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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강아지들은 왜 걷질 않나요◎생활건...



한국 강아지들은 왜 걷질 않나요


[즈위슬랏의 한국 블로그]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NK News 팟캐스트 호스트

 

 

내가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강아지’는 ‘개의 새끼’라는 정의로 처음 접했다. 이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그렇게 쓰여 있다. 여담으로 다른 정의도 있다. ‘주로 어린 자식이나 손주를 귀엽게 이르는 말’, ‘자식을 속되게 이르는 말’, 그리고 ‘죄수들의 은어로, 담배를 이르는 말’ 등 3가지다.

나중에 사람들이 강아지라고 부르는 개는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애완견 소유자는 아무리 나이 많은 성견이라고 해도 여전히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을 봤다. 반면 강아지라는 말 대신 ‘개’라는 호칭은 애완용 이외의 목적으로 기르는 개를 가리키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맹견, 맹도견, 작업견, 구조견을 주로 개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 외 똥개, 들개, 야생견 등도 개로 불리는 것 같았다. 이런 개들은 딱히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개에 대한 분류는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나는 강아지와 개라는 명칭에 대한 큰 발견을 한 느낌이 들었다. 개는 자신의 네 다리로 걷고 강아지는 거의 걷지 않는다는 것. 서울 길거리에서든 한강 근처든 거의 매일 사람이 애완견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아지를 팔로 안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핸드백에 넣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한 날은 소중한 손주를 포대기에 싸서 등에 업고 골목을 거니시는 어떤 할머니를 봤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다. 첫눈에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손주가 아니라 바로…. 독자분들은 이미 아실 것 같아 문장 끝을 생략해도 될 것 같다. 최근에 특히 애완견용 유모차까지 생겨났다. 보통 ‘강아지 유모차’라고 불린다. 어떤 강아지 주인은 강아지 털을 염색하고 강아지 전용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까지 걸치게 한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적응력이란 게 있다 보니 500번 이상 비슷한 모습을 보면 익숙해지고 끝내는 정상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날, 앞에 걷는 사람의 열린 배낭에 있던 강아지 두 마리가 머리를 내밀고 밖을 엿보는 모습을 봤을 때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한 고향 친구나 친척들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강아지가 스스로 걷지 않고, 누군가에게 안겨 가거나 유모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 지적한다. 반면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오히려 해외여행을 가서 강아지들이 바닥에 발을 딛고 걷는 모습을 보면 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개든 강아지든 모두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을 안 하면 건강이 약해지거나 비만이 생길 수 있다. 요즘 애완동물 예능 프로그램에는 뚱보 강아지가 많이 나온다. 해결책은 늘 야외에서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사는 사촌들은 자기 강아지를 하루 2번씩 아침저녁에 산책을 시킨다. 이 산책은 날씨와 상관없이 꾸준하게 이뤄지는 일상이다. 이런 습관이 강아지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웰빙에 좋다고들 한다.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 즉 ‘애묘인’이라서 잘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이웃 친구와 같이 놀고 싶을 땐 직접 가는 대신 전화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친구의 형이 전화를 받더니 내게 “혹시 다리가 부러졌니?” 하고 물었다.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그는 “그럼 왜 50m도 걸어오지 않고 전화를 하니?” 하며 되물었다. 지난달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서 한 이웃 여성이 덩치 큰 강아지를 들고 가는 모습을 봤다. 강아지가 무거워 매우 힘들어 보였다. 갑자기 옛날 이웃 친구 형의 말이 떠올라서 “강아지의 다리가 부러졌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왜 들고 가냐”고 묻자 그녀는 “우리 강아지가 저쪽 강아지를 보면 짖으며 싸움을 하고 싶어 해 그런다”고 했다. 그녀가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자 강아지는 정말 짖고 싸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강아지를 들고 가야 할 때도 있구나.’

이번 주말 유모차를 밀고 가는 커플이나 할머니를 보면 마음속으로 ‘아기가 참 예쁘네요’라고 할지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라고 할지 염두에 두고, 이웃과 나눌 인사를 준비해야겠다.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NK News 팟캐스트 호스트  입력 2020-05-29



주제 : 여가/생활/IT > 건강/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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