는데, 눈웃음까지 흘리시니 사내대장부로서 어이 안 따라오고 배길 도리가 있겠습니까?”


작정하고 벌인 일, 어우동은 순이를 시켜 술상을 들였다. 순이는 술상을 내오면서도 여전히 입이 튀어나온 채 뭐라고 쫑알거렸다. 행여 사단이나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우동이 진짜 기녀라도 된 듯 너무나 노골적으로 사내를 유혹했던 것이다.


“큰 결례를 했는데도 이리 대접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오. 나는 춘양군의 사위 이승언이라 하오.”

“이쪽은 누구랄 것도 없는 미천한 기녀이옵니다.”

어우동은 자신을 소박데기로 만든 기녀 원산홍이 각중에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자신을 기녀라고 소개했다. 그래야 저쪽에서도 만만하게 보고 자신을 덮쳐줄 것이었다. 어우동은 이승언을 건너다보며 더욱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춘


양군의 사위라면 전 남편 태강수와는 사촌 처남매부지간이다. 보나마나 연일 기방을 들락거리며 수많은 기녀들을 품었을 터, 첫 낚시에 걸려든 게 종친이라면 월척 아닌가. 어우동은 잔을 치면서 실수인 척 치마를 벌려 넓적다리도 살짝 드러내놓았다. 낮은 소반 너머로 어우동의 백옥 같은 넓적다리마저 드러나자 이승언은 술상을 옆으로 밀치더니, 더 참지 못하고 어우동을 덮쳐왔다.





“하, 하, 하, 하, 하, 하.”

이승언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서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승언은 나신을 훤히 드러낸 채 꼼짝도 않고 누워 있는 어우동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땀이 촉촉이 배어 있는 어우동의 불만 가득한 얼굴은 더욱 요염해 보였다.


만만하게 본 기녀 하나 만족시켜주지 못한 이승언으로서는 적잖이 민망한 노릇이었다. 여우처럼 핼끔거리며 노골적으로 자신을 유혹한 솜씨로 봐서 수많은 남정네를 꼬드겨 교접을 했을 터인데, 옥문은 여직 경험해본 적이 없는 요술단지였다. 살송곳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빡빡한 데다,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지렁이들이 달라붙어 옥죄고 간질이는 통에 민망스럽게도 난생처음 조루를 하게 만들었다.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양가(良家)의 규수들이고 기생들이고 먼저 절정에 올라서는, 제발 한 번만이라도 다시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한양 제일의 절륜한 사내가 아니던가. 원산홍도 자신의 방중술에 먼저 녹아났지만, 태강수가 언젠가는 반드시 정실로 들이겠다는 다짐을 하는 바람에


그의 첩실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 기녀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고 먼저 실정(失情)을 하고 말았으니… 이승언은 씁쓸한 열패감을 못 이겨 허둥지둥 옷을 걸치고는, 쓰다 달라 말 한 마디 없이 도망치듯 밖으로 내뺐다.




주제 : 여가/생활/IT > 건강/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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